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인터뷰] "단지 좋아서 합니다" - 디스에이블드
[휴먼인터뷰] "단지 좋아서 합니다" - 디스에이블드
  • 박희남 기자
  • 승인 2020.09.07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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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에이블 김현일 대표. ⓒ 휴먼에이드포스트
디스에이블드 김현일 대표. ⓒ 휴먼에이드포스트

[휴먼에이드포스트] 평등의 도덕적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평등'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평등의 조건. 이 몹쓸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 그래서 김현일 대표가 운영하는 디스에이블드의 편견 없는 평등한 기회는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아직 앳된 기운이 얼굴에 남아있는 김현일 대표는 올해 서른인 청년 사업가다. 그가 운영하는 디스에이블드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잠재돼 있던 재능을 현실로 끌어내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상품으로 제작해 판매까지 진행하는 에이전시다. 쉽게 말해 좋은 일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현재 디스에이블드는 발달장애인 예술가와 함께 예술가 매니지먼트, 아트 콜라보레이션, 전시공연 기획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미디어를 통해 디스에이블드의 선한 영향력은 기사로 소개된 바 있다.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은 김현일 대표를 두고 '좋은 사람', '대단한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주위의 시선에 대해 김 대표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꽂힌 것만 하는 스타일인데, 발달장애인 작가님이 그리신 그림에 꽂힌 거죠. 그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을 찾은 것뿐인데, 좋게 봐주셔서 오히려 제가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현일 대표가 쉽지 않은 길을 가게 된 것도 어찌보면 '운명'이었다. 우연히 대학로에서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하는 전시회를 보게 됐는데, 그림에서 뭔가 느껴지는 점이 다른 그림과는 확연히 달랐다고. 그 날 김 대표가 본 그림은 색감도 특이했고, 그동안 봐왔던 다른 그림과는 달리 많은 이야기가 담겨 보였다. 모든 게 완벽했던 전시회였지만, 안타깝게 아무도 전시회를 보러 오지 않았다. 김 대표는 버려진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고 싶었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 경험이 없음에서 나오는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쉬웠습니다.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그린 훌륭한 그림을 더 많은 사람이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려웠던 일은 너무 많아서 한가지 꼽기가 쉽지 않네요. 일단 비슷한 유형의 회사 선례가 있었다면, 좀 더 많은 도움이 되었을 텐데 무엇을 해도 저희가 처음으로 하는 느낌이라서 능력 밖의 일들이 계속 생겨 곤란할 때도 많았습니다."

디스에이블드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잠재돼 있던 재능을 현실로 끌어내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상품으로 제작해 판매까지 진행하는 에이전시다. ⓒ 디스에이블
디스에이블드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잠재돼 있던 재능을 현실로 끌어내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상품으로 제작해 판매까지 진행하는 에이전시다. ⓒ 디스에이블드 제공

왜,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응원하지 않느냐고?
우린 함께 나누며 공생하는 관계이므로.

소속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탄생한 디스에이블드 상품은 그 어느 상품보다 특별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상품과는 달리 소요시간이 더 들지만, 장애인 예술가들이 직접 그리고 칠해 완성한 작품들이 주는 의미는 단지 가격으로 평가받기는 어렵다.

밖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디스에이블드 상품으로는 휴대폰 케이스가 있다. 휴대폰 케이스에는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정성껏 그린 그림이 나붙어 있다.

"저는 단순히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돕겠다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지닌 능력을 상업화해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분들을 돕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함부로 응원한다고도 말하지 않습니다. 이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더 많은 기회 그리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일입니다."

보는 이의 시선 잣대에 따라 평범할 수도, 또 평범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김현일 대표는 편견 없이 시작했지만, 어느새 자신도 편견에 빠졌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평가하고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특정 짓는 일조차 편견이라는 단어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에 발달장애인 예술가 개개인을 특정한 범주에 넣지 않기 위해 늘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고. 

후회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시간을 되돌려도 그 날 보았던 그림을 봤더라면 똑같이 이 일을 택했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가고자 하는 길의 확인은 방향성을 잃게 만들 수도 있기에 아직도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그른 길인지 길을 찾고 있다는 디스에이블드와 김현일 대표. 그는 찾을 수 있는 가장 바른 방향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오늘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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