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광야의 끝자락 '니히 숨바 리조트'
세상의 끝, 광야의 끝자락 '니히 숨바 리조트'
  • 박재아 편집위원
  • 승인 2020.04.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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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니히 숨바 리조트 전경 ⓒ 니히 숨바(nihi.com)
하늘에서 내려다 본 니히 숨바 리조트 전경 ⓒ 니히 숨바(nihi.com)

[휴먼에이드포스트] 니히 숨바의 별명은 ‘광야의 끝(The Edge of Wildness)’이다. 발리에서 비행 편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숨바 섬의 끝자락에 있기 때문이다. 발리섬 면적의 2배가 넘는 큰 섬이지만 숲과 산, 논밭이 풍성한 발리와는 달리 숨바섬은 사바나 기후와 가까운 거칠고 척박한 섬이다. 숨바섬의 탐보라카 공항(Tambolaka)에서 리조트까지는 전용 차량으로 1시간30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니 고되고 머나먼 여정이다.

세계적 여행전문지 <트래블앤레저(Travel+Leisure)>는 니히 숨바 리조트를 2016·2017·2019년 ‘세계 최고의 호텔(Best Hotel in the World)’로 선정했다. 2017년 말 발리 화산 분화 사건이 없었다면 4년 연속 뽑혔을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텔레그레프> <콘데나스트 트레블러> 등의 매체도 극찬을 아끼지 않은 리조트다.

그런데, 광고나 TV프로그램을 통해 한번이라도 ‘니히 숨바'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세계 최고의 리조트’라는 이름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니히 숨바가 단 한 번도 글로벌 호텔 체인과 제휴를 하거나 경영관리를 받은 적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없는 자체 브랜드를 ‘지속가능’과 ‘공생’ 철학으로 경영하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린 것이다. 

정성과 교감으로 시작되는 여행

니히 숨바가 왜 세계 최고의 리조트인지 그 이유를 한두 가지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니히 숨바의 친환경 시설, 극진한 서비스, 압도적 풍경…이것들이 전부는 아니다. 니히 숨바에는 다른 럭셔리 리조트가 갖지 못한 자신만의 신념이 있다.
니히 숨바와의 교감의 시간은 출발 2주일 전부터 시작된다. 담당 버틀러가 출·도착 동선과 리조트에서 즐길거리, 유의사항 등을 아주 꼼꼼히 메일로 적어 보내준다.

발리 공항에서 리조트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구간에 전담 직원이 밀착 동행한다. 수화물 표와 실물까지 모두 사진을 찍어 숨바 공항과 리조트로 보내 짐을 잃어버리거나 체크인에 실수가 없도록 챙겨준다. 공항에 내리면 대기 중인 전담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오픈 사파리 차량(open-air safari vehicles)에 탑승한다. 숨바섬의 독특한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일종의 ‘숨바 섬 미니투어’로 일정을 시작하는 셈이다.

공항에 내리면 대기 중인 전담 직원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 니히 숨바(nihi.com)
공항에 내리면 대기 중인 전담 직원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 니히 숨바(nihi.com)

약 1시간30분을 달리면 2.5km에 달하는 광활한 해안(Nihiwatu beach)에 도착한다. 비참할 정도로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숨바 사람들의 삶의 터전과 몇 달간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아 말라비틀어진 초원의 끝자락에서 이 압도적인 광경을 마주하는 순간 차량에 탑승한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투숙객이 리조트 내에서 소비하는 물품은 대부분 섬에서 생산된다. 니히 숨바는 현지인을 고용해 제조 과정을 교육하고 소규모 공장도 세웠다. 발리에서 값싸게 들여올 수도 있지만 굳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산업기반을 닦아 현지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준 것. 이는 일방적인 공헌이 아닌 공생이다. 공을 들인 만큼 품질도 뛰어나다. 숨바섬에서 직접 재배 가공한 커피는 풍미가 깊고, 리조트 안의 자체 초콜릿 공장에서 만든 초콜릿은 신선하고 진하다. 

인생을 바꾸는 여행

여행은 나 자신을, 또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묵게 될 숙소의 창업자가 어떤 철학으로 직원과 고객을 대하며, 어떻게 사회에 공헌하는지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숨바섬은 인도네시아를 이루는 약 1만8,000개의 섬 중 가장 가난하고,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HDI)가 가장 낮은 섬이다. 니히 숨바 리조트는 원래 서 숨바 지역의 한 유지가 3채의 빌라로 시작한 그저 그런 3성급 숙소였다. 그러다 패션계의 거물인 미국인 사업가 크리스 버치(Chris Burch)의 ‘비상식적인 투자’로 숨바섬은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맞는다.

