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약국은 이미 전쟁터
"6.25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약국은 이미 전쟁터
  • 허지선 기자
  • 승인 2020.03.06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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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도 반납, 약사들의 고된 하루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모습 ⓒ 휴먼에이드포스트

[휴먼에이드포스트] 마스크로 시작하고 마스크로 끝나는 하루.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요즘 약국의 일상입니다. 빗발치는 마스크 문의전화와 줄지은 행렬에 몸도 마음도 지치는 하루하루지만 무엇보다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손님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들입니다.

"약사님은 마스크 쓰고 있으면서 없다고 하는 거죠?", "단골인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 등 수많은 말들이 오가지만, 말과 행동을 묵묵히 삭히며 전쟁과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약국 문을 열기 전부터 약국 앞에 줄 서 있는 손님들을 응대하느라 바쁘고 지치는 것보다 팔 수 있는 마스크가 없어 그냥 돌려보내야 하는 환자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더욱 힘들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불쑥 찾아간 한 약국의 약사 마스크는 누렇게 색이 변하고 얇디얇은 천은 너덜너덜 낡았습니다.

판매할 마스크도 없는 판에 겨우 들어온 새 공적 마스크를 쓸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지인 한 분이 안스러운 마음에 마스크 하나를 약사님에게 건네고 떠났습니다. 지인이 두고 간 마스크로 바꿔쓸려는 찰나, 계산대에 올려진 마스크가 보이자 고객 한 분이 그 마스크를 가리키며 구매하고 싶다고 합니다.

약사라는 명예는 '봉사'라는 철칙이 붙기 때문에 절실히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팔지 못하는 것을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약사님은 제 손에 쥐어진 마스크마저도 손님에게 건네 드립니다.

'공적 마스크 품절'이라고 써 붙여놔도 긴 줄 행렬이 끝이 없는 게 일상인 요즘, 매일 편하게 새 마스크를 착용하는 약사님이 과연 있을까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약국에 '마스크품절' 공지를 붙인 모습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약국에 '마스크품절' 및 손소독제 품절공지를 붙인 모습 ⓒ 휴먼에이드포스트 

이러한 상황에, 대구 지역 최전방에서도 의료진들이 지쳐 쓰러져 자는 모습이 포착돼 전 국민들에게 안타까움을 주었습니다. 이후 의료진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식사라도 제대로 하게, 기부뿐 아니라 커피차, 김밥 등을 보내는 응원의 물결로 가득합니다.

민생안전을 위한 마스크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를 보고 있자면 누구나 답답한 심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 의료진에 대한 원망보다는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 하는 이들에게 따듯한 한마디 건네는 지혜로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내일 아침은 거짓말처럼 전국의 모든 약사님들과 국민들이 깨끗한 새 마스크를 꺼내 착용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상을 시작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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