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20년째 노숙인과 함께해온 시립서북병원 내과의사 최영아 씨
[기자가 만난 사람] 20년째 노숙인과 함께해온 시립서북병원 내과의사 최영아 씨
  • 정민재 수습기자
  • 승인 2020.09.18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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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도 한때는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자식이었어요"
 '길 위의 의사'로 불리며 노숙인을 돌봐온 내과전문의 최영아 씨예요. ⓒ 최영아 씨 제공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9월15일 '길 위의 의사' '서울역 슈바이처'로 불리며 20년째 노숙인들을 돌보고 있는 서울시립서북병원 내과전문의 최영아 씨를 만났어요. 
최영아 씨는 2001년부터 다일천사병원, 요셉의원, 도티기념병원 등에서 노숙인과 외국인 근로자 등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봉사해왔어요.  2009년에는 서울역에 다시서기의원을 설립하고 노숙인들이 생활보호 대상자로서 정부의 의료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어요. 또한 <마더하우스> 등의 그룹홈을 설립하여 노숙인에게 주거를 지원하는 일에도 헌신해왔어요. 그후 2017년부터는 서울시립서북병원 내과전문의로 일하며 기존에 돌보아왔던 취약계층 환자들을 꾸준히 진료하고 있어요.

◆ 최 선생님은 내과의사로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진료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최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노숙인도 한때는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자식이었다"라고 하셨는데, 막상 노숙인들을 접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 오래전 얘기네요. 처음에 어떤 기분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웃음)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누구나 기분이 다르지 않나요? 노숙인들도 똑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노숙인들도 굉장히 스펙트럼이 넓거든요. 사람들은 노숙인이라 하면 본인이 생각하는 틀 안에 어떤 이미지를 정해놓고 있잖아요. 하지만 겉으로 볼 때는 노숙인인지 아닌지 잘 구분이 안 가고 그냥 일반인들과 똑같이 보이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죠. 그들을 진료하거나 상담할 때 어떤 특별한 느낌은 없었어요. 


◆ 내과전문의로서 여러 병원에서 진료하셨는데요. 여기 시립서북병원으로 오시게 된 이유가 뭔가요?

◇ 제가 전에 있던 의원이나 병원들은 종교단체나 기관 등에서 후원을 받거나 사적인 도움을 받아 운영하는 곳이었어요. 제가 그곳에서 일했던 이유는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진짜 가난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국가에서 일정 부분 그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졌어요. 노숙인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설 수 있도록 노숙인증을 발급해주고 의료보호 1종으로 등록해줘 의료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요. 말하자면 제가 지금 이 병원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이 전부 의료보호 1종 수급자가 되면서 이 병원으로 진료받으러 오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보면 국가의 복지정책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된 셈이지요.

내과의사 최영아씨를 만났어요. ⓒ정민재 수습기자.
최영아 씨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 다른 취약계층도 많은데 노숙인들을 택해 진료하시게 된 이유가 뭔가요?

◇ 다른 취약계층 중에는 장애인도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도 있지요. 그런데 노숙인 안에 장애인도 포함돼요. 노숙인은 돈이 없어서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사실 외국인 노동자들, 특히 난민들도 진료해요. 장애인들 중에도 의료보호 1종인 사람도 있지만, 돈이 있거나 능력이 있으면 보호 1종이 아니거든요. 특별히 노숙인을 택한 것이 아니라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진료한다고 보면 맞아요. 돈이 있는 장애인은 저 말고도 다른 좋은 병원에 가면 되니까 굳이 안 봐드려도 되잖아요. 또 그렇게 한 이유는 노숙인들이 일정한 거처가 없고 제대로 못 먹다 보니 일반인보다 병이 좀 더 많아요. 병은 많은데 돈은 없으니 누군가 도와줘야 하잖아요. 그런 이유들로 노숙인들을 돌보게 된 것이지요.


◆ 여태까지 다니셨던 병원 중에 가장 편한 곳은 어딘가요?

◇ 편한 곳이요? 어딜 가도 안 편하던데요?(웃음) 어느 병원에 가든 나름대로 괴롭고 피곤한 일이 많았지요. 하지만 저는 일부러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의사를 힘들게 하는 환자들을 만나려고 이 일을 시작했던 거라…. 일하기 즐겁고 편한 곳을 찾으려면 다른 병원으로 갔겠죠. 처음부터 훈련, 즉 트레이닝을 받기 위한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가는 곳마다 좀 고통스고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덕분에 그곳의 장단점을 경험하면서 배울 점도 많았어요. 3, 4년 간격으로 각 병원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좋았고요. 그래서 제가 서울역 다시서기의원 원장을 할 때도 그런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죠. 무엇보다 지금은 나라가 주는 월급도 받으면서 일할 수 있게 돼서 좋아요.(웃음) 그 전에는 보통 의사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조금 받거나 거의 무보수로 일하기도 했거든요. 

최영아씨가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방호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에요. ⓒ정민재 수습기자.
최영아 씨(맨 오른쪽)가 병실에 들어가기 전 방호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에요. ⓒ 최영아 씨 제공


◆ 개인적 차원에서 지금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매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게 힘들죠. 또 코로나19 환자를 볼 때는 방호복 입고 들어가야 하는 게 괴롭고요. 또 환자 입장에서도 병원의 병상들이 코로나 병상으로 다 바뀌어서 불편하죠. 입원하려고 대기 중인 노숙인들이 많거든요. 진료는 하러 오지만 그냥 약을 먹으며 견디고들 있는 거 같아요. 또 코로나19가 이제는 좀 끝났으면 좋겠는데, 의사 입장에서 봐도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아서 괴로운 것. 그런 점이 어려움이죠.


◆ 백신이 개발되려면 2년을 기다려야 된다고 하는데요?

◇ 사실 백신이 개발될지 안 될지도 잘 모르겠어요. 바이러스가 계속 변형을 일으켜서 타입이 여러 가지로 생겨요. 나라를 돌 때마다 새로운 타입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쨌든 모든 국민이 이것 때문에 과도한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입원한 분들 중에 대부분이 잘 이겨내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견딜 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래도 마스크 잘 쓰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요. 그건 두말 하면 잔소리예요. 


◆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영아 선생님의 숨은 노력이 이 사회를 더 밝고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선생님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의사가 진짜 의사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인터뷰 진행 : 정민재 수습기자

인터뷰기사 정리 : 휴먼에이드포스트 편집국

 

* 현재 정민재 수습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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