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아빠가 아이들과 놀아주기 힘든 진짜 이유
[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아빠가 아이들과 놀아주기 힘든 진짜 이유
  • 신우석 놀자!딸육아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4.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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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에이드포스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딸이지만, 엄마 없이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면 함께 놀아주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놀아주기 시작한 지 십 분도 되지 않아 울고 짜증을 내거나 다시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가끔은 화가 날 정도로 섭섭할 때도 있고요. 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놀아주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요?"

오늘날 아이를 키우는 많은 아빠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아이와 좀 놀아주기마저 어려워하는 아빠의 모습에 엄마들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젓기 일쑤지만, 아빠들이 이런 난관에 부닥치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아이에게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전 세대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과는 다른, 마땅한 롤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만약 아빠에게 '아이들과 손쉽게 놀아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가득 담긴 마법 상자' 같은 것이 주어진다면 과연 문제가 해결될까?

아이와 놀아주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빠들을 위해 육아서적이나 온라인 칼럼 등에서는 수많은 놀이법을 소개하고 있다. 엄마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신체를 이용한 놀이부터 재활용품을 활용한 놀이, 자연을 이용한 놀이 등등, 이미 널리 알려진 것들만 모아도 전화번호부 두께의 책을 몇 권이나 만들고도 남을 만큼 셀 수 없이 많은 놀이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런 자료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거나, 실천하지 않는 아빠의 게으름이 문제일까?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게다가 친구 같은 아빠가 되는 건 더더욱 처음이라서."

아마 아빠로서의 경험 부족이 원인이라는 이런 말에 크게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아빠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놀이법에 서투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아빠 스스로 육아의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향성은 단지 원하는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으로는 세워지지 않는다. 어디론가 차로 이동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때를 생각해 보자. 아무리 목적지를 정확하게 설정했더라도 현재 위치가 파악되지 않으면 제아무리 정교한 내비게이션이라 하더라도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은 바로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오늘날 아이를 키우는 많은 아빠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 아이클릭아트
오늘날 아이를 키우는 많은 아빠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이다. ⓒ 아이클릭아트

먼저, 지금 아이와 '놀아준다'0라는 표현에 스스로 얼마나 익숙한지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골프나 낚시 등등 스스로 즐길 수 있는 활동을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놀아준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오로지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과 노력을 들일 때만 그런 표현을 쓴다. 그렇다면,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 수준에 맞는 유치한 놀이가 아빠에게 즐거울 리가 없지 않은가?'

물론 맞는 말이다. 더욱이 딸을 가진 아빠라면 아이가 가장 좋아할 만한 인형 놀이나 역할 놀이가 아빠의 성향에도 딱 맞는 즐거운 놀이가 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하지만 자신에게 즐겁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해도 그것은 억지 노동이 될 뿐이다. 그리고 아이는 그런 아빠의 마음을 귀신같이 파악한다.

특히 딸이라면 나이는 어리지만, 여성 특유의 육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어 아빠의 표정이나 말투, 그리고 행동 하나에서부터 아빠의 진심을 몸으로 느낀다. 힘든 일과에 지쳐 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아이를 위해 열심히 놀아줬는데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울고 짜증을 내거나 아빠를 팽개치고 엄마를 찾아 등을 돌리고 만다면, 그 이유는 바로 '아빠는 나와 노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는구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빠 관점에서는 그런 상황이 억울하고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를 대하는 아빠의 마음이다.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아이가 아빠의 진심을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것이 바로 놀아주는 아빠가 아닌, 함께 즐겁게 노는 아빠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먼저 놀이를 생각하는 관점부터 바꿔보자. 놀이는 단지 아이의 지루한 시간을 없애주기 위한 수단이 아닌 애착 형성을 위한 필수 도구다. 놀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빠와 아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어 한다.

만약 지금껏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에 아빠를 억지로 끼워 맞춰 놀아주고자 노력했다면, 이제부터는 그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아빠가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보자. 우선 아이를 개념에 두지 않고 아빠가 평소에 즐기고 있거나, 하고 싶었던 것을 리스트로 작성해보자. 그다음에 그중에 아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판단해 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평소 가져보지 못했던, 아빠 자신의 성향과 아이의 성향 모두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이와 함께 즐길 적합한 놀이를 찾았다면, 남은 것은 아이와 함께 놀이에 뛰어드는 것이다. 만약, 기대했던 것만큼 아이가 놀이 자체에 흥미를 보이지 않더라도 괜찮다. 자신과 함께하는 놀이를 진심으로 즐기는, 전과 다른 아빠의 모습을 통해 아이는 이미 아빠의 진심을 느끼고 애착을 쌓아가기 시작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아닌, 아빠의 진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마치 연애하던 시절, 겪어보기 전에는 얼마나 재미있을지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데이트 코스를 짜던 그때처럼, 어떤 놀이를 할지를 고민하는 과정조차 아이와 함께 즐기는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우석 소장 ⓒ 휴먼에이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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