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우리 아이는 지금 얼마나 행복한가?
[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우리 아이는 지금 얼마나 행복한가?
  • 신우석 놀자!딸육아연구소 소장
  • 승인 2020.11.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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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부모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교육에 관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적인 면에서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일 것이다. ⓒ 아이클릭아트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부모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교육에 관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적인 면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일 것이다. ⓒ 아이클릭아트

[휴먼에이드포스트] "이상과 현실은 달라요!"

2년 전쯤 있었던 일이다. 새롭게 모인 어머니 수강생들과 함께 '관점육아교육'을 진행하던 첫날, "아이의 행복은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는 내용으로 육아 교육의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수강생 어머니가 갑자기 불쾌한 표정으로 내게 화를 내듯 이렇게 말했다.

순간 강의실 분위기는 싸해졌고, 다른 수강생들은 마치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듯 서로 눈치를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내가 걱정했던 건 그게 아니었다. 정말 안타까웠던 건 바로 그 어머니에게서 느껴지는 불안감이었다.

어떤 부모도 처음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삶 자체가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부모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교육에 관한,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적인 면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것에 대한 걱정 때문일 것이다.

사회가 만드는 부모의 불안

2020년 현재,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세계적인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도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4년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층(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6%, 고교 이수율은 98%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고등교육 이수율은 지난 2007년부터, 고교 이수율은 2001년부터 1위를 계속 유지해왔다. 이른바 치맛바람으로 통하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교육열 덕분이다.

우리 시절엔 '4시간 자면 대학에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라는 4당 5락이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이제는 4당 3락이다. '아이의 실제 학년보다 4개 학년 정도 앞서 선행학습을 하면 대학에 합격하고 3개 학년만 앞서 공부하면 떨어진다'라는 의미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말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7살짜리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공부를,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의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맞춰 초중고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따르도록 한다는 취지로 2014년 9월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그간 선행학습의 시기는 오히려 더욱더 빨라지고 그 범위는 더욱더 넓어졌다.

작년 이맘때쯤, 9살짜리 딸을 키우는 부모가 아이의 교육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연구소를 찾아왔다. 아이는 5살 때부터 줄곧 영어 유치원을 다녔고,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붉은 펜, 영어 달걀 등의 사교육 과정까지 모두 소화해야 했다고 했다. 그리고 9살 현재, 아이는 논리학원, 수학학원, 피아노학원, 태권도,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학원 숙제를 끝낼 수 있었다.

어른들도 소화하기 힘든 일정에 이미 파김치가 된 아이. 그래도 할 일을 마쳤으니 이제부터라도 놀고 싶은 마음이 들었겠지만, 문제는 그런 일정을 아이 혼자 감당한 것이 아니었던 터라 부모 또한 파김치가 되어 아이와 놀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선행학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잘하는 걸까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것이 지금 학부모들 사이에 유행하는 초등학생들의 4당 3락의 실태다. 이런 총체적 난관의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 쓰고 어머니라고 읽는다)가 아이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장담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동시에 안고 산다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정 안에서의 육아, 아이의 건강, 친구 관계, 학습에 관한 문제, 선생님과의 관계 등등 부모로서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그녀가 그렇게까지 반응한 것 역시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충분히 이해할만했다.

하지만, 부모의 그런 불안이 아이에게는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성인으로 온전히 성장해 스스로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는 부모와 이어져 있다. 어떤 일에 관해서든 부모가 그것에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걱정하고 불안해한다면, 그것은 고스란히 아이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선 부모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아이에게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더라도,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 그리고 목소리의 떨림과 행동을 통해 아이는 부모의 진심을 귀신같이 파악하기 때문이다.

나는 흥분된 상태의 그녀를 진정시켰어야만 했다. 아이에게 미칠 영향보다도 먼저 그녀 자신을 위해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필요한 건 임시 처방이 아닌 지속적인 긍정의 자극제였다. 하지만, 어떤 지혜가 담긴 명언도 그녀의 불안을 쉽게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그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 단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선행학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잘하는 걸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 ⓒ 아이클릭아트
선행학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잘하는 걸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 ⓒ 아이클릭아트

"아이가 행복할까요?"

그 질문에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강의장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녀는 그날 이후 4주간의 교육을 누구보다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놀자! 딸육아연구소의 명예 스텝을 자청하며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하루하루를 육아의 행복을 만끽하며 보내고 있다.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아이의 미소가 아이의 입가를 떠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렇게 밝아진 성격 덕분에 요즘엔 세 명의 또래 남자친구들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을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한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 그 누구도 우리의 육아 교육 방식을 놓고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 하지만, 아이의 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아이는 얼마나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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