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화 작가의 예술산책] 또 다른 인격, 마스크
[홍일화 작가의 예술산책] 또 다른 인격, 마스크
  • 홍일화 편집위원
  • 승인 2020.06.0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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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마스크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보는 계기
ⓒ 홍일화 작가
ⓒ 홍일화 작가

[휴먼에이드포스트] 역사 속 가면의 출현은 의례나 제사에 주로 이용되었으며 일상생활과는 이질적인 상황에서 출현 되었다. 파푸아 뉴기니족의 정령, 수호령을 나타내는 가면, 아프리카 리비아의 폴로결사나 말리의 도곤족의 비밀결사 조직의 가면, 아마존의 인디오의 숲에 사는 짐승의 가면…

이렇듯 선조의 가면들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거나 차원이 다른 세계로 연결하는 매개체로 일상을 초월한 공간에 출현하고 일상을 벗어나 우주를 받아 드림으로 시공을 바꾸어 버리는 초현실적인 이유로 활용되었다. 인격을 뜻하며 마스크의 어원인 페르소나도 에트루리아 지방의 죽은 자에게 씌우는 마스크의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주술사의 상징이었던 가면은 일상의 세계에 심적 에너지의 해방과 수렴, 신화적·우주론적 차원을 가진 상징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세계 각 문화에 나타나는 가면은 위와 같은 공통성을 가진다고는 하지만, 가면의 구체적인 형태, 구조, 소재, 가면에 관한 사회관계, 가면에 등장하는 제례 방법 등은 각 부족, 지방, 나라, 더 나아가 대륙별로 다양하다.

가면을 크게 두분류로 분류하면 인간을 초월한 영적존재를 나타내는 것과 자연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개입해서 매개하는 동물을 나타내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물면도 영적 존재의 면도 동물령의 면도, 여러 정도로 변형된 표정요소를 구비하고 있는데 개개의 표정요소, 눈, 코, 귀, 입, 이마, 뺨, 턱 등이 과대, 과소의 변형, 대비칭의 변형, 이물의 부가에 의해서 형성되었다.

그리고 단순한 변형에 그치지 않고 가면의 형체는 단순화되면서 빛과 어둠, 양과 음, 삼라만상이 들어있는 티베트의 가면이나, 사방위와 중심, 오대 원소에 대응하는 5색의 색채에 의해서 우주를 응축하는 아시아의 가면도 있다.

ⓒ 홍일화 작가
ⓒ 홍일화 작가

사슴의 뿔, 올빼미의 얼굴, 늑대의 귀, 산양의 머리, 곰의 전각, 말의 꼬리등이 가면의 요소로 표현되면서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초 자연적인 동물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겨졌다. 가면의 변화는 점점 더 세분화 되어졌고 종교적인 속성에서 벗어나 사냥을 위한 위장이나 연극 또는 축제를 위한 용도로 일상생활 속으로 더욱 친밀하게 자리 잡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현 이후 마스크는 일상 속 생존필수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인류 최초의 호흡기 마스크는 고대 그리스의 스펀지를 사용한 마스크이고 그 후로 고대 로마의 동물 방광으로 만든 방진마스크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지지만,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호흡기 관련 마스크를 처음 사용한 시기는 유럽 인구의 1/3이 사망하였다는 'the Black Death'(흑사병)이 발병하던 17세기에 생겨난 일명 새부리 가면 Plague doctor's mask (흑사병 의사가면)이다.

흑사병은 14세기에 처음 출현하여 18세기까지 존속하였는데, 내과 의사, 외과 의사 하는 식으로 별도로 흑사병 전담 의사가 존재했다. 특유의 복장을 보면 기괴해 보이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나름 과학적이긴 했다.

특히 이탈리아 최대 축제인 베니스 가면 축제의 상징이기도 한 새부리 마스크가 그 외모부터 공포심과 위압감을 조성한다. 당시엔 흑사병이 공기 전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환자로부터 최대한 자기를 방어하고, 얼굴과 얼굴의 거리를 두기 위한 목적으로 긴 부리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부리 내부에는 박하나 각종 방향제, 장미 꽃잎 등으로 채웠다고 한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 답답했을 것 같지만, 밖에서의 악취를 차단하고 안에서는 항상 좋은 향기로 호흡을 하니 그리 불쾌하진 않았을 듯하다. 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는 지금 표현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목적으로 환자와 1m이상 멀리 떨어지기 위한 용도였다.

코로나바이러스 발현으로 그 이전의 생활, 현상이나 삶과 가치의 기준들이 판이하게 뒤바뀌었다. 이전만 해도 대화 속에 마스크라 하면 저마다 생각하는 여러 다양한 기준들로 분리되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 세계적으로 mask는 가면을 상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Mask를 마스크라 발음하면서 영문표기 Mask를 가면이라 칭하고 한글표기 마스크는 호흡기 관련하여 코와 입을 가리는 가정용 마스크나 병원용 산소마스크를 명칭 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면이나 복면, 마스크나 Mask로 분류하는 게 무엇이 중요할까?

ⓒ 홍일화 작가
ⓒ 홍일화 작가

지금의 일반 대화 속 마스크는 그냥 호흡기 관련 마스크일 뿐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 시점에서 생명연장의 수단으로 피부와 같이 매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만 하는 마스크에 대해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전에도 존재했던 패션 마스크들도 있지만 2020년 3월에 바이러스가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를 점령한 이후 전세계 명품시장들이 본격적으로 색다른 패션 아이템 마스크 생산라인을 활발히 가동하고 있으며 디자인에 기능성을 추가하고 있다. 얼굴을 가리고 숨기고 변장한다는 또 다른 인격이라는 페르소나, 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 즉 진짜마음과 체면치레용 가짜 얼굴을 위한 마스크, 직장이나 대인 관계용 사회의 코드에 부응하기 위한 자기만의 또다른 제2의 사회형, 외교용 투명마스크…

과거 아니 지금도 인간이 가지지 못한 초자연적인 동물의 힘이나 동물의 화려한 장식을 질투하고 소유하고 싶어했던 인간은 동물의 사체를 또는 형상을 변형시켜가며 인간의 몸에 맞춰 그 힘과 장식을 얻었다고 여겨왔고 점점 더 새로운 형태와 활용 용도로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항상 동물의 탈을 쓰면 동물의 능력을 갖추고 동물의 장식을 쓰면 내가 더 화려하고 멋있어질 것 같다는 착각으로 동물의 형상이 존재한다. 마치 명품을 소유하면 내가 명품이 된다는 착각처럼 말이다.

그리고 특유 형상의 마스크는 그 본질에서 벗어나 단지 멋있어 보이기 위한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된다. 사회현상이나 세상의 흐름을 풍자 비판을 하면서 그림으로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이를 직접 잔인하게 지나치게 혐오스럽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이를 미화시켜 찬양하고 싶은 것은 더욱이 아니다. 나 또한 현대사회의 구성원으로 이런 사회현상에 관심을 두고 타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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