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아이에게 세상 사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
[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아이에게 세상 사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
  • 신우석 놀자!딸육아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6.29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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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호기심으로 자란다. ⓒ 아이클릭아트
아이는 부모의 호기심으로 자란다. ⓒ 아이클릭아트

[휴먼에이드포스트]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예전 같지는 않지만, 주말에 공원 등지에 나가보면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나온 풍경들을 제법 볼 수 있다. 직업병인 건지, 오랜 세월 부모를 대상으로 육아 교육을 해오다 보니 어딜 나가든지 나도 모르게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하루는 놀이터로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함께 나온 아빠와 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이는 혼자 열심히 모래 놀이를 하며 놀고 있었다. 한 20분 정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빠는 아이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아이가 부를 때만 단답형으로 잠깐씩 대꾸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로 아빠는 그저 한 템포 느린 그림자처럼 아이의 뒤만 졸졸 따라다닐 뿐이었다. 함께 있지만, 함께 이지 않은 듯한 그 모습에서 봉사와 희생, 그리고 불통이라는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저렇게 자라다가 좀 더 크면, 이제는 때가 되었다며 학원에 맡겨지고 말겠지…'

우리는 사람과 사람이 모여 이루는 사회 속에서 말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또 그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된다. 이처럼 언어 능력은 아이들이 앞으로 자라 사회생활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도구다.

하지만 아무리 언어 능력이 뛰어난 아이라도 누구든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말주변이 늘어 적절한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을 조리 있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딸이 가진 언어 능력이 아들보다 1.5년 정도 빠르게 발달하는 것처럼, 성별에 따른 차이도 무시할 수 없고, 같은 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타고난 언어 능력과 발달 속도는 아이마다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아직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라면 발음조차 미숙할 수 있다. 가족 말고는 다른 사회와의 접촉이 적어 여러 사람 앞에 서면 수줍어하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중요한 인생의 도구를 다루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아이를 스피치 학원에 보내는 등 사교육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언어 능력은 단지 기술적인 것이 아니다.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이 되어야 하며 본질적인 소통 능력은 바로 가정에서, 부모를 통해 배워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은 아이가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아이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까?

아이는 부모의 호기심으로 자란다

언젠가 평소 SNS를 통해 서로 안부를 주고받던 한 지인의 새로운 피드를 보게 되었다. 피드에 올라온 사진은 다름 아닌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이었다. 자격증이란, 그 사람이 특정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문서다. 그리고 또한 그것을 얻기까지의 땀과 노력을 나타낸다. ‘굳이 애써 자격증까지 따게 된 동기가 뭘까?’ 그리고 마치 나의 이런 의문에 답하듯 그녀의 피드에는 이런 짧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니 커피가 궁금해졌다.'

궁금해졌다는 표현이 별것 아닌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속을 마구 간지럽혔다. 설렘, 두근거림. 아직은 미지의 세계지만 곧 무엇인가 흥미진진한 것들이 계속해서 눈앞에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나는 우리 아이를 얼마나 궁금해 하고 있을까?'

많은 연구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는 자녀의 언어 능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아이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화하는 법을 알면 같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아이가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생긴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무조건 대화를 많이 나누자. 항상 아이를 구체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부모의 호기심이 중요하다. 그 끝없는 아이의 우주를 궁금해 하고 표현 가능한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과 마음의 대화를 함께 나누자. 지금 어디에 있는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어딜 가고 있는지, 뭐가 보이는지, 뭐가 들리는지, 어디에 관심이 가는지, 그것으로 인해 무슨 생각이 드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 왜 그런지, 등등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질문은 너무나도 많다.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아이는 나와 다른 존재다. 부모에게 아이는 사다 만 놓고 아직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책장에 꽂아둔 한 권의 책과 같다. 모든 책의 제목은 한눈에 보이지만, 제목만으로는 제대로 된 알맹이의 맛을 느낄 재간이 없다. 책을 마치 해부하는 듯한 느낌으로 모든 목차, 그리고 각각의 챕터를 이루고 있는 모든 문장, 그리고 문장을 구성하는 모든 단어를 파헤치고 이리저리 뒤집어 보는 탐구심을 발휘해야 한다. 좋아하는 만큼 궁금해지고, 아는 만큼 더 궁금한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나의 단어가 무궁무진한 스토리로 팽창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 당신은 아이와 함께 그 아이가 이미 품고 있던 거대하고 무한한 우주, 아이의 잠재력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세상을 배운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지 아이를 성인으로 키워내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지식을 넣어주는 존재가 아니다. 먼저 아이와의 관계를 끈끈하게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를 궁금해 하라. 그리고 적극적으로 그 호기심을 해결하라.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 부모는 어느 순간 세상에서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우리 아이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 그런 과정을 부모와 함께 한 아이는 과연 어떤 것을 배우게 될까? 그런 것을 가르쳐 주는 학원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신우석 소장 ⓒ 휴먼에이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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