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클래식은 잘 몰라도 베토벤의 '영웅'과 '합창'은 알아요"
북리뷰-"클래식은 잘 몰라도 베토벤의 '영웅'과 '합창'은 알아요"
  • 송창진 기자
  • 승인 2020.03.30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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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최은규 지음)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베토벤 × 최은규' 책 표지에요.ⓒ (주) 북이십일
《베토벤X최은규-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책 표지예요. ⓒ (주)북이십일

[휴먼에이드포스트] 베토벤은 하이든, 모차르트와 함께 고전주의 3대 거장이지만, 고전주의 시대의 문을 닫고 낭만주의 시대의 문을 연 위대한 작곡가예요. 

베토벤의 시대에는 새롭게 부상한 시민계급과 변화하는 귀족 사회의 취향에 부합하는 음악을 내놓았기 때문에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어요. 그는 특유의 비장미와 격정적인 표현을 담은 음악인으로 청중들을 매혹시킨 자유 음악가였어요.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베토벤 음악회가 계획되어 있다고 해요. 수많은 현대 음악가들이 베토벤의 예술 언어를 재해석하여 무대에 올릴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독일의 작곡가 베토벤이 성악과 기악을 넣은 미사곡 '장엄 미사'를 작곡하는 모습이에요. ⓒ 네이버 이미지
독일의 작곡가 베토벤이 성악과 기악을 넣은 미사곡 '장엄 미사'를 작곡하는 모습이에요. ⓒ 네이버 이미지

이 책의 저자 최은규는 KBS 클래식 FM <FM 실황음악>의 진행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칼럼니스트로 활발히 활동중이에요. 그는 독자들이 250년 전 인물인 베토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인간 베토벤’의 모습에 주목했다고 해요. 
이 책에는 베토벤처럼 연주자 생활을 하다가 건강에 이상이 생겨 평론가의 길을 택한 저자 자신의 경험이 생생하게 녹아 있어 수백 년이라는 시차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의 이야기가 더욱 현실감있게 느껴져요. 

베토벤의 성공 뒤에는 당대 빈 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청중의 등장, 귀족들의 열광적인 지지 같은 요인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내면의 소리였어요.

비록 그는 청력을 잃었지만 그 대신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탁월한 내면의 귀를 얻었어요. 이처럼 강인한 정신과 윤리의식을 물려준 어머니 마그델레나는 베토벤에게 훌륭하고 친절했으며 최고의 친구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어요.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은 주제를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방식과 소나타와 협주곡에서 드러나는 교향악적인 원리, 혀를 찌르는 표현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 등 베토벤에게 영향을 주었어요. 하이든의 생일 기념 콘서트 날,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공연에 참석한 베토벤은 무릎을 끓고 하이든의 손과 이마에 열정적으로 키스를 해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어요. 

아버지에게 피아노를 배운 그는 음과 음 사이를 연결해 선율의 흐름을 강조하는 방식인 레가토 주법으로 연주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어요. 기교는 물론 즉석에서 곡을 만들어내는 풍부한 상상력과 창조력의 즉흥연주 1인자였어요. 귀족의 살롱 음악회에서 음악 애호가들과 교류하고, 궁정 음악가로 생활하며 앙상블을 체험했어요. 

베토벤은 프랑스의 장군 나폴레옹의 영웅적인 정신에 매료되어 교향곡 3번 <영웅>을 쓰기 시작했으나,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함으로써 분노한 나머지 영웅 악보 표지를 찢어버렸다고 해요. <영웅 교향곡>은 오케스트라의 악기 편성과 3대의 호른을 추가하여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며 3악장에 미뉴엣 대신 스케르초를 넣은 충격적인 불협화음으로 유명해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9번 <합창>은 그가 30년 가까이 구상하여 완성한 것으로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지은 곡이자 마지막 교향곡이에요. 그리고 성악과 기악을 넣고, 마지막 4악장에 울려퍼지는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통해 자유와 평등 그리고 화합과 인류애 같은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곡이에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국립오페라단은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교향곡  <전원>과 <합창>, 국립합창단은 베토벤 <장엄미사>를 공연할 예정이라고 해요.  

베토벤을 일으켜 세운 것은 '성공'이 아니라 예술이었어요. 예술이야말로 자신을 살아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어요. 

 

* 현재 송창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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