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 스타 이즈 본, 그리고 '안녕 미누'
레토, 스타 이즈 본, 그리고 '안녕 미누'
  • 박희남 기자
  • 승인 2020.06.02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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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사랑한 음악 영화

[휴먼에이드포스트] <원스>, <비긴 어게인>, <보헤미안 랩소디> 등 음악영화는 유독 국내 관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온 장르다. 이렇듯 음악의 힘으로 관객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모아봤다. 노래로 사회의 높고 두꺼운 장벽을 두드린, 음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완성시킨 레전드 음악영화.

ⓒ 네이버 영화
<레토> ⓒ 네이버 영화

소련의 자유와 희망의 아이콘, 록스타 빅토르 최를 담은 <레토>

제71회 칸 국제영화제(2018) 사운드트랙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영화 <레토>(2018)는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은 자유로운 뮤지션 ‘빅토르 최’의 벅차고 뜨거웠던 날들을 담은 이야기다.
1981년 당시 소련은 체제 혼란기를 겪으며 희망과 미래가 없고 냉소가 넘쳐났다. 하지만 서양 문화가 유입되면서 젊은이들은 음악을 통해 자유와 열정을 갈구하였고, 사회는 그들의 저항을 막고자 철저히 감시했다.

젊은이들은 음악을 들을 수도, 연주할 수도 없었고, 뮤지션들은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 체제적인 가사를 순화해야 하는 수치를 감내해야 했다.

이때 빅토르 최는 키노(KINO)라는 그룹을 결성해 자유가 억압된 당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음악은 서정적이면서도 시대정신을 담은 노랫말과 러시아 특유의 정서를 품은 선율은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음반은 밀리언셀러가 됐다.

그는 억압받는 젊은이들에게 음악으로 희망과 위로를 주는 시대의 아이콘이었으며 여전히 러시아의 음악 영웅으로 추앙받는 뮤지션이다.

ⓒ 휴먼에이드포스트
<스타 이즈 본> ⓒ 휴먼에이드포스트

콤플렉스에 맞서 나다움을 노래하는 <스타 이즈 본>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할리우드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스타 이즈 본>(2018)은 노래에는 놀라운 재능을 가졌지만, 외모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던 무명 가수 '앨리'가 우연히 톱스타 '잭슨'을 만나게 되면서 최고의 디바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다.

재능과 열정은 넘치지만, 얼굴과 비교하면 유난히 큰 코 때문에 스타가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앨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잭슨'의 도움으로 다시 한번 노래에 대한 열정을 폭발시킨다. '앨리'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는데 소질을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순간 그녀는 정상급 가수에 다가가게 된다. 영화는 초반 앨리의 무명 가수 성공스토리를 따라가지만, 후반부 자신이 가진 결핍에서 벗어나 노래를 통한 용기와 희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녀의 노래 선율에 담긴 감정들은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진실하게 전해져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극중 '앨리'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증명하며 감동적인 가사와 두 사람의 하모니로 큰 감동을 안겨준 'Shallow'는 영화의 예고편에 삽입되면서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 휴먼에이드포스트
<안녕, 미누> ⓒ 휴먼에이드포스트

함께하는 세상을 노래한 우리의 베스트 프렌드 <안녕, 미누>

마지막으로 영화 <안녕, 미누>는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며, 손가락 잘린 목장갑을 끼고 노래한 네팔사람 미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미누'는 스무 살 한국에 와 머무른 18년 동안 궂은 식당일부터 봉제공장 재단사, 문화운동가, 대한민국 최초 다국적 밴드 '스탑 크랙다운'의 보컬로 지내며 삶과 투쟁 현장에서 누구 보다 애쓰며 보냈다. 동료들의 잘린 손가락을 의미하는 빨간 목장갑을 끼고 이주노동자들의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해온 '미누'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을 담담하게 직시하며, 노래로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놓치지 않았다.

밴드는 따라 부르기 쉬운 구호와 같은 가사와 노동자적인 정서로 가득 찬 록 음악을 발표했으며, 대표곡으로는 박노해 시인을 헌정하며 만든 노래 '손무덤'과 '월급날'이 있다. '스탑 크랙다운'의 곡들은 고스란히 영화 속에 담겼으며 특히 2집(Freedom)에 수록된 '와(WOW)'는 '너무도 자유로워 우리 모두 다 / 차별 없는 자유로운 멋진 세상 향해 달리자'와 같은 노랫말로 그들의 심정에 더욱 공감하게 만들어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미누'가 떠난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수많은 '미누'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그의 노래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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