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의 맛있는 칼럼] 게 눈 감추듯 먹게 되는 가을 꽃게
[김민경의 맛있는 칼럼] 게 눈 감추듯 먹게 되는 가을 꽃게
  • 김민경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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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꽃게 ⓒ김민경제공
싱싱한꽃게 ⓒ 김민경 칼럼니스트 제공

[휴먼에이드포스트]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한 달에 두어 번씩 가락시장에 가곤 했다. 무더운 여름 한두 달만 빼고는 매달 갔는데 때마다 새로운 채소와 과일, 해산물이 등장하는 풍성한 진열대는 늘 진기했다.

바다에서 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아버지와 나는, 배추와 무만 좋아하는 어머니가 좀체 사주지 않던 기기묘묘한 해물로 주말 식탁을 점령할 생각에 신이 났다.

아침이면 콧잔등이 시려오는 이맘때 우리는 게 잔치를 준비했다. 먹을 것도 없고 분잡한 게는 왜 사왔냐, 토씨 하나 바뀌지 않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매년 가을마다 집안에 울려 퍼진다.

먹을 수 있는 게는 다 맛있다. 대나무처럼 곧고 길쭉한 다리를 가진 대게는 영덕, 울진, 포항, 울산 등에서 많이 잡다. 압도되는 크기만큼 먹을 것도 많고 달디 달다. 대게 중 알을 꽉 밴 암게는 몸집이 둥그스름하게 부풀어 ‘빵게’라고 불리는데 이 게를 잡는 것은 불법이다.

간혹 대게를 박달게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살이 가득 차 박달나무처럼 단단하여 붙은 별명이다. 대게와 비슷하지만 다리가 가늘고 색이 훨씬 붉은 것은 홍게이다. 대게보다 껍데기는 두껍고 살이 적어 값이 저렴한 편이다.

참게는 바다와 만나는 하천에 살아 민물 게로 불린다. 짧은 다리와 조약돌처럼 생긴 작은 몸집이 야무지게 생겼다. 바닷게와 달리 단맛보다는 구수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이외에 통째로 튀기거나 볶아 먹는 베이비 크랩, 껍질 째 요리하는 소프트 쉘 크랩 등도 있다.

다른 종류에 비해 도시 사람들도 제철에 제맛을 볼 수 있는 게가 바로 꽃게이다. 꽃게는 서해에서 많이 잡힌다. 꽃게는 겨울잠을 자고 봄에 일어나 알 낳을 준비를 하기 때문에 4~5월이면 살이 꽉 차올라 맛이 좋다. 그리고 게가 알을 낳는 시기에는 사람이 게를 잡아먹을 수 없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6~8월쯤이 게를 잡지 못하는 때이다. 그리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는 다시 꽃게 맛을 볼 수 있다. 봄 꽃게는 꿀맛이지만 잡히는 양이 적은 반면, 가을 꽃게는 마음껏 먹어도 될 만큼 풍성하게 나온다. 초가을에는 수놈이 많이 잡히고 가을이 깊어갈수록 암놈이 많이 잡힌다.

게를 가장 쉽게 먹는 방법은 그대로 찌는 것이다. 산채로 찌면 꽃게가 마구 움직여 다리가 떨어지므로 기절시켜 찌면 형태가 온전하다. 게는 수돗물에 잠깐 담갔다가 냉동실에 1시간 이상 넣어 두면 기절한다. 아니면 수돗물에 담근 게에 뜨거운 물을 약간씩 끼얹어도 움직임이 잠잠해진다. 꽃게를 뒤집어 배 부분을 보면 암수를 알 수 있다.

수컷은 배마디(배딱지)가 뾰족한 삼각형이고, 암컷은 둥글다. 수게는 살을 먹고 암게는 알을 먹는다. 수게는 다리며 몸통을 바작바작 씹으며 단 국물을 쪽쪽 빨아 먹는 맛이 좋다. 암게는 뭐니뭐니 해도 고소한 내장과 알이다. 게 등딱지에 뜨거운 밥을 놓아 비벼 먹으면 입안 빌 틈 없이 밥이 푹푹 들어간다. 찐 게를 먹다 보면 손과 팔에 물이 줄줄 흐르고 식탁 주변은 엉망이 되기 일쑤지만 너무나 달고 야들야들하며 맛있으니 정리는 잠깐 미루자.

간장게장 만들기 ⓒ김민경 컬럼니스트 제공
간장게장 만들기. ⓒ 김민경 칼럼니스트 제공

지나가는 계절이 아쉬우니 게장도 담가 본다.육수(또는 채소물), 간장, 청주, 양파, 대파, 마늘, 생강, 마른고추 등을 넣고 끓인 장을 싱싱한 게에 부어 간장게장을 만들 수 있다. 간장국물에 계피, 사과, 레몬 등을 넣어 상큼한 맛을 내기도 한다. 간장국물을 부을 때 게는 반드시 배가 위로 가도록 차곡차곡 놓아야 맛이 잘 밴다. 간장게장 못지않게 밥반찬으로 사랑받는 것이 양념게장이다.

손질한 게를 껍데기째 양념에 버무려 만들기도 하고, 살만 발라 양념에 무치기도 한다. 통째로 무친 게는 껍데기를 씹을 때마다 스미는 알근달근한 맛이 기막히게 좋고, 게살무침은 뜨거운 밥에 얹어 짭짤하게 비벼 먹는 맛이 그만이다.

꽃게카레 ⓒ김민경 칼럼니스트 제공
꽃게카레 ⓒ 김민경 칼럼니스트 제공

조금 색다르게 먹고 싶다면 꽃게를 2~4등분으로 큼직하게 손질해 카레를 끓여본다. 꽃게로 카레를 만들 때는 감자나당근같이 큼직한 덩어리 재료는 빼고 양파만 넣어도 감칠맛이 충분히 난다. 매콤하게 먹고 싶으면 청양고추나 마른고추를 넣고, 구수하게 먹고 싶으면 버터에 양파를 볶은 다음 우유를 약간 섞어 끓인다.

꽃게를 6등분하여 매콤한 양념에 볶아도 색다른 요리가 된다. 볶기 전 꽃게에 녹말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기면 훨씬 맛있다. 매운맛은 마른고추와 생강으로 내고, 간은 간장이나 굴소스로 맞추고 설탕을 조금 넣으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이런저런 재료도 솜씨도 없다면 꽃게를 넣고 국이나 찌개를 끓이면 된다. 꽃게는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소금, 간장,액젓 등과 두루 잘 어울린다. 맑은 국에 넣으면 시원함이 살아나고, 매운 국에 넣으면 감칠맛을 주고, 구수한 국에 넣으면 진한 맛을 더한다. 국물요리에는 싱싱한 놈으로 한 마리만 넣어도 가을 꽃게 풍미를 실컷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꽃게볶음 ⓒ김민경 컬럼니스트 제공
꽃게볶음 ⓒ 김민경 칼럼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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