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화 작가의 예술산책] 세상의 모든 할머니들을 위하여
[홍일화 작가의 예술산책] 세상의 모든 할머니들을 위하여
  • 홍일화 편집위원
  • 승인 2020.04.2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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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일화 작가
ⓒ 홍일화 작가

[휴먼에이드포스트] 2015년도에 상영된 영화 '스틸 앨리스'는 부모님께 상당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알츠하이머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하버드 여교수에게 찾아온 공포. 겨우 50세의 나이인 앨리스에게 암보다 무서운 알츠하이머가 다가온다. '차라리 암에 걸렸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렇다면 적어도 지적인 자신의 모습은 끝까지 지켜낼 수 있으니까.'

정말로 치욕적인 살인선고라고 여기며 자살 준비까지 준비하는 과정이 리얼하게 영화속에 표현된다. 감동으로 눈물을 짜내기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인정하고 병, 노화, 죽음에 대한 근본적 삶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영화이다. 이보다 더 무서운 공포영화를 본 적이 없다. 내 스스로에게 공포로 다가왔으며 부모님에게는 더 큰 공포로 다가왔다. 아직도 위의 대사는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으며 많은 혼동을 일으켰다.

위대한 화가들의 경우를 볼 때 평론가들은 또는 일반사람들은 자살한 작가에 대해 미화의 특권과 순수의 영혼이라는 전설을 덧붙여 준다. 너무나도 순수하기에 이 타락한 세상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예술혼만을 불태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이런 식들의 수식들. 그 다음은 사고로 요절한 경우이다. 하늘은 천재를 사랑하기에 일찍 데리고 갔다는 표현이 줄을 잇는다. 이렇게 그들은 전설이 된다.

작가의 예술을 평할 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표현은 세상과 타협한 파렴치한 작가로 만들기 일쑤이다. 작가들도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가족을 꾸리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거늘 너무나도 많은 평론가들이 그리고 사람들이 순수라는 틀로 작가들을 숨쉬지 못하게 가두어 버린다. 그렇게 너무나도 많은 작가들이 순수라는 틀에 갇혀 헐떡이고 굶주리고 있다. 그리고 정말 힘들게 살다가 굶어 죽은 작가에게 순수 예술혼을 불태우다 죽었노라 평하고 잊어버린다.

치매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이리 흘러간 것은 작가가 치매에 걸려 생을 마감한 경우에 대해서는 절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적어본다. 이 두 점의 제목은 'Madame'이다. 한국에서는 마담이라는 말이 잘못 와전되어 비아냥거리는 속어가 되었지만, 프랑스에서는 예의를 표현하는 존칭어이다. 그림 속 할머니들은 우리 주변의 할머니들이며 어느 누군가의 어머니들이다. 그 할머니들에게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하고 옷이 날개라는 표현에 맞게 여왕의 옷을 입히고 그림으로나마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해맑은 웃음을 담아 그린 그림이다.

ⓒ 홍일화 작가
ⓒ 홍일화 작가

여러번의 겹쳐지는 터치로 오랜 시간에 걸쳐 그린 그림이 아니라 한 번도 멈추지 않은 채 속사로 그려나간 그림이다. 오랜 시간 그리면서 계속 다듬고 고치기 보다는 가급적이면 그대로의 인상을 담고 싶었다. 현대 여성의 미에 대한 풍자도 조롱도 극찬도 아니다. 무슨 이유인지 내 주변의 할머니들을 그릴 수는 있어도 이미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임종을 앞두고 계신 친할머니의 모습은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에 그리지 못하고 있다. 누구보다 정말 그려보고 싶지만 내가 정작 그려보고 싶은 두 할머니의 모습은 내 스스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의 초상을 그리는 작업 "madame"연작은 15년 동안 해오던 여성의 미에 대한 탐구의 한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그분들의 삶에 대해 작가로서 해드릴 수 있는 보답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분들의 인고의 세월에 대한 헌화를 바친다는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단 한순간 만이라도 기쁨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분들의 가장 기분 좋은 모습이며 화려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동기이다.

1999년에 개봉된 영화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는 역설적 표현의 진술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영화속 주인공인 귀도는 슬픔을 기쁨으로,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 원동력은 자신의 의지에 있다는 것을 아들 조슈아에게 더나아가 세상 모든 이들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전세계를 울린 이영화는 아름다운 사랑을 넘어 위대한 사랑으로 승화된다. 영화의 내용 자체가 슬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관람을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끌어 안은채 관심을 하지만 역설적으로 매순간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웃음속에 묻어난 사랑의 숭고함의 여운은 이글을 쓰고 있는 이순간에도 전율로 남아있다.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에서 “매일 행복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고 푸는 우리를 위로해준다.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가 암살당하기 직전에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유언장에 남겼다. 또 불운한 천재시인 천상병도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고 했다.

ⓒ 홍일화 작가
ⓒ 홍일화 작가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 슬픔을 기쁨으로,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 원동력은 자신의 의지에 있다. 우리의 어머니들에게 할머니들에게 슬픈 역사가 있고 아픔이 있다고 해서 매일 옆에서 같이 울어주고만 싶지는 않다. 그분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운 얘기를 해드리고 싶고 매일 행보하지는 않지만 행복은 우리 삶속에 항상 존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할머니는 역사이고 기록이며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게 해주신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어머니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역사 속의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미래를 이끌어가는 아이들의 틀을 잡아주는 여성들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분명히 존경과 영예와 지원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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