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생리가 없길래 산부인과에 갔더니
두 달간 생리가 없길래 산부인과에 갔더니
  • 박희남 기자
  • 승인 2020.03.13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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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성 난소 증후군 난임 원인 될 수도 있어
다난성 난소 증후군 환자는 전 여성 인구의 4~5%(8-11%)에 달한다. ⓒ 아이클릭아트
다난성 난소 증후군 환자는 전 여성 인구의 4~5%(8-11%)에 달한다. ⓒ 아이클릭아트

[휴먼에이드포스트] 꽃 같은 그녀에겐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들쭉날쭉한 생리 때문에 그녀는 언제나 쫓기듯 불안하다. 팬티에 피가 점점이 묻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예 두세 달을 건너뛴다. 한번 시작하면 무섭게 쏟아진다. 그런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도대체 알 수가 없다. 팬티라이너로는 감당할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생리대를 일 년 열두 달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녀에게는 더욱 곤란한 문제도 있다. 털, 그녀는 털이 많다. 오늘도 그녀는 여성용 면도기로 다리에 삐죽삐죽 솟아나는 털을 민다. 털들도 이젠 제법 굵어졌다. 사각사각 털이 깎이는 소리가 처음에는 그토록 혐오스러웠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는 그녀. 물론 다리에만 털이 많은 것은 아니다. 코밑도 시컴시컴한 것 같고, 얼굴에 털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녀는 심각하게 면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노래방의 그녀는 허스키 음성, 굵은 목소리다. 물론 악을 쓰면 올라가지만, 고음 처리에 애를 먹는다. 동료 여사원들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성격에도 맞지 않지만, 사실 잘 나오지도 않는다.

그녀에게는 드러내놓고 하는 고민도 있다. 비만이 그것이다. 그녀는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운동, 다이어트, 침, 뜸, 무슨 무슨 비디오, 막 빼줘 학원 등등을 섭렵했지만, 아뿔싸, 돈만 날렸다. 그런데 한 가지 그 살들의 분포가 다른 여자들과 조금 다르다. 한마디로 근육질이다. 어깨와 팔뚝의 힘은 웬만한 남자들과 맞 먹는다. 여자끼리의 팔씨름은 져본 적이 거의 없다.

그녀는, 전 여성 인구의 4~5%(8-11%)에 달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환자다. 환자들의 절반 정도가 생리 장애를 보이고, 75%에서 불임증을 보이고, 약 25%에서 비만을 호소한다. 작은 낭포낭에서 발생하는 남성호르몬의 양이 많아서, 다모증이나, 여드름, 지루성 피부염들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밖에도 집중력 저하, 가슴 크기의 감소, 성적 욕구의 지나친 증가, 또는 감소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가장 큰 문제는 당뇨병 발생이라든가, 자궁내막암, 심장병 발생률의 증가 등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발생원인은 아직 명쾌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 아이클릭아트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발생원인은 아직 명쾌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 아이클릭아트

다낭성 난소 증후군의 발생원인은 아직 명쾌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난소에 여러 개의 작은 낭포가 생겨서 생기는 산부인과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로 인한 당뇨의 발생, 남성호르몬의 증가가 유발하는 고지혈증의 발생, 그로 인한 심장병 발생의 증가로 파악하고 있다.

진단은 무엇 하나만을 기준으로 하지 못한다. 임상 증상, 혈액검사, 초음파 소견을 바탕으로 진단한다. 혈액검사에서 황체화 호르몬(LH)의 수치가 올라가고, 테스토스테론 등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올라간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보다 높게 나타난다. 초음파 소견으로는 난소 가장자리를 따라 직경 10 mm 이하의 작은 낭종들이 8~10개 이상 늘어서 있다. 물론 정상 여성들도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초음파 영상만으로 진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고, 임상 증상이나 혈액검사 등을 참조한다. 난소의 크기가 증가하여 있어서 정상 여성보다 1.5배에서 3배정도 커져 있다. 최근에는 난소의 용적을 측정할 수 있는 입체초음파(3D)가 임상에 이용되고 있다.

치료는 환자가 가장 심하게 호소하는 증상에 주안점을 맞춘다. 즉 내과, 피부과, 산부인과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다른 과와 협진을 한다. 생리불순의 치료는 호르몬 치료를 한다. 임신을 위해서는 배란 유도를 하고, 인슐린 저항성의 치료를 위해서는 경구용 당뇨병 약인 메트폴민 같은 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을 인슐린 저항성의 증가로 생각하고 있다. 인슐린 저항성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가장 손쉬운 것이 체중 감량이다. 비만한 여성이라면 자기 체중의 5% 정도를 감량하는 것으로 불순했던 생리가 돌아오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티에 피가 묻어 나와서, 생리불순으로, 또는 임신이 되지 않아서 산부인과를 찾아간 그녀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아주 흔하지만 아직은 많이 알려진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움말_청화산부인과 박종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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