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한방에 날린다" 서울시 매운 맛 5선
"스트레스 한방에 날린다" 서울시 매운 맛 5선
  • 박희남 기자
  • 승인 2019.03.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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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편

[휴먼에이드] 사실 '맛'은 계절과 별 상관이 없다. 여름에도 이열치열이라고 뜨거운 음식을 찾지 않던가. 겨울도 마찬가지다. '시원한 면'이라는 냉면은 이북 지방에서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맛보던 겨울 별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을 넘나드는 '맛'이 있으니 그건 바로 매운맛. 코끝이 찡해지고 온몸이 뜨거워지며 땀방울이 하나둘 샘솟게 하는 화끈한 그 맛, 서울에서 내로라는 매운맛 오(五)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도 목 뒤까지 올라온 스트레스 한방에 날려줄 매운맛을 소개한다.

창신동 매운족발의 매운석쇠족발. ⓒ 한국관광공사
창신동 매운족발의 매운석쇠족발. ⓒ 한국관광공사

#1. 신길동 매운 짬뽕

서울의 매운 맛,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성비 최고의 짬뽕집. 
원래 '짬뽕'이란 음식 자체가 얼큰한 맛을 자랑하는데 그중에서도 '매운맛'으로는 전국구로 꼽히는 곳이니 마음의 준비는 해 두는 편이 좋다. 아무리 짬뽕이 급해도 극도의 매운맛을 달래줄 음료는 반드시 준비해가자.
가게 들어가면 '제발 완뽕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 '빈속·임산부·노약자·고혈압·위염·위궤양·컨디션 안 좋은 분 짬뽕 절대사절'도 더해진다. 매워봤자 짬뽕인 것을 뭐 이리 호들갑인가 싶다. 생김새도 그동안 접한 짬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엄살들은, 하고 국물을 한입 떠서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고통은 시작된다. 맵고 맵고 또 맵다. 그런데 자꾸 손이 간다. 눈물 콧물 범벅으로 짬뽕을 먹던 이들과 동족이 된다. 해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격 대비 괜찮다. 고생스럽지만 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매운맛이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찾으면 바로 사라진다. 뜨끈한 국물 생각나는 계절이면 더 생각난다. 다만, 우리의 위장을 위해 짬뽕과 함께 할 우동이나 김밥도 반드시 함께하자. 우리는 소중하니까.

#2. 눈물 쏙 나는 매운 돈가스, 신대방 온정돈가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돈가스. 주말 가족 외식으로도 제격인 돈가스의 매운맛, 어디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이번에 '서울 매운맛'으로 소개하는 짬뽕이나 족발, 닭발, 떡볶이 등은 양념 자체에 매콤한 맛이 베이스로 들어있어 '매운맛'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에 비해 돈가스는 느끼한 맛이 기억될 뿐 매운맛은 잘 연상되지 않는다. 이런 편견(?)은 신대방 삼거리역 근처에 눈물이 찔끔 나는 매운 돈가스로 유명해진 <온정돈가스>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온정 돈가스의 매운(디진다) 돈가스. ⓒ 한국관광공사
온정 돈가스의 매운(디진다) 돈가스. ⓒ 한국관광공사

이미 TV 프로그램에 여러 번 소개된 <온정돈가스>는 돈가스 전문점이다. 정통 돈가스와 생선 가스부터 매콤한 양념 돈가스와 매운 돈가스(눈물쏙)를 갖췄다. 여기까지는 일반 돈가스 전문점과 별 차이를 찾을 수가 없다.

포인트는 메뉴판에 없는 매운(디진다) 돈가스. 주어진 20분 내에 모두 먹으면 공짜, 실패하면 2만원을 내야한다. 매운 것은 못 먹지만 대식가라면 대왕 돈가스에 도전해도 좋다. 역시 20분 내에 먹으면 공짜, 실패하면 2만원이다. 만만찮은 두 돈가스를 10분 내에 흡입하면 2번, 5분 내에 흡입하면 6개월 동안 이곳에서 무료로 돈가스를 맛볼 수 있다.

디진다 돈가스. ⓒ 한국관광공사
매운 돈가스. ⓒ 한국관광공사

처음부터 매운(디진다) 돈가스를 주문하기 보단 메뉴판에 있는 돈가스를 맛보는 편이 좋다. 모든 고객들에게 매운(디진다) 돈가스를 한 조각씩 서비스로 제공한다. 돈가스 한 조각을 1/4 조각으로 내서 입에 넣자 매운맛이 급습한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목과 얼굴이 뜨거워진다. ‘갤포스+우유 필수’라는 경고 문구는 괜한 게 아니었다. 일단 이 시식 돈가스를 맛보고 한판 주문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편이 좋겠다.

일반돈가스와 매운(디진다) 돈가스의 차이. ⓒ 한국관광공사
일반돈가스와 매운(디진다) 돈가스의 차이. ⓒ 한국관광공사

#3. 맛있게 매워요, 창신동 매운족발

족발에 매운 양념을 더할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도넛에 설탕을 바른 것'과 맞먹을 만한 요리가 아닐까 싶다.
창신시장 골목 한켠을 채우는 창신동 매운족발. ⓒ 한국관광공사
창신시장 골목 한켠을 채우는 창신동 매운족발. ⓒ 한국관광공사

그냥 족발은 좀 심심한 느낌이 없지 않은데 매운 족발은 딴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일단 고기인 만큼 든든하고 씹는 맛도 있다. 여기에 매운맛을 덜어줄 주먹밥까지 더해지니 식사로도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대식가인 기자도 배부르게 먹을만한 넉넉한 양도 갖췄다. 자꾸 손이 가는 감당할 만한 매콤한 맛이다.

