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새빨간 거짓말
[신우석 교육전문가의 육아칼럼]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새빨간 거짓말
  • 신우석 놀자!딸육아연구소 소장
  • 승인 2020.12.02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과 공부에 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 아이클릭아트
행복과 공부에 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 아이클릭아트

나는 사립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휴먼에이드포스트] 위 동시는 부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던 아이가 지은 자작시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열여덟 살이 아니고, 여덟 살이 지은 시라니. 하지만, 어느 한 구절에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틀린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학교라는 곳에 처음 들어가 한창 꿈을 키워야 할 새싹 같은 아이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 이미 익숙한 듯 느껴졌다. 비통하고 또 비통할 노릇이다.

우리는 보통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아이에게 계속 기대와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가 결국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공부를 못하면, 뭐라도 해야지.'

그리고 부모의 이런 스펙 만능주의가 위와 같은 동시를 낳는다.

행복과 공부에 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공부라고 하면, 흔히 미래의 불안을 없앨 수 있는, 스펙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부는 단순히 학교 성적을 잘 받고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싫어도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해야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며, 필수 과정이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내적 동기로 행복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동해야 공부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고, 그 효율성과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행복과 공부에 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하는 수 없이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행복을 찾지 못하는 아이가 하는 수 없이 공부에라도 매달려야 하는 거다.

세계적인 기업의 수많은 성공 사례가 우리나라 인구의 1/4도 안 되는 유대인들에게서 나오는 이유는 그들은 아이를 키울 때 아이만의 색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색을 찾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사업가 마인드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퇴직금에 대출금까지 끌어 모아 몰방했다가 대부분이 망해 나가는 그런 사업가가 아닌, 반드시 돈이 될 수밖에 없는 사업을 키우는 성공이 예정된 사업가가 된다.

만약 그들이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곳에 취직해서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 육아의 방향성을 잡았다면 그들은 결코 그런 결과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 입시에 목숨 걸고, 스펙 쌓는 것에 청춘을 몽땅 바친 우리는 그래서 행복한가? ⓒ 아이클릭아트
대학 입시에 목숨 걸고, 스펙 쌓는 것에 청춘을 몽땅 바친 우리는 그래서 행복한가? ⓒ 아이클릭아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이 말을 듣고 자랐다. 하지만, 부모가 되고 난 지금은 그 말을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들의 투정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생각은 과연 사실일까, 아니면 단지 우리의 생각일 뿐일까?

반대로 한번 생각해보자.

대학 입시에 목숨 걸고, 스펙 쌓는 것에 청춘을 몽땅 바친 우리는 그래서 행복한가? 지금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의 원인을 자신의 노력이나 의지의 부족 혹은 교육 시스템의 폐해 등 다른 어떤 역부족인 상황으로 돌리든 어떻든, 혹시 행복이라는 단어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느껴지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인생의 대부분을 스펙 쌓기에 매달린 결과가 과연 언젠가 희망으로 가득 찰 거라는 확신은 있는가? 만약 나름의 확신이 있다면, 그 확신의 근거는 무엇인가?

만약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행복이라는 단어가 멀게 느껴진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똑같은 생각을 강요하면서 "좋은 학교에 가면 분명 행복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건, 나는 생전 먹어본 적도 없는 떡을 아이 입에 들이밀면서 "분명 네 입맛에 딱 맞을 거야"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다.

만약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아이는 결국 잡을 수 없는 신기루를 쫓는 지금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살 게 될 것이다. 그것도, 전문가들도 감히 단정할 수 없는 4차 산업 혁명의 세상에서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경험한 것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로 우주 미아나 다름없는 삶을 산다는 점에서 볼 때는 결국, 하나도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육아는 인과응보다

그렇다면, 아이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길을 잃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꿈을 찾고 그것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는 인과응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의미다. 혹시, 지금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지 않거나 무엇에도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원하는 결과를 거둘지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뿌릴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신경 쓰고 고민하자. 아이가 부모를 보며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먼저 채워야 할 나의 결핍을 찾고, 잠시 잊고 있었던 나의 꿈을 찾자.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진짜 공부라는 걸 하자.

우리도 보고 배운 것이 그만큼 없어 삶이 힘들고 육아도 힘들 수밖에 없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지금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면, 아이는 지금의 우리의 모습보다 더 복잡해진 세상을 살아가며 더욱더 쉽게 길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