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재의 삶속의 나' 죽음 그리고 후회...
'이휘재의 삶속의 나' 죽음 그리고 후회...
  • 이휘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0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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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휘재의 '죽음과 후회'를 통한 나를 돌아보기

[휴먼에이드]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 죽어가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사실을 잊으면서 살고 있을 뿐이다. 요즘 가끔 죽음을 생각한다. 아마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육십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으니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부모님과 가까운 분들의 죽음을 보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죽는 순간에 삶에 대한 후회가 없기를 바라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맞아 그 분에 대한 미안함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으니 참회와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는 후회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7년이 지났지만 대학시절 반항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떠올라 송구한 마음이 들고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르기도 한다. 후회 없이 살고 미안함 없이 살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아끼며,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가끔 누군가와 다투고 나서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유는 상처를 주어 미안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말, 행동, 표현도 상대방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가 있다. 표현하는 사람이 느끼는 강도와 받아들이는 사람이 느끼는 강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언쟁과 다툼의 원인이 대부분 사소하고 쓸데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최근에 해파랑길을 함께 걸었던 길동무들을 통해 나 자신의 모습을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내가 마음이 너그럽거나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사람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그 후회스런 마음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그 분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숙여진다. 작년 12월부터 걷기 시작한 해파랑길은 부산에서 울산 구간을 마쳤고, 이제 포항 구간으로 접어든다. 그 기간 동안 동장군이 물러가고 차갑고 매서운 바람은 훈풍으로 바뀌었다. 

계절도 변하고 만물도 변한다. 하지만 나의 이런 모습은 아직도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나 역시 길을 걸으며 점점 더 여유롭고 따뜻한 마음을 지닌 성숙한 사람으로 변하고 싶다. 해파랑이 끝날 시점에 나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를 바라고, 그런 변화된 나 자신과 만나고 싶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나 스스로는 하루 하루 충실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며칠 간 집을 비울 때면 저녁 시간에 홀로 보낼 아내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점점 더 미안한 마음을 많이 느끼고 있다.

가끔 약속이 있어서 늦을 때면 아내가 전화해 '심심하니 빨리 들어오라'며 아이스크림 한 개를 부탁한다. 그런 전화가 반갑고 고맙다.

이런 아내에게 미안하고 후회스러운 짓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못된 짓이다. 우리 부부 중 누군가가 먼저 죽겠지만, 후회하고 미안하기보다는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의 눈물을 흘릴 수 있기를 바란다. 
 

 

 


 

글쓴이 이휘재 님은... 

걷기 동호회장이자 상담카운슬러로 활동중이예요. 

걷기를 통해 힐링과 명상을 하는 분이고 산티아고에 다녀온 후 책 출간도 했어요. 

운영하고 있는 심신치유센터 '숨터'는 개인 및 기업체를 대상으로 심리상담, 명상 및 걷기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건강한 심신의 회복'  '심신의 유지'  '자아성장'을 도모하는 마음나눔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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