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사람, 배우 김선영
'평온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사람, 배우 김선영
  • 김민진 기자 · 권용현 수습기자
  • 승인 2020.04.13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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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이 있는 연기란 무엇일까에 대해 늘 공부하고 해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배우 김선영은 기회만 된다면 전 장르를 다 경험해 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장소협찬_카페캠프통 압구정살롱

[휴먼에이드포스트] 작품 속 그녀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억센 엄마이기도 했다가 할 말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똑 부러진 며느리가 되기도 했다. 또 어느 날엔 남편의 출세가 곧 자신의 출세라고 믿는 북한판 내조의 여왕으로 분하기도 했다. 배우 김선영은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게 됐다. 

화려한 이목구비를 뽐내는 전형적인 미인형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한 마력이 있는 배우 김선영. 그녀는 촌각을 다투는 것처럼 줄곧 바쁘고 생동감 넘치게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며 활동했다. 굉장히 바쁜 일정만큼이나, 넘치는 에너지에 마냥 밝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만나 본 김선영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차분하고 평온했다. 조곤조곤 오고 가는 대화에 마음이 평온했고, 인터뷰는 곧 묘한 안정감이 내려 앉았다. 배우 한 명을 두고 상상만으로 멋대로 재단했던 것에 있어서 가슴 한쪽이 괜스레 뜨끔했다.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 배우 김선영에 대해 그 무엇도 함부로 상상하지 말 것. 
김선영에게 서슴없이 묻고 싶은 게 많아졌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휴식 같은 배우 김선영 

◆ 최근 근황이 궁금합니다.

◇ 영화 <내가 죽던 날>과 드라마 <꼰대인턴>을 촬영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곳에서 불러주셔서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참, 저도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처럼 딸 육아에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다작배우 중 한 명입니다. 다작 배우로서의 소신이 있으신가요?

◇ 일단 저는 연기를 쉬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은 것 같아요. 제게 많은 제의를 해주시는 부분에 있어서 항상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죠. 제가 생각하고 정해놓은 연기 철학에서 너무 벗어나지만 않으면, 대부분은 제의에 응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먼 미래에 대한 계획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상황과 작품에 집중하는 성격이에요. 지금 제가 걸어가는 이 길이, 꿈꿔왔던 바람이기에, 제게 주어진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사실, 재작년에 아주 잠깐 휴식 기간을 가졌던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딸도 어렸고, 심적으로 지쳐있어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감정 소모가 심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의도적으로 잠시 쉬었던 것 같아요. 쉬지 않으면 마음이 더 힘들 것 같았어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 재충전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지금은 힘내서 또 열심히 촬영하고 있습니다. 

 

◆ 그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셨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으신가요?

◇ 배우로서 모든 장르가 다 욕심이 나요. 기회만 된다면 전 장르를 다 경험해 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드라마 속 배우 김선영은 엄마, 고모, 이모, 아줌마 역할로 많이 등장하잖아요. 그 외에 많은 역할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하게 소화해보고 싶어요.

 

◆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신 것 같은데,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 그저 제게 주어진 것에 대해서 저만의 해석과 색깔로 표현하고자 노력할 뿐이에요. 어떻게 하면 진정성 있는 연기로 시청자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배우 김선영이 기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연기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어떤 점이 있으신가요?

◇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비슷한데, 일단 진정성이 있는 연기란 무엇일까에 대해 공부하고 해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배우는 궁극적으로 진정성 있는 연기를 위해 존재하는데, 보는 사람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요. 짜여 있기보다는 지금 일어난 상황처럼 보여야 보는 사람도 감동을 더 받을 수 있거든요. 
또 한 가지를 덧붙여 말하자면 진정성은 있되 재미를 잃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매력적이면서 보기에 볼만하고 흥미를 끄는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에 대해서 늘 고민 중이에요. 저 역시 지금도 배워 가고 있어요. 극 중 인물을 김선영이라는 사람을 통해서 실제로 있을법하다고 느끼게끔 하는 것이 제 목표인데 쉽지가 않네요. 스스로에 대한 불만으로 계속 갈등하고, 채찍질하고 있어요.

 

◆ 연기하면서 유난히 어려웠던 역할이 있으신가요?

◇ 역할로 규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어느 한 역할보다는 감정의 문제인 것 같아요. 땅끝까지 파고드는 슬픔을 표현해야 한다거나, 괴롭고 억울한 극한의 감정을 표출해야 하는 역할들을 소화해야 할 때 배우로서 어렵고 힘들죠. 
등장인물 캐릭터를 잘 살린 만큼 쉽게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도 많아요. 우울증이 걸린 역할을 소화한 배우가 실제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잖아요. 배우로 살아가는 삶이 멋지면서도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다행히 연극을 하면서 다양한 역할을 경험했고, 그 덕분에 감정을 극한상황으로 몰아가는 상황에도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반면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역할은 무엇인가요?

