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인터뷰] 꿈이 자라나는 도시 텃밭 - 동구밭
[휴먼인터뷰] 꿈이 자라나는 도시 텃밭 - 동구밭
  • 허지선 기자
  • 승인 2020.09.09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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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밭 비누제품 사진
동구밭 비누제품 사진 ⓒ 동구밭 홈페이지 갈무리

 

[휴먼에이드포스트] 한가로운 주말 오전 9시 30분, 누군가는 침대에 누워 여유를 만끽할 시간이지만 매주 이 시간만 되면 서울과 경기 지역 텃밭에 누군가 하나둘씩 나타난다. 봉사활동을 통해 온 비장애인들과 발달장애인 '가꿈지기'이다. 땀을 송글송글 흘리며 함께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물과 비료를 주고… 이렇게 정성을 다해 키운 채소는 고생한 지기들과 비빔밥 파티를 열거나 동구밭 FACTORY로 옮겨져 먹을 수 있는 식용오일과 만난다. 다시 이곳에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손길로 낮은 온도에서 1,000여 시간이라는 느릿느릿한 숙성을 거쳐 ‘천연비누’로 재탄생하기까지 '동구밭'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수익보다는 '관계', 작은 변화를 꿈꿔요

‘도시농부’의 관심이 많은 학도였던 동구밭 노순호 대표는 농촌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어머니와 함께 온 발달장애인 친구를 만났다. 어머니는 일만 하시고 아들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는 노순호 대표. “현 시점 장애인 고용정책 솔루션은 ‘전문 기술’을 가르쳐주면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정책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통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은 일자리를 구해도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두는게 현실이죠. 사회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소통이 어려우니까….” 이러한 사회적 문제점을 파악한 노순호 대표는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에 있어 중요한건 ‘전문기술’이 아니라 함께 일할 ‘친구’라고 생각했다. 옛 농업시절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었던 농사의 직무적 특징을 파악해 ‘직업’과 ‘친구’를 만들어주겠다는 신념 하나로 2014년 친구 3명과 ‘도시농부’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봉사자들을 1:1매칭을 통해 밭농사를 짓고 친구가 되는 사회 적응능력 프로그램을 해보면 어떨까? 1년만 딱 해보자’라는 작은 생각이 성공적인 사회적경제기업 ‘동구밭’으로 성장시켰다. 

한번 쓰면 계속 쓰게 되는 '천연 비누' 탄생

ⓒ동구밭
동구밭 천연비누 사진 ⓒ 동구밭 홈페이지 갈무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해 텃밭을 가꾸며 수확한 5종의 채소는 비누로 제작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매된다. 그들이 일군 텃밭에서 자란 케일, 가지 상추 등의 채소가  주재료가 되어 천연비누가 제작 되는데 이를 동구밭에서는 '가꿈비누'로 부른다. 텃밭을 '가꾸고', 관계를 '가꾸고'. 피부를 '가꾸자'라는 의미이다. 또한, 장애인이 만든 비누의 꼬리표보다는 제품력으로 승부하기 위해서 '1,000시간 저온 숙성(Cold Process,CP)용법'을 고집했다.  1,000시간 즉 45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연 숙성시켜 파라벤, 경화제, 방부제 같은 유해성분을 없앴고 천연 성분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환경보존은 물론 세정력, 보습력을 높이도록 했다. 특히 동구밭에서 판매되는 고체 '워싱바'는 자연유래성분 주방세재로 과일과 야채를 씻어도 무방할 정도로 올바르고 정직하다. 이런 전략은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동구밭 비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착한비누는 매달 총생산량 150,000개를 돌파하며 현재 국내 유명 호텔 '워커힐', '카푸치노호텔', 리조트 등에도 정기납품은 물론 첫 해외 브랜드 'HOLD' 비누가 출시 되어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수출되고 있다. 

 

창업 이후 단 한명의 퇴사자가 없는 회사

또한, 월 매출 400만 원이 넘어갈 때마다 발달장애인 사원 1명씩 더 고용하는 '가꿈지기'미션으로 5년 만에 발달장애인 17명, 일반 직원 9명 등 총 26명의 사원이 일하고 있는 안정적인 일터로 자리 잡았다. 특히 첫 장애인 사원이 입사한 후 퇴사율 0%를 기록한 것은 노순호 대표의 큰 자랑거리라는 점이다. 이에 그는 "해외에 있는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한국으로 이민 오고 싶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라며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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