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팜므 파탈을 꿈꾸는 뮤지컬 배우 박해미
[기자가 만난 사람] 팜므 파탈을 꿈꾸는 뮤지컬 배우 박해미
  • 송창진 기자
  • 승인 2020.05.2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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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팜므 파탈을 꿈꾸는 배우 박해미. ⓒ 송창진기자
팜므 파탈을 꿈꾸는 배우 박해미. ⓒ 송창진 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5월23일 서울시 강남구 다미아떼 스튜디오에서 뮤지컬 배우 박해미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어요. 

◆ 성악을 전공하셨는데요,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어렸을 적에는 몰랐어요. 방송에서 외국영화를 자주 방영했는데, 그때 뮤지컬 영화들을 많이 틀어줬어요.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왕과 나(King & I)」,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그리스(Grease)」 등 다양한 뮤지컬 영화들을 보면서  그 장르가 너무 좋아졌어요. 당시에는 그게 뮤지컬인지도 모르고 음악이 나오고 춤이 나오니까 너무 좋았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성악과를 가게 되었어요. 그때 저는 오페라 가수가 꿈이었지만, 어느 순간 '무대에 설 수 있는 좀 더 빠른 길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뮤지컬 생각은 못하고 연극 무대를 한 번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연극 무대에 서면 내가 빨리 무대에 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신문에 '뮤지컬 배우 주연 모집'기사가 뜬 거예요.  그것을 보고 '뿅~' 하고 눈이 떠진 거죠. 우리 집이 부산이어서 방학 때 부산에 있었는데, 오디션을 보러 서울에 올라왔어요.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뮤지컬에 입문하게 된 거예요. 그게 대학교 3학년 때죠.

 
◆ 항상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시는데요.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을 때 극복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 제가 스트레스 지수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근데 웬만하면 그런 걸 스트레스로 생각하지 않고, 힘겹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  이게 나한테 약간 난관이고 부딪힘이 있네'라는 생각이 들면 그것을 해결해버리든지 피해버려요. '어~  이거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엔 어떻게든 해결하고 그냥 딱 접어버려요. 
그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맞대응하고 노력을 하든지, 아니면 아예 그것을 무시하고 건너뛰어요. '패스'하는 것이죠. '내 인생에서 패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내가 힘들다고 느낄 때는 그냥 집에서 잠을 자요. 잠을 자든지, 맛있는 것을 먹든지, 그리고 친구들하고 수다를 떨어요. 그런 얘기를 나 혼자 갖고 있지 않고 막 떠들어요. 그래서 발산을 하는 거죠. 힘든 것 조차도 발산하고, 외로운 것조차도 발산하면 그게 좀 덜어지잖아요. 

배우가 천직이라고 말하는 박해미 입니다. ⓒ 송창진기자
배우가 천직이라고 말하는 박해미씨예요 ⓒ 송창진 기자

◆뮤지컬 극본을 쓴 문희 작가님과 <오 캐롤>, <키스앤메이크업> 등을 함께하셨는데요,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가요? 

◇ 네. 저는 한 번 인연을 맺어 '좋은 사람이다' 싶거나 '능력이 있는 친구다' 싶으면 끝까지 제 식구가 되기를 원하는 스타일이에요. 함께 가기를 원해요. 그러다 보니까 문희 작가와 인연이 이어진 것 같아요. 문 작가는 첫 만남부터 너무 진실했고 굉장히 유연한 사람이었어요. 자기 고집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자로서든, 제작자로서든 원하는 이야기를 저와 공유해서 그 작품에 녹여낼 수 있는 그런 작가예요. 그리고 감성이 저와 많이 비슷해요. 그래서 그 친구와 꾸준히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 아들 황성재도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는데요,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 나는 아들에게 조언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거꾸로  제가 아들한테 잔소리를 듣고 있어요. 
'배우란 성실해야 한다.' '배우란 시간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사실 제가 해야 할 이런 잔소리를 제가 아들한테 들어요. 왜냐하면 저의 게으름이 아들에게 노출돼버렸기 때문이에요. 
아들은 너무 열심히 해요. 먼저 현장에 가서 미리 준비하고, 가장 마지막에 나가면서 정리해요. 이런 게 몸에 배어 있어요. 고등학교 3년 동안 아침 일찍 가서 자기 몸 풀고, 저녁 늦게까지, 경비실에서 아저씨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 도망다니면서 연습을 했던 친구라 이런 생활이 몸에 밴 거예요. 어떤 일을 하든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는 아들 눈에는 제 게으름이 보였나봐요. 같은 분야에  있다 보니 제가 엉터리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리고 과거 나의 연습 태도를 소문으로 들은 거예요. 그래서 그게 너무 창피했대요. 엄마가 너무 성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 기분이 좋았을 텐데, "야, 너네 엄마 연습 때 항상 늦고, 연습도 제대로 안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지금 아들한테는 아주 '똥배우'라고 취급받고 있어요. 

