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볼레드 합창단 조대성 상임지휘자
[기자가 만난 사람] 볼레드 합창단 조대성 상임지휘자
  • 박희남 기자
  • 승인 2021.02.01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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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노래하는 지금이 가장 찬란한 순간"
조대성 상임지휘자 ⓒ 볼레르 합창단
조대성 상임지휘자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물론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하지만 수학여행 온 것처럼 복작복작, 늘 재미가 있다. 금기의 영역을 깨뜨려가는 것 또한 우리는 재미로 승화시킨다. 행여 아이들에 대한 가르침이 부족할까봐, 모르는 새 놓치는 것이 있을까봐 내색한 적은 없지만 늘 그것이 걱정이다.

하지만 음악은 공통의 언어이다. 음악이 도화선이 되어 나를 더 잘 표현하고 사회와 소통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막연함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확신이 되어간다. 그리고 개인차는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음악은 솔루션을 제공해 주었다. 내 지휘에 맞춰 노래하는 아이들.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려 곡이 끝났음을 알리자, 비로소 긴장으로 떨리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아이들. 내 삶의 모든 순간이 스토리로 가득 차 있지만, 이 아이들과 노래하는 지금이 가장 찬란한 순간이다. 우리는 발달장애 청소년으로 구성된 '볼레드 합창단'이다.

◆ 지난해 전국장애인합창대회에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하셨다. 소감을 밝혀 주신다면.

◇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자주 만나지 못해 거의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리 허설을 녹화해서 보내주면 집에서 과제를 하고, 이를 점검해 다시 피드백하는 수업의 연속이었다. 지루하고 힘들만도 한데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수업에 임해 주었다. 최선을 다한 결과인 것 같다.

 

◆  볼레드 합창단을 이끌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2019년 정기연주회 때 양희은 씨의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을 부른 적이 있다. 합창단원의 어머니 네 분이 함께 참여해 노래를 불렀는데, 어머니와 자녀가 함 께 무대에 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노래 부르는 내내 벅차오르는 감동으 로 어머니들은 목이 메었고, 그런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눈맞춤해야 하는 나 또한 좀 울컥했다. 감동의 순간이 사랑과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기도했다.

 

◆ 발달장애인에게 음악이 줄 수 있는 영향력은.

◇ 비단 노래를 부르는 것뿐 아니라 그들 삶에 있어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남들 앞에서 진심 어린 박수를 받아보는 것,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친구와 선후배가 생기고… 그 동안 자신 없어서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하다보니 어느새 잘 하고있는 자신을 발 견하게 된다. 못 했던 것이 아니라 안 했던 것이다. 자기에게 자신감을 심어줬기에 더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조대성 상임지휘자 ⓒ 볼레르 합창단
조대성 상임지휘자 ⓒ 볼레르 합창단

◆  단원과 단원들 학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 볼레드 합창단의 원동력은 '함께'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가르치는 모든 분들뿐만 아니라 단원들, 부모님들, 단원의 가족들, 삼성 디스플레이 임직원 분들과 사회공헌단, 충남사회복지협의회 등 볼레드 합창단 을 만드는 모든 분들의 열정과 믿음이 함께, 같은 곳을 보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왜 어려움이 없었겠나. 하지만 이를 능가하는 지혜와 화합이 있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화합하고 서로 믿고 감싸준다면 올해도 행복한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볼레드 합창단을 이끌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 볼레드 합창단이 잘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모를 불안함과 걱정도 있 고, 항상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조금 있다. 태생이 음악인이라 음악만 생각 하면 좋겠는데, 합창단에 대한 모든 부분들을 콘트롤하고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애정과 사명이 큰 만큼 행여 작은 누수라도 생길까봐 걱정이 된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소통은 날마다 즐겁다.

 

◆ 볼레드 졸업생들에게 어떤 길을 열어주고 싶은지, 그러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 올해 5명이 졸업하는데, 2~3명이 볼레드 합창단의 파트리더로 취업을 하게 된다. 지금은 비장애인들이 파트리더를 하고 있지만, 졸업생 중 파트리더로서 자질이 있는 단원들을 채용하고자 한다. 청소년합창단에서 직업합창단으로 성 장해 가는 셈이다. 하지만 졸업한 단원들이 전부 파트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연습을 하다보면 잘 하고 발전 속도가 빠른 친구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다. 4부 합창단으로서 감동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막연히 노 래를 좋아해서 즐기고 싶은 친구들도 있다. 볼레드 합창단의 성장을 위해서 는 추후 이들을 나눠 합창단을 꾸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볼레드 합창단이 발달장애 합창단의 롤모델이 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가 기를 원한다. 볼레드 합창단원은 어떻게든 선택받은 친구들이고, 앞으로 이 런 친구들이 더 많이 생겨 그들의 자존감과 자립을 찾기를 간절히 원한다. 영 향력 있는 볼레드 합창단을 만들어 더 많은 친구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사명감. 이것이 나의 비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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