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 "외교관은 후회 없는 선택"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기자가 만난 사람 ] "외교관은 후회 없는 선택"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 송창진 기자
  • 승인 2020.11.12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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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피향커피와 검정빵,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소탈하고 따뜻한 성품의 외교관이에요
햇살처럼 따뜻한 앙거홀처 대사입니다.  ⓒ 송창진 기자
햇살처럼 따뜻한 앙거홀처 대사입니다. ⓒ 송창진 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11월4일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 볼프강 앙거홀처를 성북동 오스트리아 대사관 관저에서 만났습니다. 인터뷰 일정이 잡혀 준비하는 동안 기대되고 설레었습니다.
창밖으로 붉게 물든 단풍과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대사관 관저의 정원은 아름다운 자연과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마신 계피향커피는 커피에 계피향을 넣은 건강식으로 날씨가 추울 때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즐겨 마신다고 해요. 취향에 따라 설탕과 우유를 넣어 마시기도 하는 유럽식 커피예요. 

인터뷰 내내 음악과 음식 그리고 외국어에 대해 배우는 자세로 이야기하는 앙거홀처 대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앙거홀처 대사가 붉게 물든 단풍과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성북동 대사관 관저에서 포즈를 취했어요. ⓒ 송창진 기자 

◆  한국에 부임하게 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부임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 환영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대사로 지낼 수 있게 된 것을 굉장히 기쁘고 편안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 오스트리아 수도 빈은 '음악의 도시'인데요, 그만큼 국민들이 음악을 사랑할 것 같아요. 국민들이 어떻게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지 궁금합니다. 

◇  빈에서 사는 사람들은 빈이 '세계 음악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요. 빈에는 음악이 널리 퍼져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콘서트장 같은 곳에서만 음악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이나 학교 등에서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즐기는 등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스트리아 빈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갈 때 앞에 앉아 있는 기사님과 최근 오페라 현황에 대해서 토론을 벌일 수 있을 정도예요. 


◆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가나 오페라가 있으신가요 ? 

◇ 거의 다 좋아합니다. 바로크 음악을 상당히 좋아해요. 이태리 오페라, 바그너, R. 슈트라우스를 좋아하고요. 그리고 당연히 모차르트도 좋아합니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 앙거홀처 대사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어떤 작곡가를 좋아하시나요? 
 
◇ 바로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바흐를 좋아할 수밖에 없죠. 바로크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바이올린 콘서트나 피아노 콘서트를 통해 쉬운 단계부터 그 음악에 접근할 수 있지요. 요즘에는 이런 쉬운 음악보다 조금 더 수준 높은 음악들을 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B단조 음악들(저음을 내는 음악)이라든지, 여러 변주곡들 또 첼로 파르티타(모음곡) 같은 음악들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 해마다 빈 신년음악회가 영화관에서 실황 중계되고 있는데요, 저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협연으로 빈 신년음악회가 한국 공연장에서 열렸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와 오스트리아가 더 많은 예술적 교류를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 한국과 오스트리아는 지금도 음악적 교류가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는 합니다. 아시겠지만 오케스트나 솔로이스트들 간의 교류도 활발하고요. 오스트리아 공연팀들이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기도 하고, 한국 쪽에서는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오스트리아에서 많이 유학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여기 한국에도 빈 소년합창단과 똑같은 형태의 어린이 합창단이 있어요. 그리고 현재 오스트리아에 있는 실제 빈 소년합창단에는 한국 어린이가 3명이나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한·오 오케스트라가 있어요. 지금 현지의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좋아져서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오케스트라나 공연팀들이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고, 한국 관광객들이 다시 오스트리아를 방문해서 오스트리아 음악을 현지에서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 대사라는 업무는 타국의 생활을 해야만 하는데, 향수병은 없으신가요? 만약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소하시나요? 

◇ 이건 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젊은 시절 외국에 부임했을 때는 사실 향수병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본국에 다녀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제가 처음 부임했던 곳이 이라크 바그다드였는데 그때는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라 부모님께 전화를 하려고 하면 교환원을 통해서 전화를 했어야 했어요. 
교환에게 신청을 해놓으면 빠르면 이틀, 아니면 4일이나 일주일 후에야 겨우 연결이 됐어요. 당시에는 문자 같은 것은 당연히 상상도 할 수 없었지요. 대신 편지를 썼는데, 편지도 캄퓨터가 없어서 손으로 쓸 수 밖에 없었어요. 이제는 상황도 변했고, 오스트리아 현지나 다른 많은 국가와 연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생겨났고, 새로운 미디어도 엄청 발달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는 본국과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어서 지금은 더 이상 향수병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오스트리아인들이 어디를 가든 항상 그리워하는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게 뭐나면 '검정빵'이에요. 잡곡빵 같은 검은색의 빵이에요. 그런데 이곳 성북동에 저희 관저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빵집이 하나 있는데요, 반갑게도 오스트리아에서 먹던 그 검정빵이랑 똑같은 것을 그 빵집에서 구할 수 있어요. 그래서 검정빵에 대한 향수병도 없어졌어요. 

앙거홀처 대사는 계피향커피를 즐겨 마신다고 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대사님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서 아직도 한국 음식을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그런데 시간이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먹어본 한국음식 중에 '아, 이거는 내 입맛에 맞아!' 하는 것은 생선요리, 야채가 들어간 채소요리 그리고 면 요리예요. 


◆ 외교관이라는 작업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젊었을 때부터 항상 조국을 위해서 뭔가 헌신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마치고 군복무를 했고 이때 나라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나라를 위해서 내가 헌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먼저 공무원이 되는 것이 맞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우선 외국어와 연관되고, 다른 국가에 나가서 일할 수 있고, 법적으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직업이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인터뷰를 마친 후,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국립오페라단 콘서트 오페라 <피델리오> 공연을 관람하고 취재한 기자의 블로그를 함께 보며 지금 현재 오스트리아에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베토벤 관련 전시회나 음악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같은 주제와 관심사로 담소를 나누다보니 따뜻하고 친절한 앙거홀처 대사를 다시 만나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현재 송창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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