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우럭젓국부터 옛날식 호떡까지, 서산 별미 여행
담백한 우럭젓국부터 옛날식 호떡까지, 서산 별미 여행
  • 박희남 기자
  • 승인 2019.02.28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담백한 국물과 우럭포가 조화로운 우럭젓국.
담백한 국물과 우럭포가 조화로운 우럭젓국.


[휴먼에이드] 따스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니 엉덩이도 들썩들썩한다. 봄이란 기운은 여행의 설렘을 배가시킨다.

어디로 떠나도 마냥 좋을 것 같은 계절이다. 봄바람 가득한 바다도 좋고, 봄기운 가득한 시장도 좋다. 거기에 봄철 입맛 돋워줄 제철 별미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이왕이면 아무 데서나 흔히 맛볼 수 없는 음식이라면 더 좋겠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바다와 시장, 제철 별미가 있는 충남 서산이다.

우럭젓국이 뭐지?

지금 서해안에 위치한 서산을 찾는다면, 많은 이들이 주꾸미 샤브샤브나 우럭회를 맛볼 것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바로 지역 별미인 우럭젓국이다.

서산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음식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설다. 우럭을 넣고 끓이는 국이니 매운탕쯤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우럭젓국은 뽀얀 국물이 일품인 담백한 음식이다. 매운탕보다는 북엇국이나 황태국에 가깝다.

우럭젓국의 주 식재료는 우럭포다. 우럭은 조피볼락이라고도 부르는데 보통 봄에 새끼를 낳는다. 산란을 앞두고 살이 오르기 때문에 봄철에 먹는 우럭이 맛나다.

살이 통통한 봄 우럭을 회로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서산 일대에서는 이 시기에 우럭포를 만든다. 우럭의 내장을 제거하고 반으로 갈라 소금 간을 한다. 그러고는 봄 햇살과 바람에 보통 사흘 정도를 꾸덕꾸덕 말리면 우럭포가 완성된다.

이제 주인공인 우럭포가 완성됐으니 국을 끓여보자. 조연인 새우젓이 필요하고, 맑은 국에 으레 들어가는 무, 파, 다진 마늘을 준비하자. 여기에 푸짐함을 더해줄 두부와 칼칼한 맛을 살려줄 마른 고추까지 넣는다. 일반 물보다는 쌀뜨물로 국을 끓이면 맛이 더 진하다.

우럭 살 한점씩 먹다보면 밥 한공기 뚝딱.
우럭 살 한점씩 먹다보면 밥 한공기 뚝딱.

우럭젓국에서는 생우럭이 아니라 꾸덕꾸덕 말린 우럭포를 사용한 게 '신의 한 수'다. 서산 지역에선 예전에 제사상에 우럭포를 올렸는데, 제사가 끝난 후 그 우럭포로 국을 끓여 먹던 게 우럭젓국의 유래라고 한다. 말린 생선을 사용하니 식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고 국물에서 비릿한 맛도 없다.

우럭젓국은 국물 맛이 담백해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포슬포슬한 우럭 살을 입안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퍼진다. 진한 국물 한 번 후루룩 마시고, 통통한 우럭 살 한 입 베어 물다 보면 밥 한 그릇이 눈 깜짝할 새 사라진다.

우럭젓국은 꾸덕꾸덕 말린 우럭포로 만든다.
우럭젓국은 꾸덕꾸덕 말린 우럭포로 만든다.

우럭젓국을 맛보려면 서산 시내 향토음식점이나 삼길포항으로 찾아가자. 서산 시내에는 지역 별미를 선보이는 향토음식점이 몇 있다. '향토', '산해별미', '서산꽃게장'이라는 음식점이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우럭젓국을 판매하는 음식점.
우럭젓국을 판매하는 음식점.

이들 음식점은 우럭젓국과 꽃게장 등 서산 별미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향토음식 본연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또한 가게에 따라 게국지, 어리굴젓, 감태 등 서산의 또 다른 별미를 함께 제공한다. 지역의 다양한 별미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어 좋다.

감태, 게국지 등 서산지역 별미.
감태, 게국지 등 서산지역 별미.

서산9경 삼길포항에서, 서산9미 우럭젓국을 즐기다

바다를 배경 삼아 우럭회와 우럭젓국을 맛보려면 삼길포항이 제격이다. 삼길포항은 서산9경에, 우럭젓국은 서산9미에 속한다. 즉 수려한 풍광 속에서 특별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서산 북쪽 관문인 삼길포항은 수산물이 풍부한데, 그중 우럭이 대표적이다.
 
삼길포항에는 대형 우럭상이 있다.
삼길포항에는 대형 우럭상이 있다.

