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한복 입은 '내숭녀' 김현정 화가
[기자가 만난 사람] 한복 입은 '내숭녀' 김현정 화가
  • 남하경 수습기자
  • 승인 2019.10.17 17:31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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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우면서도 진정성을 담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김현정 화가가 기자와 인터뷰 하기 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어요. ⓒ 남하경 기자
김현정 화가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어요. ⓒ 남하경 수습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10월 11일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김현정 화가를 만났어요.

 

◆ 김현정 화가님이 생각하는 한복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집에서도 한복을 자주 입으시나요?

◇ 저는 한복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화려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게 어렵거든요. 그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고요.

처음부터 제가 한복을 입고 활동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단지 (그림의) 소재였어요. 한복은 고름 방향이 기생이 하는 방향인가, 아니면 치마를 어느 쪽으로 돌려입어야 하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생겨요.

그런데 제가 매일 입는 게 아니니까 어떤 날엔 잘못 그렸던 적이 있었어요. 한복장인 선생님께서 제 전시를 보시면서 "왜 이렇게 그렸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예를 들면 치마를 오른쪽으로 돌려입으면 양반이 입는 방향이고 왼쪽으로 돌려서 오른손으로 잡고 있으면 기생이 입는 방식이었는데 저는 기생이 입는 것처럼 그리게 된 거죠.

내가 그리는 그림의 소재에 대해서 이렇게 모르는데 뭘 그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많이 입어보자! 그러면 어떤 게 편한지, 어떤 게 불편한지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사실 처음에는 한복이 너무 불편해 보였거든요?

예쁘긴 해도 여기가 (위쪽이) 너무 꽉 조이기도 하고 긴 치마폭이 불편했어요. 근데 지금은 교복처럼 아주 편해졌어요.

그래서 '아, 어떤 색깔을 입지?' 하면서 고민하고 추우면 누빔 한복을 입는다든가 더우면 모시 한복을 입는다든가 하는데 제가 가진 한복이 50벌 있거든요? 엄청 많죠? 위아래만 바꿔입어도 옷의 가짓수가 훨씬 많아지잖아요. 이젠 한복도사가 되었어요, 도사. (웃음)

집에서는 한복을 예쁘게 입기는 불가능해서 잘 안 입어요. 간편복으로 만들어진 생활한복 같은 건 최대한 입지만 평균 일주일에 세 번 정도만 입어요.

김현정 화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이에요. ⓒ 남하경 기자
인터뷰 중인 김현정 화가의 모습이에요. ⓒ 유선우 사진기자

◆ 젊은 여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지는 않으셨나요? 예를 들면 어린아이나 할머니 같은?

◇ 저는 제 그림 속의 여성을 편하게 '내숭녀'라고 부르거든요. '내숭녀‘는 제 자화상이기도 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허세남은 안 그리냐?"라고 하세요.

직접 모델을 구하거나 친구에게 부탁해서 그릴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현대미술에선 작가와 작품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많은 분들이 더 재밌게 봐주시고 저도 진정성 넘치게 그릴 수 있으니까요. 그림을 그릴 때 저에게 좀 더 의미 있는 남성분이 생기면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결혼을 한다든가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그림에도 나올 것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같이 살지 않았기 때문에 제 그림의 소재로 못 나왔고 부모님은 그린 적이 있어요. 제가 8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거든요.

어릴 때부터 가족들을 많이 그렸던 것 같아요. 지금은 우리 가족들이 그림에 나오고 싶어 하지 않아요. 제가 저를 위트 있게 그리는 건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들을 위트있게 그리려면 일일이 물어봐야 하는데 굉장히 번거롭거든요. (웃음)

김현정 화가와 인터뷰 후 사진을 함께 찍었어요. ⓒ 남하경 기자
인터뷰 후 김현정 화가와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혹시 음악 듣고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하세요? (기자 : 네!)

노래를 잘 부르려면 많이 불러야 실력이 늘잖아요. 그런 것처럼 미술 역시 그림을 많이 보고, 많이 그려보면 금방 늘더라고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도 해야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해요.

‘가수처럼 잘 불러야 돼!’ 하는 강박이 없으니까 노래방에서 춤추고 즐겁게 놀 수 있지만 ‘나도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행히도 미술에는 세밀화, 퍼포먼스 아트, 그 외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거든요.

너무 잘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느낌 가는 대로.

‘즐기는 자가 결국 이긴다’는 말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너무 긴장하지도 마세요.

 

* 현재 남하경 수습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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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019-10-22 13:05:19
재밌게 기사 잘봤어요 ^^

최은숙 2019-10-18 19:39:28
좋은 기사를 제공해주시는 휴먼에이드에 감사드려요.^^ 매우 유익했습니다.

이은경 2019-10-18 19:29:54
즐기는 자가 결국 이깁니다. 맞습니다! 즐기며 즐겁게 살아요!

김양순 2019-10-18 18:20:04
남기자님 평범한듯 평범하지않는 기사 감사해요

도상윤 2019-10-18 15:40:01
좋은 기사네요~~~

모두가 힘내는 세상이 되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