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미영의 건강컬럼] Q&A로 알아보는 잘못 알려진 한방상식
[한의사 이미영의 건강컬럼] Q&A로 알아보는 잘못 알려진 한방상식
  • 이미영 편집위원
  • 승인 2020.12.24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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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관련 정보를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
ⓒ 아이클릭아트

[휴먼에이드포스트] 한의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다보면 한약이나 한방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한의원에 왔으니 평소 궁금했던 한방상식을 물어보고 제대로 알고 싶은 것이리라. 환자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 중에는 맞는 것도 있고 전혀 잘못된 것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맞다 틀리다의 일률적인 판단이 아니라 한의학 관련 정보를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일이다. 여러 질문들 가운데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질문을 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Q. 한약 먹을 때 무를 먹으면 진짜로 머리가 희어지나요?
A. 한약을 먹고 무를 먹으면 머리가 희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특히 숙지황을 무(발효가 안 되었거나 조리하지 않은 생무)와 함께 먹으면 머리가 희어진다고 하는데 이는 검증된 말이 아니라 속설일 뿐이다. 아마도 본초문헌에 무씨(나복자)를 숙지황과 함께 쓰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생각된다. 숙지황은 보음작용을 하면서 기운을 모아주는 효능이 있고 무는 기운을 내려주면서 무의 매운 맛이 기운을 흩어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서로의 약효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가급적 함께 사용하지 않는 약재들이다. 
  
Q. 한약을 먹을 때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요?
A. 한약을 먹을 때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형편이 어렵던 과거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예전에는 평소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지 않던 사람이 고기를 먹으면 체하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보약을 먹을 때 배탈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요즘에는 그런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굳이 피할 필요가 없다. 다만 체질상 고기가 덜 맞는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밀가루 음식 역시 평소에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은 피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꼭 그럴 필요는 없다. 

Q. 허리 아픈 데는 지네를 먹어야 한다던데, 정말인가요?
A.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지네는 ‘오공’이라 하여 한약재로 쓰이는데 오공은 어혈을 풀고 통증을 그치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염좌나 타박상 등 어혈성 요통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외에 다른 원인에 의한 요통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또한 지네는 독이 있으므로 사용시 주의해야 한다.

Q. 여름철에는 보약을 먹으면 안 된다면서요?
A. 여름철 보약은 땀으로 다 나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적당한 운동 후에 흘리는 땀은 건강한 땀이지만 체력이 떨어지면서 별로 움직이지 않는데도 이유 없이 삐질삐질 땀이 난다거나 수술 후나 큰 병을 앓고 난 후 또는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난 후에 식은땀이 잘 가시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비정상적인 땀이므로 반드시 보기약 등을 써서 기운을 북돋아주고 피부호흡이 원활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 뙤약볕에서 일하면서 심하게 땀을 흘리게 되는 경우나 냉방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여름철 보약이 필수적이다. 

ⓒ 아이클릭아트

Q. 우황청심원은 만병통치약인가요?
A. 우황청심원을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해 오용, 남용하는 사례를 자주 본다. 한의원에 내원하는 사람들 중에 간혹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또는 가슴이 두근거릴 때 미리 우황청심원을 복용하고 오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급체로 소화가 안 될 때, 심지어 술을 깨기 위해 복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황청심원은 뇌신경 흥분을 풀어주고 막힌 것을 소통시켜주는 약으로 급할 때 사용하는 중풍 구급약이다. 이런 용도로 예부터 사용되어 왔지만 만병통치약이나 피로회복제로 여기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약은 아니다. 특히 급할 때 잠깐 사용하는 약이므로 임의로 복용하거나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Q. 진맥만으로 모든 병을 알 수 있나요?
A. 한의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진맥법이 한방의 유일한 진단법인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실상 진맥은 여러 진단법 중의 하나다. 한방의 진단법에는 망문문절(望聞問切)이라는 4가지 진단법이 있는데 진맥법은 가장 마지막에 있는 절진에 해당한다. 즉 직접 손으로 만져서 진찰한다는 뜻이다. 환자의 겉모습인 얼굴색, 눈빛, 손의 색깔, 몸의 색깔이나 형태 등을 살펴보는 것이 망진(望診)이고 환자에게서 나오는 기침소리, 말소리, 심장소리, 냄새 등의 소리를 듣고 판단하는 것이 문진(聞診)이다. 문진(問診)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직접 물어서 판단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절진(切診)이 환자의 손목 부위에 있는 동맥의 움직임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맥이라는 한 가지 방법에 의존해서만 병을 살펴보기보다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종합적으로 정확하게 질병을 파악하는 것이 올바른 진단방법이다. 

 

이미영_부천 열린한의원/이내풍(이명·난청) 클리닉 원장

* 이것으로 매달 다양한 한의학 관련 주제로 1년 동안 연재된 '한의사 이미영의 한방칼럼'을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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