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숲 이야기의 홍일화 작가
[기자가 만난 사람]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숲 이야기의 홍일화 작가
  • 박희남 기자
  • 승인 2020.11.03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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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화 개인전 '숲으로' ⓒ 휴먼에이드포스트
홍일화 개인전 '숲으로'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재불화가 홍일화 개인전 '숲으로'가 10월6일~11월2일 서울 인사동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됐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붓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나간 홍일화 작가가 이번엔 숲을 통해 자연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살아가는 법, 공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누군가에게 숲은 치유의 파장을 전달하는 매개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숲은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엄습해 오는 공포 그 자체다. 숲을 보는 서로 다른 시선, 홍일화 작가가 생각하는 솔직한 '숲 이야기'를 담았다.

재불화가 홍일화 ⓒ 휴먼에이드포스트
재불화가 홍일화. ⓒ 유선우 사진기자

◆ '숲으로' 전시회 소개 부탁드립니다.
◇ 숲속에 함께 들어가 숲이란 공간에 대해 알아보자는 의미를 가지고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보통 외부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숲 안에 들어갔을 때 또 하나의 생태계가 있는 것에 대해서 함께 논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사람도 사람마다 다 인생스토리가 있듯, 숲도 겉에서 보면 나무와 꽃이 있고, 초록의 싱그러움이 느껴지지만, 막상 그 안에 깊숙이 들어가면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른 생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며,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힐링 공간의 숲은 수목원 정도밖에 안됩니다. 인간이 다니기 편하게 만들어진 가공적인 곳에서 산책을 하러 다시 나오는 수준밖에 안되는데, 진짜 야생의 숲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정말 많습니다.

◆ 오늘 전시된 숲은 야생의 숲에 가깝나요?
◇ 태초의 숲, 원래의 숲에 대해 표현해 봤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숲에 길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숲에 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합니다. 숲에 길은 사람이 만들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그리는 숲에서만큼은 길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 숲, 강물, 바다, 파도, 대지 등을 핑크색으로 표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사람들은 사물, 사건 등의 대상에 이름을 지어 붙이는 명명하는 행위를 좋아합니다. 사람에 맞게끔 틀을 정하는 것 역시 동일합니다. 대표적으로 분홍색은 사회적 고정관념이 가장 깊게 들어간 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균적으로 분홍색을 연상하면 여성을 상징하는 색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파란색은 남성을 상징하는 색으로 생각합니다. 이 것 아니면 저 것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그 틀을 깨주고 싶었습니다. 첨언하자면, 자연 속에서 분홍색은 가장 희귀한 색이기도 합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의미에서 분홍색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홍일화 개인전 '숲으로' ⓒ 휴먼에이드포스트
홍일화 개인전 '숲으로' ⓒ 유선우 사진기자

◆ 작가가 선택한 핑크색은 밝고 가벼운 핑크색이 아닌 무거운 느낌의 핑크색입니다. 
◇ 숲을 그려보겠다는 일념 하에 숲으로 들어갔지만, 결국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사람도 모든 동물들처럼 같이 어울려 숲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인데, 지금은 모든 것을 인간이 살아가기 편한 위주로 바꾸면서, 더 이상 숲에서 살지를 못하게 됩니다. 인간 위주에 맞게끔 숲을 파괴하다보니 생태계의 평형이 깨어지고 사라져버리는데서 오는 아쉬움들이 점점 더 느껴집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인간 위주의 공간을 형성해 내기 위해 숲의 한 부분이 파괴가 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제 그림 속 분홍이 의미하는 것들은 굉장이 많습니다. 굳이 하나를 꼽을 수 없을 만큼.

◆ 홍일화 작가가 말하는 자연결핍증의 쉬운 예는.
◇ 더불어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 서로 도우며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공생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가령 아파트에서만 줄곧 살다가 숲속에서 혼자 살아보라고 한다면, 혼자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전시회장에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의 말이 산속에서 산행을 하다가 어둠속에서 길을 잃으면 그 몇 시간이 너무나도 두렵고 무섭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바꿔 생각해보면 더불어 살아갔다면, 그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산 속 저녁에 노루가 울고, 고라니가 뛰어 다녀도 덤덤히 넘길 수 있는 일이었을 겁니다. 공포나 두려움으로 적대시 하지 않고요.
우리는 늑대나 여우를 만나면 죽입니다. 사람을 위협한다는 이유 하나로. 그런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인간의 기준입니다. 저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맞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홍일화 작가에게 숲은 어떤 공간입니까.
◇ 제게 숲은 가르침을 주는 고마운 공간입니다. 깨닫게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실제로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그래서 한 번 더 살아볼까 진지하게 생각중입니다.
공부를 아예 하지 않을 때는 그 시험이 어려운지 쉬운지 판단이 안서지만, 조금 공부를 하면 공부를 해야 할 양이 얼마나 많은지 파악하게 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숲 안에 들어가기 전에는 제가 아는 지식이 전부인 것 같고 숲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는데, 막상 그 안에서 함께 생활하다보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저는 당분간은 숲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다음 번 제 전시회는 11월 프랑스 단체전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숲의 모습, 저 또한 많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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