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인기 탈북 유튜버 '놀새나라' 젊은 시각으로 남한과 북한을 바라보다
[기자가 만난 사람] 인기 탈북 유튜버 '놀새나라' 젊은 시각으로 남한과 북한을 바라보다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1.01.15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의 말 한마디가 남북 통일에 조금이나마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놀새나라'라는 이름으로 유튜버 활동중인 강나라를 만났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놀새나라'라는 이름으로 유튜버 활동 중인 강나라를 만났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1월11일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 강나라씨를 휴먼에이드포스트 본사에서 만났어요. 강나라씨는 2014년 12월에 탈북한 뒤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 △모란봉 클럽 △남남북녀 시즌 2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20대 탈북민으로서 젊은 시각으로 북한에 대해 소개하며 이름을 알렸어요.
현재 연합뉴스 크리에이터이자 '놀새나라'('놀새'는 북한말로 '날라리'라는 뜻)라는 유튜버로 활동하는 강나라 씨에게 탈북 스토리와 유튜브를 하게 된 사연, 그리고 남한에 살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들어봤어요. 

◆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게 된 사연이 궁금해요. 

◇ 어렸을 때 엄마가 먼저 남한으로 가셨어요. 북한에 있을 당시 8년 가까이 엄마를 못 보고 지내서 보고 싶기도 했고요. 어느 날 남한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게 됐는데 그 드라마를 보면서 남한에는 금잔디와 구준표 같은 사람들만 존재하는 줄 알았어요. 남한에 가면 '유명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생각에 빠졌어요. 그래서 아무 고민 없이 탈북을 결심했어요. 오늘 결심했으면 내일 떠나듯이 남한으로 왔어요. 드라마의 영향으로 탈북하게 되었던 셈이지요.(웃음)


◆ 남한에 정착하게 된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 처음엔 진짜 후회했어요.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고 '떠나지 말걸'이라는 생각도 했어요.(웃음) 그런데 오고 나서 지내다 보니까 그런 생각도 사라지고 괜찮아지더라고요. 

놀새나라와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놀새나라와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탈북하는 과정을 TV프로그램에서도 보았는데요. 당시 두렵지는 않으셨나요? 

◇ 사실 두려움이 좀 많았어요. 북한과 중국 사이에 있는 압록강을 건널 때 수영을 해야 하는데 저는 수영을 못 하거든요. 그래서 물에서 허우적거렸고 그때 정말 죽을까봐 겁이 났어요. 더군다나 국경에서 보초를 서는 북한 군인들이 총까지 쏘니까 더 무서웠어요. 그리고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태국의 메콩강을 거쳐서 한국으로 오게 되는데, 중국에서 이동할 때 도중에 공안한테 잡힐까봐 너무 두려웠어요. 


◆ 유튜브를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유튜브는 진짜 우연히 시작하게 되었어요. 탈북한 초기에는 아프리카 TV 2개를 제작했어요. 1인 방송을 생방송으로 진행하다 보니까 시간에 쫒기더라고요. 그런 점이 너무 힘들어서 못하고 있다가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유튜브를 추천하셔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재미가 없는지 구독자들도 안 늘고 해서 그만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다행히 얼마 시간이 지나자 구독자 수가 올랐지만, 아마도 북한 이야기를 저의 입장에서 즐겁게 풀어내는 것이 재밌게 보여진 것 같아요.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 유튜브에서 악플을 대하는 자세가 남다른 것 같은데요, 악플 같은 댓글을 맨 위로 고정시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 사실 악플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정말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어요. 2019년 가을, 유튜브를 시작하던 초기에 악플이 정말 많이 달리더라고요. 그때 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고 악플에 대처하면서 깨달은 게 있었어요. 나도 이 사람들한테 똑같이 갚아주자는 생각이었죠. 이 사람들은 집에 앉아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우리한테 글을 남기잖아요. 그런 악플을 이 사람들에게도 저랑 똑같이 받아보게 하는 거죠. 악플을 맨 위로 고정하면 제가 따로 손을 안 써도 제 팬분들이 그 악플에 대해 다같이 욕해주거든요. 그러면 저는 응원받는 기분이 들고 너무 좋았어요.


◆ 유튜브에서 다른 탈북민과 탈북 스토리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탈북 스토리는 무엇인가요?  

◇ 한 프로그램에서 저와 함께 탈북 게스트로 출연했던 사람들 중에 10번 탈북했다가 10번 잡혀간 사람이 있었어요. 얼마나 험난한 일들을 겪었겠어요. 저는 20대에 한 번에 성공했는데도 힘들었는데 10번이면 차마 말하지 못할 일들이 많았겠죠. 그분 얘기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탈북하는 데 꽃다운 20대를 모두 바친 거잖아요. '이렇게 힘들게 넘어오는 사람들도 있구나. 내가 이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에 유튜브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북한의 정보와 남한의 이야기들을 합쳐서 남북 통일에 밑거름 되기를 바라는 강나라예요. ⓒ 유선우 사진기자
북한의 정보와 남한의 이야기들을 합쳐서 남북 통일에 밑거름 되기를 바라는 강나라예요. ⓒ 유선우 사진기자

◆ 탈북자로서 남한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합니다. 

