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어떻게 애착을 쌓을 것인가?
[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어떻게 애착을 쌓을 것인가?
  • 신우석 놀자!딸육아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6.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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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 아이클릭아트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 아이클릭아트

[휴먼에이드포스트] 혹시 '라떼파파'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라떼파파란, 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 말이 일반화되었을 정도로, 이제 유모차를 밀거나 아이가 다니는 교육 기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아빠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엄마에게만 전적으로 육아를 맡기고 밖에서 일만 하던 이전의 모습과는 분명 크게 달라진 듯하다.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역시 엄마의 손길뿐만 아니라 아빠의 존재감과 협력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직 멀었다!"라는 엄마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육아와 관련해 엄마와 아빠 사이의 온도 차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지만, 그런 아빠의 마음과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듯한 엄마들의 반응에 아빠들은 힘이 빠진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쉬고 싶지만, 그래도 아이와 놀아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입니다. 주말에도 어디든 나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요. 솔직히 직장 동료들이나 주변에 다른 아빠들 얘기를 들어봐도 '이 정도면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작 아내는 종종 '그런 식으로 하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솔직히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100을 주니까 110을 달라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아빠의 그런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언제나 강조하는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만약 노력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다면 그 노력 자체가 모두 허사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본래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 그때까지 노력한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을 추가로 들여야 한다. 엄마의 핀잔 속에는 바로 그런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아빠와 엄마의 애착 효율에 차이가 나는 이유

육아의 목표는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아이와의 관계가 돈독해야 한다.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정서적 유대. 우리는 이것을 '애착'이라고 한다.

보통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애착 형성이 수월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빠 혼자 일하고 엄마는 전업주부로서 24시간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일반적인 가정을 생각한다면, 그런 이유로 아이와 붙어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은 엄마에게 아이와의 애착을 형성할 기회 또한 많은 게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빠와 엄마가 서로 동등한 입장이어야 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아이의 관점에서 볼 때 아빠보다 엄마에게 더 깊은 애착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바로 엄마가 아이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빠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발달한 공감 능력과 육감으로 아이의 기분이나 감정, 또는 몸 상태 등을 무척 정확하게 감지한다. 물론 양육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의 차이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그 안에서 최대한의 애착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바로 엄마의 세심한 관찰 능력 덕분이다.

남성과 여성이 가진 뇌의 능력은 분명히 다르다. 어쩌면 아무리 노력해도 아빠가 엄마가 지닌 공감 능력이나 육감의 수준을 따라잡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에 집중한다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사소한 순간을 중요하게 여겨라

아빠들은 대부분 바쁘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의 생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혹은 기념일 같은 날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챙기려고 노력한다. 아무리 바빠도 이때만큼은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아이와의 애착은 그런 식으로 중대한 사건들을 통해 단단해지지 않는다. 아이와의 진짜 끈끈한 유대는 평소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아주 지극히 사소한 순간들을 통해 쌓이기 때문이다.

어느 주말 오후, 아이와 함께 상점이 즐비한 거리를 걷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만약 아이가 한 상점의 진열장 너머에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혹시 이런 생각에 빠지게 되지는 않을까?
'뭔가 사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이참에 점수 좀 따볼까? 혹시 괜히 사줬다가 아이 버릇 나빠지게 했다고 아내한테 또 한 소리 듣는 거 아냐? 이것 참 고민이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어떻게 해야 좋은 아빠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동안 정작 아이와의 애착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은 지나가 버린다. 아이와의 애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아빠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발걸음을 멈춰 섰을 때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면서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네가 무엇을 생각하든 그 생각은 아빠에게도 소중해. 너와 함께 생각을 나누고 싶어. 너의 마음이 궁금해. 너의 우주로 들어가고 싶어'

그렇게 '너의 모든 것이 소중해'라는 아빠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하늘이 내린 기회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순간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사소하지만 중요한 작은 순간들 하나하나가 모여 아이와의 애착을 공고히 형성한다.

당신은 사소한 순간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가?

신우석 소장 ⓒ 휴먼에이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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