'회 뜨는 선상'이라는 안내판을 따라 들어가면 바다 위에 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생선을 사고파는 모습이 여느 어시장과 다를 바 없지만 그 공간이 바다이고, 가게가 어선이라는 게 큰 차이를 만든다.

선상횟집에서 우럭회를 구입할 수 있다.
선상횟집에서 우럭회를 구입할 수 있다.

이곳에서 파는 품목은 주로 우럭, 노래미(놀래미), 도다리, 광어, 간재미 등이다. 우럭과 광어는 자연산과 양식 중 선택이 가능하다. 회를 떠서 인근 음식점에 가서 소정의 상차림 비용을 내고 먹을 수 있다. 회를 먹은 후에는 일반적으로 먹는 매운탕 대신 지역 별미인 우럭젓국을 맛봐도 좋다.

식사 후에는 삼길포항을 잠시 산책해보자. 군데군데 설치된 조형물과 떼 지어 날아다니는 갈매기가 볼거리를 연출한다.

바다를 따라 군데군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바다를 따라 군데군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우럭포 사고 호떡도 먹고~, 서산동부시장

삼길포항에서도 우럭포를 살 수 있지만, 서산동부시장에 가면 우럭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제철 식재료를 만나볼 수 있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서산동부시장은 1956년에 개장한 역사 깊은 전통시장이다. 서산의 중심 시장답게 지역에서 나는 갖가지 수산물과 농산물이 가득하다. 시장 한 바퀴만 돌아도 서산의 들과 바다를 다 돌아본 기분이다.
지역 제철 특산물이 가득한 서산동부시장
지역 제철 특산물이 가득한 서산동부시장

어시장 코너에는 제철을 맞은 주꾸미와 바지락, 키조개, 알배기 암게 등 신선한 해산물이 넘쳐 난다. 마치 바다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흥정도 하고 덤도 받으며 시장의 재미를 맛본다. 어시장 2층에는 음식점이 있어, 시장에서 산 해산물을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살아 있는 수산물만 있는 게 아니다. 시장 안쪽을 걷다 보면 말린 생선이 지천이다. 박대, 가자미, 망둑어 등 각양각색의 말린 생선을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흔히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우럭포. 살이 찬 우럭포는 서산동부시장의 인기 품목 중 하나다. 상인 아주머니가 서산에 온 김에 우럭포를 사가서 우럭젓국이나 우럭포찜을 해먹어 보란다. 그 맛에 한 번 중독되면 자꾸 우럭포만 사게 된단다.

우럭포 등 갖가지 말린 생선을 판매한다.
우럭포 등 갖가지 말린 생선을 판매한다.

서산동부시장에는 우럭포 외에도 특색 있는 먹거리가 많다. 다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감태가 눈에 띈다. 감태는 김처럼 생겼지만 빛깔이 더 맑다. 감태는 성장 조건이 까다로워 양식이 없고 모두 자연산이며, 진한 바다 향과 고소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을 낸다. 김처럼 기름을 발라 구워 먹기도 하지만 그냥 먹어도 된다.

이때 달래간장양념장을 곁들이면 더 좋다. 달래 역시 서산이 주산지이니, 시장에서 감태에 달래까지 모두 구입하면 된다. 우럭포에 감태, 달래까지 사고 시장을 떠나기 전, 하나만 더 맛보자.

바로 할머니표 호떡. 시장 주차장에서 직거래장터로 들어서면 '옛날빵집'이라는 상호가 보인다. 초록색 드럼통 같은 호떡 판에서부터 남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기름에 거의 튀겨내듯 굽는 호떡이 대세인 요즈음, 보기 힘든 옛날식 호떡이다. 기름은 아주 살짝만 두른 채 담백하게 부쳐낸다. 화학 첨가물 대신 막걸리와 도토리묵으로 숙성시킨 반죽이 맛의 비결이다. 쫄깃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매력적이다. 수십 년 동안 호떡을 부쳐온 할머니의 능숙한 솜씨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옛날식 호떡을 맛보자!
옛날식 호떡을 맛보자!

서산동부시장에서 유명한 호떡집이 하나 더 있다. 직거래장터 옆쪽으로 순댓국밥집과 칼국수집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시장원조호떡'이 나온다. 이곳 역시 수십 년 된 호떡집이다. 서산 현지인들이 추억을 곱씹으며 찾는 가게다. 무쇠 팬과 솥뚜껑이 인상적이다. 팬에서 굽다가 솥뚜껑을 덮어 살짝 한 김 올려 속까지 익혀낸다. 기름을 적게 사용해 호떡 맛이 담백하다. 두 집 모두 호떡 2개에 천 원. 착한 가격이다. 우럭젓국 한 그릇 먹고 난 후 디저트로 서산동부시장 호떡 하나 맛보면, 서산 봄철 미식 여행 완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