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김영희, "개그는 웃음으로 희망을 전하는 일이에요"
개그우먼 김영희, "개그는 웃음으로 희망을 전하는 일이에요"
  • 정민재 수습기자
  • 승인 2020.04.17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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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은 5~10분짜리 코너를 위해 일주일 내내 연습하는 고단한 직업
김영희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 정민재 수습기자
김영희씨는 팬들이 자신의 개그 덕분에 좋아졌다는 메시지를 받을 때 힘이 난다고 해요. ⓒ 정민재 수습기자
김영희씨와 인터뷰 하고 있어요. ⓒ정민재수습기자
김영희 씨가 인터뷰하는 모습이에요. ⓒ 정민재 수습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4월15일 일찌감치 투표를 하고 개그우먼 김영희씨를 만나러 홍대입구로 갔어요. 

기자가 정말 좋아하는 개그우먼인 김영희씨를 만난다는 생각에 너무 설레어 처음에는 바짝 긴장했지만, 술술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김영희 씨의 입담에 어느새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요.

개그우먼 김영희 씨는 현재 KBS2의 '스탠드 업'과 tvN의 '코미디 빅리그' 등에 출연 중이에요. 

인터뷰를 통해 개그우먼으로서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알게 되었어요. 

 
◆먼저, 개그우먼으로 데뷔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저는 사실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지방 출신이다 보니까 서울사람들처럼 그런 쪽 문화는 사실 가깝게 접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그런 직업이 있나?' 생각하는 정도였어요. 저는 말하자면 '동네 개그맨'이었어요. 친구들 웃기면서 마냥 재밌게 사는 애. 
고3 때 다들 '어느 대학교를 가야 할까?' 고민하잖아요. 믿기 힘들겠지만, 저는 피아노를 전공했었거든요.(웃음) 지금은 손가락이 다 굳었지만...  그래서 그 쪽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안 형편도 좀 어려워지고 해서 피아노 입시는 안 될 것 같았어요. 
친구들은 대학에 갈 때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후배가 개그 콘테스트를 봐서 '개그과'가 있는 대학에 간 것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 그런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 내가 저 친구보다 훨씬 웃겼는데!' 하는 생각으로 개그맨 시험을 준비했어요. 정말 운명처럼 그 무렵 TV에 KBS 개그맨 공채 모집 공고가 뜨더라고요. 그게 또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개그맨은 가수들처럼 길거리 캐스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때 개그맨 시험을 치면서 서울 대학로에 들어가서 개그맨 준비를 한 것 같아요.

◆ 2010년 KBS 개그맨 공채시험에 합격해  KBS 공채 개그맨 25기로 데뷔하셨는데, 그때 활동하시던 이야기 좀 해주세요. 그때는 '개그콘서트(개콘)'에 출연하셨잖아요. 

◇지금 순서가 좀 섞였는데 사실은 제가 MBC 18기 공채 개그맨으로 먼저 뽑혔었어요. 그때는 MBC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인기가 좀 떨어지면서 개그우먼 김미려 씨 같은 유명한 사람들을 더 많이 쓰고 신인들은 안 써줬어요. 그래서 1년 동안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죠.
개그 프로그램 같은 거 보면 지나가는 '행인' 역할 같은 거 있죠? 그런 것만 하다가 '아니야, 이것은 아닌 거 같아' 하는 생각에 1년 뒤에 KBS 개그맨 시험을 또 봤던 거예요. 그래서 그때 합격해서 쭉 '개콘'에 출연하게 되었죠. 그때는 진짜 황금기였어요. 거기서 재밌는 코너도 많이 했고 드디어 제대로 된 꿈을 펼쳤다고 생각해요.
 

◆ 그러다가 갑자기 tvN의 '코미디 빅리그(코빅)'로 옮기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 사실 새로운 후배들도 들어오고 그렇게 개그맨 10년차가 되다 보니까 뭔가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다른 곳에 가서 열린 개그를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예를 들면 '코빅'은 KBS보다 브랜드 이름을 얘기해도 되니까요. 뭔가 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넓은 곳으로 가보자 해서 코빅으로 가게 된 것이죠. 허안나 씨랑 같이요.


