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인터뷰] 종이를 접어 꿈을 그리다 - 그레이프랩
[휴먼인터뷰] 종이를 접어 꿈을 그리다 - 그레이프랩
  • 허지선 기자
  • 승인 2020.09.09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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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프랩 제품사진
 ⓒ 그레이프랩 홈페이지 갈무리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2019년, 뉴욕의 어느 문구박람회장(NSS) 부스에서 찬사가 튀어나왔다. "Gorgeous! Amazing! (끝내준다. 멋있다!)"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활동하는 뉴욕 스테이셔너리 박람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친환경 사회적기업 그레이프랩의 부스가 가장 핫하고 흥미진진하다는 평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민양 그레이프랩 대표는 당시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재생 종이를 접어 만든 우리 상품이 세계무대인 뉴욕에서 너무 초라해 보이진 않을까 싶어서…"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뉴요커들은 먼저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제품 디자인에 먼저 관심을 보였고 발달장애인 친구들과 함께한 동행 스토리를 들려주니 그 진심에 다시 한 번 반했다. 

 

발달장애인이 접고 그리다

ⓒ그레이프랩
ⓒ 그레이프랩 홈페이지 갈무리

친환경 사회적기업 그레이프랩은 북 스탠드인 ‘G.stand’ 제작 회사로 발달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 만든다. 영국 킹스턴 대학교에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전공한 김민양 대표는 귀국 후, 장애인 비영리단체 ‘로사이드’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미술 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금의 G.stand 제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알게 된 발달장애인이자 예술가인 신승호씨를 스카우트하여 그레이프랩 사업을 본격화했고 장애인들이 만드는 디자인 제품으로 상품화하여 수익활동을 도우고 있다. 낮잠이 쏟아지는 평일 오후 2시, 그레이프랩 회사의 일상은 늘 시끌벅적하다.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속속 출근하면서 벌어지는 사무실 풍경이다. 발달장애인들은 장시간 근로가 힘들기 때문에 각자의 컨디션에 맞춰 일주일에 2~4회 출근하며 대표 제품 북 스탠드와 g플래너를 접고 그곳에 들어갈 디자인을 기획한다. 시급은 대략 1만원에서~1만2,000원. 이것 말고도 추가 수익이 생긴다. 제품 디자인 완성 보수금과 제품을 팔고 난 수익을 회사와 반반 나누어 갖는 것.

 

사회·환경문제 종이 한 장이면 해결

ⓒ그레이프랩
ⓒ 그레이프랩 홈페이지 갈무리

"기존의 독서대나 노트북 거치대는 부피가 크고 무겁고, 코팅된 목재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버려지면 잘 썩지 않습니다. 그것이 지금 대두되고 있는 플라스틱 환경문제이죠. g스탠드는 재생종이 한 장으로 접기 방식을 통해 탄생부터 소멸까지 환경을 고려해 만들었습니다." 100% 재생 종이 한 장을 접어 만들었지만, 최대 5kg의 무게를 견뎌 낼 수 있도록 기하학적인 폴딩 구조로 가볍고 휴대하기 또한 매우 편리하다. 전 세계적으로 벌목되는 나무 중 40%가 종이를 만들기 위해 베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그레이프랩은 비목재지를 사용을 택했다. 숲을 이루는 큰 나무를 베지 않고, 카페에서 흔히 사용되고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 버려진 잡지책, 과일 찌꺼기와 섞어 만든 재생 종이 등 목재가 아닌 다양한 소재로 만든 종이를 사용해서 환경문제 또한 해결하고자 했다.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요

그레이프랩에 종사하고 있는 어느 장애인 직원의 소원은 '죽을 때까지 여기에 다니는 것'. 직원들에게 인정받는 회사, 김 대표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지속적인 디자인과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정기 납품을 하는 B2B 사업에 집중하는것에 여념이 없다. 아울러 김 대표는 "우리 사회 경제구조는 피라미드형입니다. 꼭대기로 갈수록 좁고 한정적이며 최하층은 많아지죠. 포도는 송이가 웬만큼 커지면 더는 송이를 부풀리지 않아요. 다른 곳에 새로운 송이를 맺어 서로 연결돼 하나의 큰 포도나무를 이루어내요"라며 기업의 이름처럼 포도송이 같은 사회구조를 만들겠다는 기업의 포부를 밝혔다. 환경문제 해결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로운 회사, 그레이프랩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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