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에 114년 전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이 차려졌어요
덕수궁에 114년 전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이 차려졌어요
  • 박마틴 기자
  • 승인 2019.12.02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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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식 상차림으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했어요
국빈연회에 올랐던 음식들을 배울 수 있는 '황제의 식탁' 쿠킹 클래스 포스터예요. ⓒ 박마틴 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서울 덕수궁 대한제국 역사관에서 '대한제국 황제의 식탁'이 전시되고 있어 지난 11월20일 다녀왔어요.

19세기말 조선은 개항과 함께 문호를 개방했고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르며 부국강병을 위해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어요.

당시 공식 연회에서는 외국인에게 서양식 코스 요리를 대접했다고 추정해요.

대한제국 서양식 연회장을 재현한 석조전 대식당 모습이에요. ⓒ 박마틴 기자

그러나 최근 미국 뉴욕 공공도서관에서 서양식이 아닌 궁중한식으로 차려진 고종 황제의 오찬 식단표를 찾았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1905년 9월20일 고종은 덕수궁에서 미국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를 포함한 아시아 순방단원들과 오찬을 함께했어요.

이 행사는 황제가 처음으로 여성과 식사한 자리라는 내용이 적혀 있고 오찬 음식에는 골동면(비빔국수), 열구잡탕(신선로), 전유어(생선전), 숙실과(한과) 등 20가지 음식이 들어 있어요.

이것은 단순한 밥상이 아니라 서구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외국인들과 친분을 쌓는 외교적 역할을 하는 자리였어요.

국빈에게 대접한 대한제국 황실 오찬식단에 들어있는 음식들과 오얏꽃무늬 한식 그릇이 전시되어 있어요. ⓒ 박마틴 기자

고종의 오찬 상차림은 서양식이 아니라 왕실 문양의 배꽃무늬 그릇에 담긴 전통 한식으로 차려져 대한제국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음을 말해주고 있어요.

옛것을 근본으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라는 고종의 '구본신참'의 철학이 식탁 위에도 적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 현재 박마틴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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