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부모 자신이 애착 결핍을 앓고 있다면
[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부모 자신이 애착 결핍을 앓고 있다면
  • 신우석 놀자!딸육아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8.26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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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

 

배우자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까운 친구, 혹은 상담 전문가와 밀접하게 상호 작용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 아이클릭아트
배우자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까운 친구, 혹은 상담 전문가와 밀접하게 상호 작용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 아이클릭아트

[휴먼에이드포스트] 어느 날 연구소를 찾아온 한 여성 내담자가 물었다. 그녀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다. 그런 그녀의 상황을 바탕으로 짐작해 본다면, 혹자는 '아이를 셋이나 키우느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겉으로 보이는 현상으로만 미루어 짐작하면 정작 중요한 본질을 놓치기 쉬운 법이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이렇게 거꾸로 질문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혹시 있을까요?"

그녀는 결혼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꽤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이었지만, 아이를 낳으면서부터는 전업주부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 역시 흔치 않은 분야의 전문가로서, 외벌이지만 생활에 여유가 없을 정도로 경제적 압박을 느끼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 혹시 남편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까?

"남편은 저에게 정말 잘해 줘요. 심지어 제가 돈을 벌겠다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으면, 그럼 자기가 일을 더 하면 되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기도 해요."

그만하면 부부간의 관계나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별다른 문제는 없는 듯 보였다. 그렇다면 계속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압박을 느끼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더 깊은 이야기가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됐다.

"혹시 부모님과의 사이는 어떠세요?"

순간 그녀의 표정은 마치 잊고 있던 나쁜 기억이라도 떠오른 듯 일그러졌다. 그리고는 곧 자신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민한 성격으로 늘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던 어머니, 그와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항상 어머니와 마찰을 빚던 아버지, 그렇게 부모님의 갈등이 일상이던 어린 시절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부모님이 이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그녀가 부모와 온전한 애착을 형성할 기회를 충분히 얻는 것을 방해했고, ‘빨리 이 집을 벗어나야 해’라는 강박을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라면서도 스스로 자포자기를 하거나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을 위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부모의 실망스러운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무서울 정도로 성공에 집착하게 되었고, 성인이 되어 독립한 뒤,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게 된 이후에도 그런 성취 지향적 성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부족하지 않지만 계속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증상. 그것의 원인은 몸은 성인이 되었음에도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얻게 된 자신의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한 결과 얻게 된 '애착 결핍' 때문이었다.

 

애착 결핍이 낳은 결과

아이는 자라는 동안 수많은 두려움과 불안 등의 부정적 감정을 갖게 된다. 그것은 태어나 처음 '세상'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겪으며 지나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 사이에 형성된 애착은 아이에게 '언제든 내가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 기지가 있다!'라는 확신을 주며, 미지의 세계를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정서적 안전장치의 역할을 한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유아 시절에 부모와의 스킨십, 소통, 놀이 등과 같은 애착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안정감과 신뢰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부모와의 애착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자기 표현력과 소통 능력을 향상해 타인과의 애착을 형성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양육자와의 이별, 양육자로부터의 학대나 방치, 혹은 형제 차별 등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자신이 자라는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 애착이 원활히 형성되지 못하는, 이른바 '애착 결핍'을 겪게 된다. '우리 땐 다들 그렇게 자랐잖아'라며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 느낀 애착 결핍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세월이 지나 성인이 되어도 저절로 해소되지 않는다.

내담자의 경우처럼 자기 존재를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계속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거나 쉽게 분노를 느끼는 등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가 될 수 있다. 혹은 타인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거나 자신의 의견과 다른 타인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등의 정신 질환을 겪게 됨에도 불구하고 그저 그것이 자신의 성격 탓이라고만 여기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그런 현상의 원인이 애착 결핍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부모 자신이 이런 애착 결핍을 앓고 있는 경우, 그런 증상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그것을 자신의 아이에게 그대로 대물림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부모로서 당연히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크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해 그 마음을 아이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에게 부족한 애착을 온전히 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부모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다정한 스킨십과 소통을 부모님과 함께 나눔으로써 긴 시간 동안 얼어 있던 자신의 마음을 녹이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 달리 부모님은 그 세월을 지나왔어도 여전히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애착을 제대로 형성할 수 있는 다른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애착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것인 만큼,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위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하라.

배우자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까운 친구, 혹은 상담 전문가와 밀접하게 상호 작용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스킨십을 나누고, 눈을 맞추고, 감정을 표현하고 함께 소통하면서 상대와 마음을 나누는 자신의 존재를 느껴보자. 그렇게 나의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고 나의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애착 결핍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나면 결핍을 넘어 행복이 넘치는 마음을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전달하는 건 달리 노력하지 않아도 숨 쉬는 일만큼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어떤가? 그것이야말로 부모로서 우리가 바라던 진짜 행복한 삶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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