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사내고 "학교로 찾아온 고양이를 도와주세요"
화천 사내고 "학교로 찾아온 고양이를 도와주세요"
  • 전은숙 기자
  • 승인 2020.09.17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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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동아리 '레벨업' 고양이 위해 펀딩까지
화천 사내고에 찾아온 길고양이. ⓒ 학생 이상현 학교에서 노는 길고양이들. ⓒ 학생 이상현 사료 지원 부탁드립니다 ⓒ 사내고 동아리 '레벨업'화천 사내고 동물복지 동아리 '레벨업'. ⓒ 유은숙 교사
 학교에서 노는 길고양이들. ⓒ 학생 이상현

[휴먼에이드포스트]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에 자리한 사내고등학교에 '동물복지 동아리'가 생겨 주위를 끌었다. 올해초 코로나19로 텅 빈 교정에 길고양이들이 모여들기 시작, 고양이를 위한 학생들의 움직임이 주위를 따뜻하게 했다.

평소 동물복지에 뜻이 있던 학생과 교사가 모여 '레벨업'이라는 동아리를 만든 것. 이들은 동물 행복을 위해 노력하며 한 단계 더 좋은 세상을 꿈꾸자며 '레벨업'으로 이름 붙였다. 

학생들은 '단 한 마리의 동물이라도 행복하게 해주자'는 결의로 교장, 교감 선생님을 설득했고 학생들은 조를 짜서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양이와 건강한 동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양이들이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지나 주차장까지 향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고양이 수도 점차 늘어 6마리까지 모였다. 이에 고양이 돌보기는 일이 커져 '고양이와 학교 구성원 상생 프로젝트'로 바뀌었다. 동아리는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낼 방법을 궁리했다. 먼저, 사료 주는 시간을 저녁 6시로 정해 교사들의 출퇴근 시간에 고양이들이 주차장으로 가지 않도록 막았다.

화천 사내고에 찾아온 길고양이. ⓒ 학생 이상현 학교에서 노는 길고양이들. ⓒ 학생 이상현 사료 지원 부탁드립니다 ⓒ 사내고 동아리 '레벨업'화천 사내고 동물복지 동아리 '레벨업'. ⓒ 유은숙 교사
사료 지원 부탁드립니다 ⓒ 사내고 동아리 '레벨업'

또 고양이 수가 늘어나면서 사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이를 지원받는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밖에도 길고양이를 포획해 생식 기능을 없애는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방사하는 'TNR(Trap-Neuter-Release)' 작업도 진행했다.

학생들은 이런 캠페인을 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진심으로 움직이자 펀딩 관련 강사와 유기동물 관련 기업 등이 도움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펀딩 프로젝트 이름을 '연(緣)'으로 정했다. 고양이와 사람들의 마음을 잇는다는 의미.

화천 사내고에 찾아온 길고양이. ⓒ 학생 이상현 학교에서 노는 길고양이들. ⓒ 학생 이상현 사료 지원 부탁드립니다 ⓒ 사내고 동아리 '레벨업'화천 사내고 동물복지 동아리 '레벨업'. ⓒ 유은숙 교사
화천 사내고 동물복지 동아리 '레벨업'. ⓒ 유은숙 교사

동아리 회원인 사내고 2학년 이상현(17)군은 "학생들이 큰돈을 모을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많은 도움으로 펀딩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며 "고양이를 그저 돌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생을 위해 선생님들 인식 변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동아리를 만든 유은숙 교사는 "고양이 이름을 정하는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것 역시 설득의 과정이며 고양이가 왜 불편한지 설문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펀딩으로 돈을 만드는 것보다 학생들이 남과 다름을 이해하고 설득해 합의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며, 결국 이것이 민주시민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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