'일만 하는 할아버지와 억울한 할머니' 장수의 비밀서 소개
'일만 하는 할아버지와 억울한 할머니' 장수의 비밀서 소개
  • 김성훈 기자
  • 승인 2018.03.22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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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할아버지의 자급자족 인생 철학 눈길
▲ 장수의 비밀-일만 하는 할아버지와 억울한 할머니

[휴먼에이드] 경북 안동과 봉화의 경계에 위치한 산골 오지마을 가송리. 봄기운이 완연한 이 마을에서 ‘가장 바쁜 일쟁이 노부부’로 유명하다는 주인공 손연모(82) 할아버지와 박금옥(78) 할머니를 만난다.

함께 울고, 웃고, 지지고 볶으며 어느덧 60번째 봄을 맞고 있는 부지런한 노부부의 자급자족 건강 라이프를 "장수의 비밀"에서 만나본다.

6남매 중 맏이였던 부지런한 성격의 손연모 할아버지는 부모님에게 네 군데의 농지를 물려받았다. 물려받은 소중한 밭을 그냥 놀릴 수 없어 시작하게 된 농사지만 하다 보니 점점 재미가 붙어 욕심을 내기 시작하셨다. 점점 밭을 늘리고, 가축들까지 키우면서 일을 줄이기는커녕, 일을 점점 키우고 있는 할아버지. 반면, 박금옥 할머니는 평생 일만 하는 할아버지가 못마땅하다. 노년에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어, 쉬엄쉬엄 일하고 싶은 마음에 밭도 줄이고, 소들도 갖다 팔고 싶은 심정이지만 남편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동이 채 트지도 않은 새벽 6시, 부부의 하루가 시작된다. 눈 뜨자마자 할아버지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소 축사다. 본인 식사보다는 동물 가족의 식사를 먼저 챙긴다. 반면,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아침 밥상 준비로 분주하다. 그런데 재료를 구하러 간 곳은 냉장고가 아닌 집 앞에 위치한 밭이다. 직접 농사지은 파를 뽑고, 닭이 낳은 달걀을 가져와 ‘건강 밥상’을 준비하는 할머니. 쌀부터 반찬까지 직접 농사짓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만 밥상을 차려야 한다는 손연모 할아버지의 원칙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입맛이 없는 할머니는 참치통조림을 슬그머니 꺼내보지만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할아버지는 ‘사서 먹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농기계, 호스, 쥐덫 등의 생활용품들까지 웬만하면 직접 만들고 고쳐 쓰는 ‘짠돌이’로 통한다.

59년 전 옆 마을에서 시집 온 박금옥 할머니는 평생 가정에 헌신했다. 장남이었던 손연모 할아버지의 다섯 동생과 시부모님, 시조부모님까지 부양하며 젊은 시절을 보낸 할머니였지만 식구가 많은 만큼 집안은 늘 가난했다. 입을 것도 먹을 것도 마땅치 않았던 시절을 보냈기에 노부부는 지금 직접 농사를 지어 먹고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일하고 있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부부가 살 집을 지었지만, 아직은 ‘편안한 삶’보다 ‘일하는 삶’이 더욱 익숙하다는 이 부부. 할머니는 싱크대를 두고 마당에 쪼그려 앉아 설거지를 하고, 할아버지는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몇 년 전 축사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수술까지 했던 할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되는 할머니는 처음으로 남편에게 큰 소리 내어 일을 줄이라고 말해본다.

허리에 복대를 차고서도 소를 위해 짚을 구하러 나간 할아버지 때문에 할머니는 결국 ‘소를 갖다버리자’는 말까지 하고만다. 이 한 마디에 부부 사이는 급속도로 차가워진다.

하지만 다음 날, 절대 뜻을 굽힐 것 같지 않던 할아버지가 조금씩 변화를 보인다. 아끼던 소를 팔고, 심지어 아내와 함께 읍내 나들이에 나선다. 요 며칠 봄맞이 농사일 때문에 힘들어하던 할머니에게 내심 미안하던 할아버지는 심신이 지친 할머니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고기 외식을 즐긴다.

평생을 가정에 헌신한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데는 영 서툰 할아버지. 과연 이번 기회에 사랑꾼 할아버지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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