◇ 매번 처음 대본을 접하고 시작할 때는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구해요. 걱정도 많이 들고요. 그런데, 막상 또 역할에 몰입해 연기하다 보면 작품이 마무리될 때쯤엔 맡은 역할에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그동안 정말 쉬지 않고 많은 작품 속의 캐릭터들을 만난 것 같은데 꼽아보자면 1970년대 후반 대구를 배경으로 소녀들의 성장통과 사랑을 그린 작품 ‘란제리 소녀시대’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란제리 소녀시대’ 작품 속에서 자식들이 일류대에 가는 게 최대의 꿈인 억척 아줌마로 나왔는데, 쌍둥이 오빠인 봉수와 정희를 차별하는 듯하지만 딸 정희를 애틋하게 여기는 정희 엄마 역할을 연기하면서 많이 공감했던 것 같아요. 
또 <땐뽀걸즈>라고 거제도 여상 아이들이 아마추어 댄스대회를 나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도 잊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에요. 주인공 시은의 엄마 역할을 맡았는데 그 두 역할을 하면서 행복하기도 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이상하게 지금도 생각이 많이 나네요. 

 

 ◆ 명품배우, 신스틸러, 케미여왕 배우 김선영씨 이름 뒤에 화려한 수식어들이 따라붙습니다. 가장 듣기 좋은, 수식어가 있다면? 또 김선영씨가 뽑는 최고의 수식어 또는 듣고 싶은 수식어가 궁금합니다.

◇ 일단 그런 별명이 제게 붙는다는 것에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해요. 지금 거론된 수식어 모두 다 좋지만 ‘케미여왕’이라는 표현이 참 듣기 좋네요. 그만큼 배우 김선영이 함께 호흡 맞추는 상대 배우에게 믿음 줄 수 있는 배우라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저와 연기 했던 배우가 다시 또 저 김선영과 연기 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칭찬이 있을까 싶은데요. 조화가 잘 맞는다는 말은 배우에게 있어 언제나 듣기 좋은 표현이에요.

 

◆ 걸크러쉬 느낌이 강한데, 평소 김선영의 실제 성격이 궁금합니다.

◇ 제가 그래 보이나요? (웃음) 어느 정도는 비슷한 것 같아요. 평소 물불 가리지 않고 이거다 싶으면, 바로 직진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인지 성격이 급하기도 해요. 또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누구랑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고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인생의 유쾌함과 행복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해요.

 

◆ <응답하라 1988>의 고경표, <열여덟의 순간>의 김향기 등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에서 누군가의 엄마인 역할을 많이 맡으셨어요. 실제 김선영씨는 어떤 유형의 엄마인지 궁금합니다.

◇ 솔직히 말하면 멋진 엄마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일에 있어 그 감정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편이에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읽은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모두 표현하고 공감해줘요. 
물론,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일정을 지닌 엄마가 아니다 보니 가끔 예상 밖의 깜짝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죠. 사실 그럴 때면 아이가 좀 더 엄마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아이에게 많이 미안해요.

 

◆ 배우로서 함께 호흡 맞춰 보고 싶은 배우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 늘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한참을 고민하게 되는데,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제가 누군가에게 함께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쉽게 말하면 김선영이라는 배우가 다른 배우들에게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죠. 마음이 잘 통하고 혼자 있는 것보다 같이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배우라면 누구든지 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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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선영은 '진정성 있는 연기란 무엇일까'에 대해 늘 공부하고 해답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고 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연극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이세요. 연극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드라마나 영화는 연극과 달라요. 연극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희곡 즉, 문학을 이해해야 해요. 하나의 완벽한 문학을 연기로 발현해야 하는 일이 굉장히 섬세하고 어려운 일이거든요. 문학이 품고 있는 깊이를 연기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배우 자신도 공부가 많이 필요해요.
적어도 석 달 이상은 연구해야 해요. 작품을 다가서는 접근방법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다시 연극을 하게 되신다면 어떤 연극에 도전해보고 싶으신가요?

◇ 1995년도부터 시작했으니까, 연극을 굉장히 오래 하긴 했네요. 지금도 나베라는 극단의 대표로 연극을 제작하고, 출연 배우로서 연기하고 있어요. 연극은 절대 놓을 생각이 없어요. 내년 또는 내후년에는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연극배우로서의 김선영 모습은 또 다를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 혹시 배우로서 아직 보여주지 모습이 있으신가요?

◇ 저 역시 배우 김선영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저 자신도 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배우 김선영으로서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은 차차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 장황하고 거창한 것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평소에 좋은 연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태되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자만하고 교만에 빠진 순간 저 스스로 너무 실망스러울 것 같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인데, 대중들이 제가 하는 연기를 볼 때만큼은 아무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휴식 같은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 배우 김선영씨에게 연기란 무엇인가요?

◇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기하면서 싫증이 나거나 직업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매 순간이 즐겁고 신났던 것 같아요. 배우 김선영에게 있어 연기란, 글쎄요. 김선영이 하는 일 중에 가장 재미있는일 아닐까요?

 

기사 정리: 박희남 기자

* 현재 김민진 · 권용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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