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에이드포스트] 4월15일,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과의 인터뷰가 있었어요.
자신의 장애, 그리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주제로 관객들 앞에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개그를 펼치고 있는 한기명 씨는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긴장을 풀려는 듯 환한 표정으로 일행을 맞았어요.
인터뷰 내내 그는 평소 오르는 무대에서처럼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갔어요.
겉으로 보이는 장애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매우 유쾌하지만 때로는 진지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 저는 후천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제가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장애가 생겼는데, 우연히 TV에 나오는 ‘개그콘서트’를 보다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서 개그맨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 인터뷰하기 전에 긴장을 풀기 위해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신 것처럼 실제 무대에 오르기 전에 긴장을 풀기 위해서 하는 행동 습관이 있나요?
◇ 오르기 전에 하는 행동은 없지만 저는 무대에 올라가면 먼저 안경을 벗어요. (진짜 안경을 벗고) 안경을 벗으면 눈에 보이는 게 없거든요. (웃음) 안경을 벗으면서 그런 멘트로 시작을 해요. 그러면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 재능이 있는 장애인이 문화예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할까요?
◇ 저는 제일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연극배우가 되어서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무대공포증이 없어졌거든요. 자신감을 가지고 뭐든지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떠나는 기차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진행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지금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여행을 하는 걸 진행하고 있고요. 요즘은 기차를 타는 데 불편해 하는 장애인분들이 많이 계셔서 기차를 이용하지는 않고 있어요. 경기도 ‘누리버스(외진 곳곳의 마을을 모두 누린다는 의미의 버스정책으로 운행되는 경기도 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쉬고 있지만 작년 11월에는 여주에 있는 신륵사를 다녀왔어요. 제가 그런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보면 장애인들보다는 비장애인들을 많이 보게 돼요. 그래서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물리적인 한계 때문이었어요.
‘그렇다면 하루라도 장애인이 편하게 쉴 수 있고, 비장애인도 장애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모임을 만들자!’ 생각해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장애인들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ㆍ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것)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 코미디언을 하면서 가장 어렵거나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의 입장으로 주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런 것이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 반대로 코미디언을 하면서 가장 기쁘거나 보람 있을 때는 어떤 때인가요?
◇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무대를 마치고 나서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때 정말 행복해요. 늘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앞으로 한기명 씨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건강한 웃음을 주고 사랑받는 멋진 코미디언이 되기를 바라고 응원해요.
* 현재 남하경 수습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