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화 작가의 예술산책] 반-자화상
[홍일화 작가의 예술산책] 반-자화상
  • 홍일화 편집위원
  • 승인 2020.11.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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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dy Sherman, Untitled 604, 2019
ⓒ Cindy Sherman, Untitled 604, 2019

[휴먼에이드포스트] 2008년 데뷔 음반 "The Fame"을 발표한 이후로 항상 파격적이고 기상천외한 의상과 화장으로 연일 화재가 되었던 레이디 가가(Lady GaGa, 1986~)의 신선한 퍼포먼스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늘 새로운 행보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2017년도에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다큐 "레이디 가가 155cm의 도발"에서 보이는 모습은 매스컴에서 조명되는 시선과 사뭇 달랐다. 앨범 "조앤"의 발표 및 슈퍼볼 공연 등 그녀가 치른 중요한 사건들을 밀착 취재한 내용으로 스타 행보 속에 치장과 화장을 하지 않은 평범한 얼굴과 다소 왜소한 모습을 보여주며 공연 중간 중간 힘들어 하는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녀의 평범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을 감추는 파격적인 변장이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아도 되는 최정상의 뮤지션의 자리에 오른 레이디 가가의 최근 행보는 치장을 내려놓고 보컬과 음악성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의 레이디 가가의 화려한 변장은 다소 평범한 외모와 왜소한 체구를 감추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며 연예기획사의 마케팅 전략임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치장, 화장, 분장, 변장, 위장, 포장의 모든 것들이 나의 모습을 감추거나 남에게 달리 보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 혹은 기분의 표출 일수도 있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성향에 대한 순응이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에 대한 자기방어가 될 수 있다.

ⓒ Cindy Sherman, Untitled 150, 1985
ⓒ Cindy Sherman, Untitled 150, 1985

2006년 파리 쥬 드 뽐므(Jeu de Pomme)미술관에서 신디 셔먼(Cindy Sherman, 1954~, New Jersey)의 사진세계를 처음으로 접했었다. 무언가로 정확히 형용하기 어려운 불안함과 작품을 바라볼 때 오는 불편함은 새로운 충격이었고 그전에 예술작품을 관람할 때 느끼지 못한 또 다른 낯선 감정의 선율을 접했다.

작품을 보면서 느껴지는 죄의식이나 사건 현장 속 범인이거나 증인이 된 듯한 신선함의 충격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남는다. 토사물, 혈흔, 정액 등의 신체와 관련된 분비물 위주로 구성되고 정신을 놓은 듯한 창백한 여인의 무표정한 표정으로 구성된 "Abject Art" 연작이나 실제 모델로 표현하기 어려운 요소를 마네킹으로 대체하여 해체되어진 몸의 일부를 구성한 마네킹 작업들은 나를 비롯한 관중들에게 다소 '역겨운 사진들' 이라고 불리며 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신디 셔먼은 1980년대 이후로 전 세계 사진계에 주목받기 시작한 구성 사진작가로 남성의 시선이 규정한 여성성의 원형을 토대로 발전해온 사회의 과정에 대한 비판과 여성의 진정한 자아확립과 주체회복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신디 셔먼을 표현할 때 구성사진작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풍경이나 일상의 순간적 모습을 있는 그대로 촬영하는 사진의 우연성을 극도로 배제하고, 작가의 의도대로만 만들어지는 다시 말해 영화 세트장처럼 철저한 계산속에 구성되어진 장면을 촬영하는 것을 구성사진이라고 한다.

영화 속 배우처럼 자신이 모델이 되고 배우가 되어 분장하고 변장을 하면서 연출된 사진을 촬영한다. 마치 영화 속 스틸 컷처럼 구성된 사진들은 전후의 상황에 대해 관객이 상상하고 의문을 던지게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신디 셔먼은 영화나 연극에서 구성되는 연출 및 허구에 대해 집중하며 사진 속에 놓이는 머리카락, 나뭇잎, 타액, 담배 및 다양한 의상과 소품 그리고 움직임의 제한적 포즈에서 치밀하면서 섬세한 디테일을 보여준다. 마치 형사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범인을 찾아내듯 사건의 정황에 대한 단서들로 전후관계에 대한, 시공간에 대한 추리를 유도하게 한다. 

그녀는 어린아이가 자기가 몰랐던 아기일 때 사진을 보면서 이상하게 느껴지는 아이덴티티에 대한 의문이 내가 모르는 나의 이미지로 작품 세계관으로 연결 짓는다. 어린 시절 사진 속에서 "짠, 그거 나야!"하며 보이는 사진 속 얼굴은 어떤 탐구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진을 보는 관중은 탐정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절대 자연스럽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창백하거나 지나치게 붉은 기운이 도는 색조 화장법으로 부자연스러움의 연출로 단서를 남겨둔다.

ⓒ Cindy Sherman, Untitled 323, 1996

9월23일부터 2021년 1월3일까지 프랑스 루이 비통 재단에서 신디 셔먼(Cindy Sherman, 1954~, New Jersey) 의 '반-자화상'에 대한 회고전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10년간 유럽에서 개최된 최대 규모의 신디 셔먼의 회고전으로 더욱 화재가 된다. 어린 시절 네 명의 형제 중 막내로 뭔가 다른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과 경험에서 시작된 탐구는 인간의 정체성, 여성성, 남성성, 그리고 인류라는 주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신디 셔먼의 몸과 얼굴은 도화지처럼 다양한 모습의 색채로 담아낸다. 광대, 주부, 스타, 억만장자, 여배우등 자신을 수없이 다양한 역할로 탈바꿈 시켰다. 하지만 레이디 가가를 언급한 것처럼 사진 밖의 신디 셔먼은 온화하고 선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때론 순한 모습과 그녀의 선한 행보들은 사진속의 과도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반전의 모습이다.

예술가의 궁극적 목표는 변화를 일으키는 거라고 생각하는 신디 셔먼은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고, 남성이 여성을 보는 방법을 바꾸고 그리고 우리가 세상에 드리우는 이 시야의 장막이 없어지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거대한 목표이기에 작품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관중과의 호응을 바라고 있다. 

이번 <회고전(A retrospective, 1975-2020)>에서는 1975년부터 2020년 사이 제작된 <무제 필름 스틸(Untitled film stills), 후면 스크린 프로젝션(Rear Screen Projections), 패션(Fashion), 역사인물화(History Portraits), 재앙(Disasters), 상반신 사진(Headshots), 광대(Clowns), 사교계 초상(Society Portraits), 벽화(Murals), 플래퍼걸(Flappers) 등 주요 시리즈 총 300여 이미지 중 작품 170여 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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