◆ 프로그램 녹화 전에 무대준비는 어떻게 하시고 연습은 얼마나 하시는지 궁금해요.

◇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할 때는 개그맨들이 일주일 내내 준비하고 노력해요. 정말 '개콘' 때를 얘기하자면 월요일 정확한 시간에 출근을 해요. 개그맨들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늦게 출근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정확한 시간에 출근을 해서 팀별로 아이디어 회의를 해요. 화요일에도 회의를 하고, 제작진에게 팀원들이 머리를 짜내 준비한 코너를 검사 받아요. 그것이 통과되면 수요일에 녹화를 하게 되는 거예요. 수요일에 녹화가 끝나면 그날 조금 다들 쉴 수 있어요. 목요일에 다음주에 녹화할 내용을 위해 또 회의를 해요. 그리고 금요일에도 회의를 해요. 근데 예를 들어 목요일, 금요일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안 나왔으면 주말에 만나서 또 회의를 해요. 
그러니까 팀원들을 부모님보다 더 많이 만났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목, 금요일에 짰던 내용을 월,화요일에 검사를 받는 거죠. 근데 한 번에 통과돼서 바로 녹화할 수 있는 경우는 많이 없더라고요. 목, 금요일에 열심히 짰던 내용을 월요일에 검사 받았는데, '이 부분이 별로야, 여기를 수정하면 좋겠어'라고 하면 화요일에 또 검사 받는 식으로 진행되지요. 

대개 이렇게 만드는 과정이 목, 금요일, 심지어 주말까지 갈 수도 있어요. 월, 화요일에도 이런 과정이 반복되는 거예요. 그리고 수요일에 녹화를 하게 되고요. 생각해 보세요. 계속 회의를 하면서 연습을 하다 보니까 진짜 일주일 내내 연습하는 셈이잖아요.
그래서 방송으로 보여지는 건 5~10분 짧지만, 개그맨들이 그 프로그램을 위해 엄청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죠, 일주일 내내.


◆ 정말 힘드시겠네요.

◇ 이 일이 겉으로는 쉬워보이지만, 보통 일이 아닙니다. 보통 직업이 아니에요. 사실 쉬운 직업은 없는 것 같아요, 그렇죠?


◆네, 맞아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개그맨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이잖아요. 그것에 보람을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진짜 많이 보람을 느껴요. 근데 개그맨들은 웃음을 드리지만, 정작 본인들은 깔깔 하고 실컷 웃을 일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웃음을 드리기 위해서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일주일 동안 굉장히 힘들잖아요. 이런저런 스트레스도 받고요. 직장인이나 다를 게 없어요.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아요. 왜냐하면 직장에서는 그 상사에게만 잘하면 되지만 저희 같은 개그맨은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프로그램이니까요. 그렇게 열심히 해서 코너를 짰는데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고 '저 코너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좌절감을 느끼게 돼요. 
사실 개그민들은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냐면 SNS로 응원의 쪽지 같을 것을 받을 때예요. 대학로에서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며 코미디 공연을 하고 난 뒤 집에 가면 그런 쪽지가 와 있어요. 예를 들면, '항암 치료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공연에 갔는데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많이 웃으시는 걸 처음 봤다. 영희 씨 덕분에 병이 나을 것 같다'라든가, '우울증으로 고민이 있었는데 언니 공연 보고 아무렇지 않게 됐어요'라든가. 이처럼 약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조금 힘든 상황에서 저로 인해 좋아졌다는 말씀을 들으면 '이런 결과가 있으니 내가 이 일을 계속 해야 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생각하죠.


◆ 희망을 주는 것 같은 느낌?

◇네 웃음이 희망을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나도 포기하고 싶으 때가 있었어요. 개그 그만두고 먹고살 수 있다면 다른 거 택하고 싶었지요. 그저 평범하게 장사가 뭐든 다른 일하면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런 쪽지를 받으면 웃음을 드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딱 드는 거죠.

 

앞으로도 여러 코미디 프로에서 더 많은 웃음을 전하는 개그맨, 희망을 말하는 개그맨이 되기를 기대하며 김영희 씨의 활발한 활동을 응원해요.

 

 

* 현재 정민재 수습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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