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볼레드 합창단 김희수 부지휘자
[기자가 만난 사람] 볼레드 합창단 김희수 부지휘자
  • 박희남 기자
  • 승인 2021.02.0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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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다시 하면 돼"
볼레드 합창단 김희수 부지휘자 ⓒ 볼레드 합창단
볼레드 합창단 김희수 부지휘자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볼레드 합창단 김희수 부지휘자는 볼레드 합창단에 완벽한 적임자다. 본인 역시 어린 시절부터 줄곧 합창단 활동을 해왔고, 성악과 지휘를 전공한 덕분에 음악 실력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녀가 볼레드 합창단 부지휘자 역할에 딱 맞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성악과 동시에 특수교육도 전공한,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하게 이색적인 커리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쌓인 경험과 수준 높은 실력을 토대로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하며, 볼레드 합창단의 성공신화를 이끌고 있는 김희수 부지휘자. 그녀는 이해, 배려, 공감을 키워드로 볼레드 합창단의 운명을 바꿔나가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데, 정작 딱 맞는 적재적소 적임자 찾기는 늘 어렵다.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은 보물찾기를 하듯 희소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김희수 부지휘자는 볼레드 합창단에 있어 대체 불가한 존재다.

그녀는 단순히 음악적 실력 향상만을 위해 지도하지 않는다. 합창단이기에 음악적 기술 실력 향상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사회성 행동의 회복과 대인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다채로운 노력도 펼치고 있다. 이는 모두 발달장애 아동 특성에 맞춰, 사회에 나 외에 다른 사람이 공존한다는 인식 형성을 위해 비롯된 일이다.

장애 지휘에 있어 최고의 권위자로 꼽힌 김희수 부지휘자 그녀 역시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었다. 울고, 웃고, 노래하고, 또 다시 반복하고 일련의 사건들과 수많은 시간을 지나면서 김희수 부지휘자도 단원들도 동반 성장했다. 실제로 볼레드 합창단 창단 이후 1년은 그야말로 '전쟁통'이 따로 없었다. 낯선 환경에,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렸던 아이, 예상하지 못한 돌발행동을 하는 아이까지…. 김희수 부지휘자를 포함한 모든 선생님들은 합창단 단원들 중간 중간에 서서 목이 터져라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고, 그래도 안 될 경우엔 단원 귀에 대고 직접 노래를 불러주었다. 어느 날은 정말 화장실 한 번 갈 틈조차 없었다.

매주 토요일 합창단 연습을 하러 오면 단원들은 김희수 부지휘자를 한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선생님 이것 보세요', '선생님 어제는요', '선생님 배고파요',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 '선생님 소리는 어떻게 내요?' 그렇게 1~2년간은 일일이 악보를 펴주며, 표시해주는 등 매일 실수 하고, 매일 우당탕탕 하면서 배우고 익혔다. 육체적으로는 이토록 힘 들고 방전이 되는데도, 합창단 지도는 늘 재미있게 느껴졌다.

볼레드 합창단 김희수 부지휘자 ⓒ 볼레드 합창단
볼레드 합창단 김희수 부지휘자 ⓒ 유선우 사진기자

"합창단 연습시간에 단원들의 표정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요. 단 한 명도 찡그리는 사람이 없어요. 단원들 모두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해 요. 그리고 그 즐거움은 고스란히 선생님들한테도 전파되죠. 볼레드 합창단을 지도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제게 물어요. 발달장애 청 소년을 지도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은 없느냐고. 저는 단언컨대 그 과정에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오히려 제가 걱정 되는 부분은 따로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합창연 습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되면서 합창단 인원이 전부 모일 수 없게 됐어요. 번갈아가면서 소수의 인원이 모여 연습을 하는데, 오지 못하 게 되는 단원이 받을 상처가 너무 걱정돼요. 이번 연습에 참석하지 못 하게 되는 단원들이 또 얼마나 상처를 받을까, 그래서 항상 공정하려 고 해요. 적어도 볼레드 합창단에서 만큼은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최대한 골고루 기회를 주고 있어요."

그간 김희수 부지휘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도 있었다. 볼레드 합창단 연주회가 열리던 날 많은 특수교육자들이 참석했고, 여느 때와 같이 볼레드 합창단은 세상의 편견에 맞서 하나된 목소리 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자랑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본 특수교육자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 한다. 연주회가 끝나고 특수교육자들이 김희수 부지휘자를 붙잡고 물었다.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했기에 저렇게 잘 할 수 있어요?"

이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교육을 잘 알고 있기에, 물을 수 있는 질문이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김희수 부지휘자 역시 볼레드 합창단 단원들과 함께 동행하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볼레드 합창단 단원들과 함께 하면 오히려 그 이상의 것을 배운다는 것을.

선천적 음악재능이 있는 단원이 있는 반면, 단순히 노래 부르는 것이 즐거워 취미로 부르는 단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볼레드 합창단에 서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본다. 어느 쪽도, 소외시키지 않고 역으로 차별하지 않고 함께 발전해 나가기 위해. 그것이 볼레드 합창단의 장기적인 목표다.

"기자님, 어머니들의 소원이 뭔지 아세요? 단원들, 그러니까 우리 아 이들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에요. 볼레드 합창단 단원들이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더 보호받고,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정 말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 어른들인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늘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단원들이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고요. 자꾸만 욕심이 생겨요. 제대로 된 발성을 조금 더 가르쳐서 단 원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있어 꿈을 갖고 평생 이 길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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