동대문역이나 동묘앞역에 내려서 창신시장으로 들어서 초입을 지나면 바로 나오는 <창신동 매운족발>. 이곳이 본점이다. 시장초입부터 족발에 양념을 발라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냄새가 기가 막히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고 든든해진다.

매운족발석쇠 한상. 매울 맛을 덜어줄 주먹밥도 준비 돼 있다. ⓒ 한국관광공사
매운족발석쇠 한상. 매울 맛을 덜어줄 주먹밥도 준비 돼 있다. ⓒ 한국관광공사

살코기를 좋아한다면 석쇠족발이나 모듬족발을 쫀득한 콜라겐 부위가 더 좋다면 미니족을 주문하면 된다. 매운맛을 덜어줄 쿨피스가 준비되어 있다.

매운 미니족. ⓒ 한국관광공사
매운 미니족. ⓒ 한국관광공사

<신길동 매운짬뽕>이나 <온정돈가스>처럼 머리에서 땀이 송송 솟아나는 ‘강력한 한방’ 대신 가만가만 입술을 따갑게 만드는 뭉근한 매운맛이 매력적이다.

#4. 고추 먹고 맴맴, 동대문 엽기떡볶이

진정으로 매운 맛을 원한다면 ‘엽떡’으로 불리는 <동대문 엽기 떡볶이>가 있다. 혀가 얼얼해지는 매운맛이지만 멈추지 못하고 자꾸 먹게 된다. 먹고 난 후에는 하루 정도 화장실에 들락날락 거릴 각오를 해야 하지만 스트레스가 높아질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동대문 엽기 떡볶이>. 매운 것도 정도가 있다며 화를 내는 이들도 있다지만 한번 이곳에 발을 디뎠다면 언젠가 그 맛이 다시 생각날 것이다. 그만큼 중독성 강한 매운맛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라도 그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강력한 맛이다.
매운 떡볶이 대표 명사 '동대문 엽기떡볶이'. ⓒ 한국관광공사
매운 떡볶이 대표 명사 '동대문 엽기떡볶이'. ⓒ 한국관광공사

계란찜과 주먹밥은 필수, 여기에 슬러시를 더해 끝없이 입안을 달래야 한다. 땀을 뻘뻘 흘리다 보면 어느새 고민거리는 사라지고 입안과 입술 통증만 남는다. 그래도 맛있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단, 아무리 의욕이 넘쳐도 수저로 국물을 떠먹는 것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매운맛을 덜어낼 지원군 계란찜과 주먹밥. ⓒ 한국관광공사
매운맛을 덜어낼 지원군 계란찜과 주먹밥. ⓒ 한국관광공사

떡볶이 가격치고 높은 편이지만 양이 많다. 면 사리를 하나 추가하면 3~4명이서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세트메뉴를 선택하면 약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5. 맛있게 매운 방이동 이진자 닭발

혹시, 닭발 좋아하십니까? 생긴 것은 참 오묘하고 징그럽기도 하지만 일단 한번 맛을 보면 생김새가 주던 약간의 멈칫거림은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왜 그리 많은 이들이 닭발을 찾았던지 절로 이해가 된다. 맛있다. 뼈가 있는 닭발은 뼈를 발라먹는 재미가 있고, 무뼈 닭발은 편하게 한입에 먹을 수 있어 찾게 된다. 각자 기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닭발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통뼈가 낫지 않을까. 이 닭발에 매운 양념을 더했다. 안주로도 반찬으로도 끝내주는 매운 닭발이다. 두둥!
 
이진자 닭발. ⓒ 한국관광공사
이진자 닭발. ⓒ 한국관광공사

매운 족발과 마찬가지로 닭발도 매운맛을 덜어주면서 속쓰림을 막아줄 주먹밥은 필수다. 방이동 먹자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이진자 닭발>은 알음알음 알려진 닭발 전문점. 20분 전에 전화해두면 서너명이 든든하게 맛볼 수 있는 닭볶음탕도 괜찮다. 그냥 나오는 닭발도 매콤하지만 더 강력한 매운맛을 원한다면 주문할 때 ‘맵게 해달라’고 하면 조절이 가능하다.

양념 옷을 입은 닭발은 석쇠 사이에 넣어 직화로 구워낸다. 요리 조리 돌려가며 구워낸 닭발은 불맛이 더해져 강력해진 매운 맛을 자랑한다. 주인장인 이진자 사장님 혼자 주문도 받고 요리도 하고 계산도 하는 1인 음식점이라 기다림은 각오해야 한다. 또 영업시간이 유동적이니 미리 전화로 확인해두는 편이 좋다. 시스템은 갖추지 못했지만 닭발 맛 하나로 알음알음 단골들이 찾아오는 숨은 맛집이다. 방이중학교 옆 골목에 자리한다.

석쇠구이로 알맞게 익은 닭발. ⓒ 한국관광공사
석쇠구이로 알맞게 익은 닭발.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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