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뀔게'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뀔게'
  • 신우석 편집위원
  • 승인 2021.02.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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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클릭아트
ⓒ 아이클릭아트

[휴먼에이드포스트] 얼마 전,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정인이의 양모를 비난하는 제목과 누군가 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있는 듯한 모습의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동영상 속에는 한 여성이 두 돌도 채 안 된 듯 보이는 아이를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아이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울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은 그런 아이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당장이라도 아이의 생명을 앗아갈 것 같은 기세로 더욱더 거세게 아이를 폭행했다.

너무나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동영상을 보는 1분 30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한창 조건 없는 사랑 속에서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며 자랐어야 할 나이에, 날마다 저런 일들을 겪어야만 했던 아이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을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아이의 두려움과 상처를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다음 일정을 위해 서둘러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곧 이런 의문이 강하게 들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

 

무엇을 바꿀 것인가

양부모의 잔인한 학대로 태어난 지 16개월 만에 별이 되어버린 아이. 지금 대한민국은 정인이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언론은 하루가 멀도록 관련 뉴스를 뽑아내고, 사람들은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른 정인이의 양부모에 분노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고, 관련자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청원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범국민적 요구에 국회는 얼마 전 아동학대 형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들의 잔혹한 만행에 오래도록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 아이를 생각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가해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까?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무엇인가? 단지 그런 죄를 지은 자들을 처벌함으로써 모두의 공분을 가라앉히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이런 비극적인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과연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범국민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의 전문은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런 릴레이를 이어간다는 건 참으로 의미 있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각해봐야 하는 게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꾸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바꿀게’라는 말을 한번 잘 생각해보자. 우리는 과연 이 말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물론, 관련법을 제정하거나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바꾼다면, 잠재적 가해자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힘없는 아이들을 보호하는데 나름의 안전장치의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바꿀게’라는 말속에 어쩌면 포함되어 있지 않을, 하지만, 가장 바뀌어야 할 중요한 대상이 있다. 바로 ‘우리’다.

 

다른 무엇보다 먼저 우리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정인이의 양부모를 악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들이 아이에게 한 잔인한 짓을 생각하면 그런 표현이 절대 심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노의 감정을 조금 추스르고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 그것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해보자. 물론 그들의 죄는 법으로 강하게 다스려야 마땅할 중범죄지만, 결국 아이를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한 거라는 죄의 본질을 생각해본다면, 과연 지금 우리는 그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자신이 낳은 아이라는 이유로, 혹은 자신이 키우는 아이라는 이유로, 아이를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다루는 부모가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다. 아이의 마음과는 전혀 관계없는 자기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하거나,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매를 들거나, 때로는 손찌검을 하기도 한다. 그 방법이 어떻던,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전하는 행위는 어떤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더라도, 결국 나와 다른 또 하나의 소중한 존재인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학대일 뿐이다. ‘부모니까 이 정도는 괜찮은 학대’라는 건 세상에 없다.

진정으로 제2, 제3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면, 단지 그런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어떻게 엄하게 다스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국가적인 시스템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개개인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아동학대는 많은 경우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 또한, 부모의 낮은 자존감이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원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먼저 내가 정서적으로 건강한지를 살펴보고, 나와 우리 아이 모두를 위해 내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혼자 찾기보다 부부가 함께, 또 아이와 함께 찾아본다면 더욱더 좋다. 만약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면,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른 건강한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하루하루 일상 속에서 변화의 움직임을 실천하자.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라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의 구호를 달리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어떤 시스템이나 그 누구보다도 내가 먼저 바뀌겠다는 진심을 담아서 말이다.

“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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