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장애인과 운동하며 함께 성장하는 특수체육 지도자 최범권 교수
[기자가 만난 사람] 장애인과 운동하며 함께 성장하는 특수체육 지도자 최범권 교수
  • 정민재 수습기자
  • 승인 2020.08.20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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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온전히 주인공이 되는 체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18년간 특수체육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최범권 교수예요.
18년간 특수체육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최범권 교수예요.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8월12일 장애아동과 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특수체육을 지도하는 특수체육 현장전문가 최범권 교수를 만났어요. 서울대 체육학과와 대학원에서 특수(장애인)체육으로 박사학위를 딴 그는 18년간 특수체육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역과 연계된 CBK APA(최범권 특수체육) 대그룹 관계형성 특수체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동문장애인복지관 등 7개 지역에서 생활체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기자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4년간 최 교수님으로부터 특수체육을 배우기도 했어요.

 

◆ 먼저, 교수님이 특수체육 지도자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초등학교 1학년 때 큰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그때 왼쪽다리 관절을 심하게 다쳤고 사고 충격으로 오른쪽 청력도 완전히 잃었어요. 2년여에 걸쳐 7차례의 대수술을 받았음에도 휠체어에 의존한 ‘지체장애인’이 되었어요. 당시만 해도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금과 많이 달랐어요. 지금은 장애인들을 동반자의 개념으로 바라보잖아요. 근데 그 당시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정적이었어요. 그래서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됐어요. 
초등학교 시절 내내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녔고, 체육시간이면 운동장 구석, 수돗가 옆이나 모래사장 귀퉁이에서 또래 친구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왼쪽다리만 아플 뿐, 오른쪽 다리와 양손 모두 정상인데, 그 누구도 저를 체육시간에 참여시켜주지 않았어요. 그때 저는 엄청 서러웠어요. 
그래서 아버지 손을 잡고 재활에 매진하게 됐어요. 아버지는 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어요. 재활에 매진하자 회복이 빨라졌어요. 제가 퇴원할 당시만 해도 담당 의사가 혼자 걷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를 악물고 재활에 재활을 거듭해 2년 만에 독립보행이 가능해졌어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처음으로 줄넘기에 성공할 수 있었지요. 이렇게 재활과 관련된 신체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고, 그런 경험을 통해 어린 마음에도 '신체활동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고 깨닫게 됐어요. 그리고 저처럼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위한, 친구들이 온전히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을 체육교육과에 들어갔고 대학원에서는 장애인 특수체육과를 전공하게 됐어요. 

최범권 교수와 인터뷰를 했어요. ⓒ정민재 수습기자
최 교수는 특수체육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아동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장애인 친구들과 같이 운동하시면서 힘든 점이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저는 장애인 특수체육에 대한 사명감이나 소명의식이 강한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우리 친구들과 운동하면서 느꼈던 힘든 점이나 애로사항은 딱히 없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 18년 동안 일하면서 주변인들과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제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학원이나 센터처럼 부모님의 사교육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지역 내 복지 예산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형태이다 보니, 사업관련 담당자나 종사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이 왜 필요한지, 어떠한 가치와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었어요. 또한 몇몇 담당자들의 경우,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일로만 진행하는 데 급급한 탓에 용두사미처럼 사업이 중단된 경우도 있었고, 답답한 일들도 참 많았지요. 

'CBK  대그룹 관계형성 특수체육' 프로그램을 기획한 최 교수가 장애아동과 장애청소년을 지도하는 모습이에요. ⓒ 최범권 교수 제공
'CBK 대그룹 관계형성 특수체육' 프로그램을 기획한 최 교수가 장애아동과 장애청소년을 지도하고 있어요. ⓒ 최범권 교수 제공

◆ 그럼 보람된 점은 무엇인가요?

◇ 가장 보람된 점은 제가 지도하는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도 동반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지역과 연계된 형태이다 보니 유아 시기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화해나가는 과정과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러한 과정들 속에서 함께하는 지도자들 역시 성장해나갈 수 있었고요. 결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같은 곳을 향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었지요. 


◆ 함께 운동한 장애인 친구들은 몇 명 정도 있었나요?

◇ 제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공식 명칭이 '지역 연계 CBK 대그룹 관계형성 특수체육 프로그램'이에요. 좀 길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그룹'이라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일반적으로 장애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특수체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 언어치료나 인지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 수업의 경우, 거의 일대일로 수업을 하잖아요. 반드시 일대일은 아니어도 소그룹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우리 수업은 15~20명 정도 되는 장애인 친구들과 4명의 지도자들, 그리고 아동반의 경우, 친구들의 보호자들까지 함께 참여하여 대그룹 형태로 수업을 진행해요. 이렇게 다 같이 어울려 대그룹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눈 맞춤이나 호명반응, 적응행동, 신체접촉, 긍정적인 피드백 등 유기적인 상호작용이나 관계형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요. 저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집중하여 모든 세부 활동들이 상호작용 및 관계형성이 가능한 신체활동 요인들로 구현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지요. 나아가 발달장애 친구들의 정서 · 사회적 특성들의 한계와 대안적 가능성을 고민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구현될 수 있는 최적의 그룹 사이즈를 15~20명으로 기획했어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 반의 적정 인원이 15~20명이에요.  

최 교수가 개별티칭을 하며 어린이를 격려하는 모습이에요. ⓒ 최범권 교수 제공

◆ 교수님 외에 다른 선생님들은 몇 분 정도 같이 활동하시나요?

◇ 저 말고 보조강사 지도자가 3명이 있어요. 제가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는 슈퍼바이저로서의 주 강사 역할을 하고, 3명의 지도자들이 각자의 역할들을 수행하지요. 한 명의 슈퍼바이저와 세 명의 보조강사라고 하는 네 명의 강사진이 팀티칭(팀지도) 형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거예요. 팀티칭이란 대그룹 안에서 개별 티칭, 소그룹 스테이션 지도, 그리고 대그룹 관계형성이 공존하는 형태가 될 수 있도록 강사진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지도하는 경우를 말해요. 
대그룹 활동을 할 때는 모든 강사진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에요, 소그룹 스테이션 지도는 1명의 지도자가 수준과 능력이 비슷한 장애인들을 그 특성에 맞게 소그룹 형태로 수준별 지도할 때 많이 적용해요. 즉 대그룹 활동에서 3명의 보조강사들이 필요했던 이유는 개별 티칭, 소그룹 스테이션 지도, 대그룹 관계형성이라는 제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충족하기 위한 최소 인원을 4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 마지막으로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 언어치료, 인지치료 모도 중요하지만, 저는 장애인 친구들에게는 체육과 신체활동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런 운동 발달이 언어나 인지 발달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래서 이런 특수체육 프로그램을 어린 나이, 즉 조기에 경험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의 인식이 바뀌고 이런 특수체육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저변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또한 현재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지금처럼 꾸준히,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민재 기자처럼 학령기 시절 중간에 그만둔 친구들을 위해 최근에는 초기 성인반도 만들었어요.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꾸준히 체육활동을 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수업을 만들 예정이에요. 민재 기자도 다시 체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좋겠네요.

 

◆ 네 정말요? 저도 다시 체육활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최범권 교수 약력
CBK APA 대표 및 F.C 동문 총감독/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특수체육 외래교수/지역 연계 대그룹 관계형성 특수체육 프로그램 슈퍼바이저·자문위원·책임강사/(사)한국노인체육협회 특수체육분과 이사/기쁜우리체육센터, 기쁜우리복지관 운영위원/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 모니터링위원

*현재 정민재 수습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는 발달 장애인 기자입니다. 쉬운말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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