 

◆ 주로 드라마나 뮤지컬에서 센 캐릭터를 맡아왔는데,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박해미씨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 나이가 있다 보니까 하고 싶은 역에 대한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팜므 파탈'이 뭔지를 제대로 한 번 보여주고 싶어요. 근데 그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멋지게 해보고 싶어요. 


   
◆ 작품활동을 하지 않을 때 하시는 자기 관리 방법이나 취미가 있으신가요 ? 

◇ 작품이 없을 때는 작품을 또 구상해요. 새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해서 많은 창작자들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작품을 또하나 잉태시키려고 해요. 그들과 함께 모여서 얘기 나누는 걸 되게 좋아하고요. 공연과 영화를 많이 보러다녀요. 그러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그리고 이제 나 자신을 계발하는 데는 게을러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 있거든요. 영어도 정말  잘하고 싶고, 춤도 정말 잘 추고 싶어요. 근데 조금 조금씩 하니까 그걸로 대충 비벼먹는(?) 거예요. 근데 욕심은 더 잘하고 싶어요. 춤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그 부분에서 제가 게으르다는 것을 느껴요. 그게 정말 저의 최악의 단점이죠. 

인터뷰하는 모습의 박해미씨. ⓒ 이동원 사진작가


◆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 

◇ '나를 기분좋게 해주는 배우', '나한테 감동을 주는 배우' 그런 게 좋잖아요. '아!  저 배우는 나한테 참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어.' 그런 말을 듣고 싶어요. 관객을 정서적, 감정적으로 따뜻하게 해주었다든가, 행복하게 해주었다든가, 어떤 쾌감(카타르시스)를 주는, 이런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배우면 좋을 거 같아요.

 

◆ 뮤지컬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뮤지컬 배우가 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죠. 근데 가장 중요한 건 재능이에요. 기본 재능을 어느 정도 깔고 가면 그 위에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겠죠.  특히 노래를 기본적으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기점으로 해서 인정을 받게 되면 나름 스타가 되는 거겠죠. 근데 그 준비하는 과정은 사실 만만치가 않아요. 열정만 가지고는 되지 않아요. 열심히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의미예요. 정말 잘해야 하는데 그걸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특히 노래는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차기작 계획이 궁금합니다. 

◇ 차기작으로는 백지현씨가 만든 <슈퍼 루나틱>이라는 뮤지컬을 계획하고 있어요.  '루나틱'을 좀더 업그레이드해서 <슈퍼 루나틱>이라는 뮤지컬로 지방 투어를 다니고 있어요. 지금 거기에 함께 몸담고 있어요. 그리고 <신의 아그네스>라는 연극이 있어요. 그 연극이 11월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올라가요. 그것을 준비하고 있고, 제가 직접 창작한 작품 <라 비앙로즈>도 하반기에 경기도에서 공연할 예정이에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박해미씨가 말하는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 제가 배우잖아요. 근데 저는 이 배우라는 직업을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사람은 아니에요. 어떻게 하다보니까 심심풀이 땅콩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희한하죠? 어느 순간 나이가 40이 되니까, '천직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이 배우라는 직업이 왜 좋았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배우를 하면서 나 자신도 좋고 행복하지만 나로 인해서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로 인해서 그들이 감동을 받고 행복해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또 어디 있을까 싶었어요. 배우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 오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별 말씀을.

 

인터뷰를 하며 배우 박해미에게 빠져들어 "뵙게 되어 영광"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어요.
관객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은 박해미는 자신의 단점을 솔직하게 말하며 힘들고 어려운 일조차 긍정적으로 풀어내는 밝고 쾌활한 성격이었습니다. 팜므파탈을 꿈꾸는 박해미는 이미 준비된 팜므파탈 배우였습니다.

 

* 현재 송창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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