◇ 처음에 남한 사회가 드라마 같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왔잖아요. 살다 보니 드라마랑 현실은 많이 달랐지만, 저는 남한 사회가 참 좋아요. 열심히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이룰 수 있어요. 저는 대한민국에 와서 대학교를 5군데나 바꿔가며 다녔어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전공을 5개나 바꾸었어요. 남한은 내가 잘하면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곳이라는 사실을 느꼈어요. 대학에서 플라워리스트, 쇼핑몰 운영, 패션디자이너뿐 아니라 뮤지컬과 연극에도 도전해보았어요. 그만큼 자유로운 곳이지만, 너무 자유로우면 막나갈 수 있잖아요. 적절히 절제하면서 자유를 즐겨야겠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아무튼 자유롭다는 점이 제일 좋았어요. 


◆ 남한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 탈북을 하고 나서 친구가 없다는 것이 기장 힘들었어요. 북한에서는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있고, 의지할 사람도 있었는데, 이곳에 와서 가족이라곤 엄마밖에 없고 친구도 없다 보니 20대 초반에 너무 외롭고 슬펐어요.  


◆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 저는 탈북하고도 나중에 북한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웃음) 나중에 알게 됐는데 북한은 통일이 안 되면 영원히 갈 수 없는 곳이더라고요. 탈북할 당시 조부모님이나 다른 분들과 작별인사라도 제대로 하고 올걸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지금도 그런 점을 생각하면 내가 왜 그렇게 생각 없이 왔을까 후회되기도 해요.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거잖아요. 아픈 이별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저에겐 그런 이별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 북한의 관광명소를 추천한다면 어디를 꼽을 수 있나요? 

◇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평양에 가면 옥류관, 금강산 등이 있잖아요. 그곳 말고 저희 고향에도 명소가 있어요. 칠보산이라고 북한에서 알아주는 여행 명소예요. 산을 오르면서 단풍구경, 폭포구경도 할 수 있고 샘물에 발도 담가보고… 경치가 정말 좋은 곳이에요. 남한 분들도 나중에 꼭 가보면 좋겠어요.


◆ 남한에는 없는 북한만의 먹거리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 북한에만 있는 맛있는 음식들이 정말 많아요. 감자가루로 빚은 농마만두가 제일 그립고 추천해주고 싶은 음식이에요. 남한에 와서는 그런 맛을 느껴보지 못했거든요. 농마만두는 저렴하면서도 정말 입맛이 도는 음식이에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웃음) 그리고 양밸순대라는 음식이 있어요. 일종의 소시지 같은 건데 정말 맛있어요. 또 채소를 넣은 남새빵도 아주 맛있어요. 


◆ 남한에 소개되는 북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실제 북한의 언어나 생활상과 다른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솔직히 지금까지 남한에서 방영한 북한 관련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군복 같은 옷차림이나 길거리와 살림집의 풍경 등이 실제 북한의 모습과 많이 달랐어요. 아마추어처럼 만들었다고 할까?(웃음) 그런데 지난해에 방영된 '사랑의 불시착'을 보니 80~90% 정도 거의 비슷하게 제작하셨더라고요. 북한주민들이 이 드라마를 본다면 '뭐야? 우리 생활을 이 정도로까지 알리는 드라마를 만들었어?' 하고 충격받을 만큼 리얼하게 재현해서 소름 돋았어요. 북한의 모습을 재현하려면 '사랑의 불시착'만큼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겨울에 김장을 하는 모습 등 저희 고향에서 흔히 있는 풍경이라 정말 반가웠거든요.


◆ 북한과 남한의 언어가 많이 다르다고 느낄 때가 언제인가요?

◇ 탈북 초기에 남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드라마가 귀에 잘 전달이 안 돼서 두세 번씩 돌려봤어요. 남한의 표준어는 북한 사투리와 많이 다르니까요. 게다가 북한 사투리는 말투나 억양이 너무 세요. 예를 들어 남한에서는 '괜찮아요'라는 말을 북한에서는 '일 없습니다'라고 하잖아요. 그처럼 말이 너무 달라서 생소했어요. 

 

◆ 유튜버로서 앞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 유튜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좋아하는 플랫폼이잖아요. 저의 말 한마디가 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분들이 하는 말 한마디가 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나름 노력해요. 그런 점에서 탈북민 유튜버로서 북한의 좋은 정보와 남한의 유익한 이야기들을 합쳐서 남북 통일에 조금이나마 밑거름이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최근 강나라 씨는 MBN의 '대한민국 팔도명물 인증쇼 - 나야나'에 함경북도 예술단 예술감독 출신의 어머니(최신아 씨)와 함께 출연해 화려한 무대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어요. 강나라 씨의 말처럼 남한과 북한이 서로 하나가 되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소망해요. 그리고 앞으로 강나라 씨의 활발한 활동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 현재 김민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