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자꾸 자꾸' '좋아 좋아' 일기예보의 나들
[기자가 만난 사람] '자꾸 자꾸' '좋아 좋아' 일기예보의 나들
  • 박희남 기자
  • 승인 2020.10.06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기예보 멤버 나들. ⓒ 휴먼에이드포스트 유선우 기자
일기예보 멤버 나들. ⓒ 휴먼에이드포스트

[휴먼에이드포스트]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 그래서일까. 일기예보 나들은 보면 볼수록 자꾸 자꾸, 좋아 좋아진다. 좋아 좋아, 인형의 꿈, 그대만 있다면 등 여러 주옥같은 명곡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는 도통 만나볼 수 없었던 일기예보의 나들이 돌아왔다. 일기예보 멤버 나들은 여전히 즐겁고 때로는 슬프고 아프기도 한 우리네 삶을 노래로 묵묵히 위로하고자 한다. 지금껏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음악과 미술

나들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가 하던 공연들은 모두 중단됐다. 그래서 인생 최초로 언택트(비대면) 공연도 진행해봤다. 처음 시도해보는 언택트 공연 방식은 색달랐지만 이러나저러나 하루빨리 관객들을 직접 만나 일일이 눈 마주치고 인사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가까운 거리에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가장 좋아하는 나들이기 때문이다.

비록 나들의 공연은 잠시 멈추게 되었지만, 그의 하루는 나름 바쁘다. 나들은 요즘 미술 분야에 푹 빠져있다. 사실 나들은 미술전공자다. 따지고 보면 평생 업으로 해 온 음악은 취미에 가까웠다. 먼저 접한 예술 분야는 미술이었다. 단지, 나들은 미술의 끈을 잠시 내려놓을 정도로 음악이 너무 좋았다.

2014년, 나들은 다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만들고 부른 노래를 그림으로 표현해 갤러리 콘서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미술을 하면서 얻는 영감은 음악작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절대 해가 되지는 않았다. 이후 나들은 전시는 물론 갤러리 콘서트를 겸해서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다.

음악과 미술의 만남은 나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을 셈이다. 나들은 노력하는 만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나들의 우선순위는 음악이다. 음악은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일상 속 늘 함께였던 음악. 나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주고받는 마음 때문이다.

음악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좋은 매개체 역할을 한다. 미술은 내면의 세계를 깊게는 하지만, 사람들과 소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음악은 지극히 대중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하기 수월하고 감동을 나누기 좋다. 나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대중들과 호흡하면서 서로 영역을 주고받을 때 그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참 좋다.

ⓒ 휴먼에이드포스트 유선우 기자
ⓒ 휴먼에이드포스트

간경화 투병
다시 태어난 나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언제나 무대 위에서 열창을 하던 나들. 그렇게 영원히 반짝반짝 빛날 줄 알았던 그에게 뜻하지 않은 시련이 덮쳤다. 2002년 간경화 판정을 받고 기약 없는 투병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2010년 극적으로 사촌동생의 간 기증을 받아 건강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렇게 나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태어났다. 또 한 번의 삶을 부여받은 그는 인생관이 달라졌다. 음악세계 역시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제가 노래를 했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많이 행복해요. 제 노래를 들으면서 미소 짓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되더라고요. 낯간지럽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 제 노래가 국민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간 이식 수술을 받은지 어느덧 10년. 나들은 지금 아주 건강하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전혀 없다. 관리차원에서 특별히 따로 하는 운동도 없다. 다만 무리하게 밤을 샌다던가, 몸에 무리가 갈만큼 피곤한 일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스스로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부정적인 생각은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두 달 마다 병원에 가야해요. 간염 항체가 없기 때문에 항체 주사를 맞아야 하고, '면역억제제'라는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거든요. 다행이 결과는 늘 정상으로 나와요. 이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에 특별히 제가 '아픈 사람'이라고 의식하지는 않아요. 사실 의식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고, 저는 그저 제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성실하게 해 나갈 뿐이에요. 지금은 가장 그게 중요하고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유선우 기자
ⓒ 휴먼에이드포스트

노래로 희망을 전하다

아픔의 시절도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나들. 그는 골목가수로도 유명하다. 최근까지도 전국팔도를 누비며 지역상인들을 위한 무료공연 '골목콘서트'를 개최해왔다.
지금은 아쉽게도 '골목콘서트'가 중단됐다. 그 누구보다 골목콘서트가 재개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바로 나들이다. 나들은 여건이 조성되고 환경이 마련되면 언제든지 골목콘서트를 다시 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산 영향도 있지만, 개인의 역량으로 골목콘서트를 이어가기에는 제 스스로도 조금씩 지쳐갔어요. 골목콘서트는 후원을 받아서 하는 행사가 아니에요. 가게의 지원 신청이 오면 그 가게를 도와주기 위해 직접 가서 공연을 해요. 포스터, 현수막, 또 도와주는 후배 뮤지션 차비에 밥값까지…. 알게 모르게 많은 돈이 들어가요. 3년 간 꾸준히 해왔는데 일단 제가 너무 벅차니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가 골목콘서트를 계속 해왔던 이유는 '행복' 때문이었다.

"제가 가서 공연을 해준다고 장사가 되지 않던 가게가 하루아침에 대박이 나지는 않아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 하루만큼은 단골손님들을 다 모아 놓고 무료 공연을 하고, 서로 즐기다보면 손님도 가게 주인도 모두 행복해져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캠페인이에요. 전국적으로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국민들에게 골목상권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자는 하나의 캠페인 공연이죠."

수익적인 부분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골목콘서트를 강행하는 나들을 보고 주위사람들은 걱정했다. 왜 사서 고생이냐며, 쓸데없이 돈도 못 벌고 시간낭비라고도 했다. 하지만 나들은 말한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주던 그 손길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덕분에 나들은 노래하는 행복을 느꼈다.

"사실은 제가 더 행복하거든요. 노래를 함으로써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주고 그 사람 마음에 행복의 씨앗이 자라는 것을 보면 저는 더 큰 행복과 보람을 느껴요. 아프고 난 후 다시 앨범을 냈는데, 찾아주는 이가 없었어요. 당시에 너무 힘들었어요. '아 이제 나는 끝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 시작한 게 바로 이 골목콘서트였어요. 저는 여전히 시대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감성이 있고, 노래 만드는 일이 즐거워요. 나들의 음악은 현재진행형이에요."

정서적으로 메말라가는 시대에 나이 불문, 성별 불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있는 나들. 그만의 감성을 담아 세대를 초월한 폭넓은 공감을 더할 음악이 기대되는 것은 리스너의 입장에서는 매우 즐거운 일이다.

다시 시작이다. 나들의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