니히 숨바, 숨바 정부, 그리고 숨바 재단(Sumba Foundation)은 서로 손을 잡고 인재개발과 관광지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많은 수익을 남기기 보다 더 급하고 더 중요한 문제, 즉 이 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고, 질 좋은 영양분을 섭취하며 질병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숨바 재단은 일반인의 기부로만 사업을 진행한다. 크리스 회장은 이 재단의 마중물이 되어 주었다. 니히 숨바에서 재단의 행정과 운영비용을 책임지기 때문에 모든 기부금 전액은 지역사회를 돕는데 사용된다. 소중한 기부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처음부터 재정을 분리시킨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80여 개. 중점 사업은 식수 공급, 말라리아 퇴치와 교육이다. 숨바 재단에서 교육받고 건강하게 자라난 아이들은 장차 훌륭한 인재가 되어 숨바에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가족과 마을을 살리고, 또 다른 누군가를 돕게 될 것이다. 니히 숨바에서 일하는 직원의 약 90%가 숨바 재단에서 교육받은 현지인이다.

숨바섬의 사람들 ⓒ 니히 숨바(nihi.com
숨바섬의 사람들 ⓒ 니히 숨바(nihi.com

전통을 보듬는 개발

숨바 재단은 숨바섬 주민이 그간 지켜온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동시에 그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예를 들어 숨바의 전통 가옥 개조 사업이 그렇다. 이 지역의 전통 가옥은 주로 4층 구조다. 1층에는 돼지, 닭, 개 등 가축이 살고, 2층에는 공용 공간, 방과 부엌을 둔다. 3층에는 곡식을 저장하고 4층은 지붕 아래 조상신 마라푸(Marapu)와 영적으로 교감하기 위해 비워 둔 신성한 장소다. 동물과 인간, 식량과 신이 한 집에 공생하는 전통가옥은 숨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표현한다. 조상신에 대한 신앙이 깊어 지붕이 높은 집은 6미터에 이른다. 아무리 현대화되어도 그들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의식주 방식이다. 

상하수도 설비를 갖추지 못한 전통 가옥에 사는 어린아이와 여성들은 수km를 걸어 물을 길어 날라야 한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와 노인들은 동물과의 접촉으로 질병에 감염될 수도 있다. 또한 창문이 없어 환기가 안 되는 집 안에서 나무를 태워 요리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만성 호흡기 질환에 시달린다.

숨바 재단은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목재 땔감을 제공하고, 호흡 측정을 통해 전후의 차이를 수치로 보여주어 스스로 깨닫고 개선하도록 돕는다. 전통 가옥을 새로 지을 때에는 물 저장탱크를 설치하도록 후원하여 현재 약 2만 7000여명의 주민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다. 땡볕을 지고 그 먼 길을 걸어 물을 길어 나르는 대신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현지 문화의 핵심과 생활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질병, 위생, 보건 등의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숨바 재단의 접근 방법은 지속가능의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숨바공항에 내린 박재아 인도네시아 관광청 한국지사장 ⓒ 니히 숨바(nihi.com
숨바공항에 내린 박재아 대표. ⓒ 박재아 제공

니히 숨바의 더 나은 지속가능한 여행으로

"내 여행이 내가 사는 지구에, 그 지역의 환경과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니히 숨바는 꽤 옳은 답을 제시한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 여행의 미래가 이곳에서 이미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렇다고 해서 진지한 활동만 내세우지도 않는다. 지속가능이란 너무나 당연한 요소이고 거기에 더해 럭셔리한 가치를 어떻게 선사할지도 고민한다. 투숙객은 단 27채뿐인 객실에 묵으며 최고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누릴 수 있다. 액티비티는 잊지 못할 경험으로 가득하다. 니히 숨바이기에 가능한 다음 두 가지 액티비티는 꼭 도전해보자. 광활한 절벽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2시간 동안 온몸의 휴식을 취하는 ‘사파리 스파(safari spa)’와 말을 탄 채로 바닷속에 들어가 자연을 느끼는 ‘말과 함께 수영하기(swim with horse)’다.

박재아_주한 태평양 관광기구(SPTO) 대표
박재아_주한 태평양 관광기구(SPTO)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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