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볼레드 합창단 김주희 단원 "볼레드 합창단은 제 삶의 또 다른 배움터"
[기자가 만난 사람] 볼레드 합창단 김주희 단원 "볼레드 합창단은 제 삶의 또 다른 배움터"
  • 박희남 기자
  • 승인 2021.02.03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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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알았잖아" 19살, 주희의 꿈
볼레드 합창단 김주희 단원. ⓒ 유선우 사진기자
볼레드 합창단 김주희 단원.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예쁘게 나오고 싶어요."

김주희 단원(19세, 소프라노)의 첫 마디였다. 또래의 여학생처럼 외모에 관심이 한창 많을 시기인 김주희 단원은 인터뷰 첫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도리어 한 없이 느긋했다.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희는 알고 보면 상처가 많은 아이다. 어릴 때부터 너무 예쁜 목소리와 밝은 미소를 선물 받은 주희는 이상하게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5살이 되도록 몇몇 단어 외에는 말하지 못하고, 걷기도 힘들어하던 늦된 아이였다. 주희는 언제나 늘 혼자였고, 허공에 있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울고 웃었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했던 주희를 세상 밖으로 한 발 이끌어준 게 바로 볼레드 합창단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고립된 삶을 살아오던 주희에게 볼레드 합창단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삶의 존재 이유를 찾아준 감사한 곳이다.

◆ 볼레드 합창단은 어떤 의미인가요.

◇ 볼레드 합창단은 제 삶의 또 다른 배움터입니다. 볼레드 합창단에서는 노래뿐만 아니라 양보, 배려, 협동심을 배웁니다. 저를 이루는 작은 세계, 또 하나의 작은 사회가 볼레드 합창단입니다.

 

◆ 김주희 단원의 꿈은 뭐에요.

◇ 성악 하는 성우입니다. 저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볼레드 합창단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배움을 통해서 꿈을 이루고자 합니다.

 

◆ 발달장애를 겪으면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합창단 단원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 처음에는 낯설어 말도 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합창단 활동을 통해 주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제는 허공이 아닌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깔깔 웃기 시작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금은 자연스럽게 다른 단원들과 잘 지내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다가설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단원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해주고 손을 내밀어 준 탓에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 볼레드 합창단을 통해 단원님에게 온 기적은 무엇인가요.

◇ 가장 큰 변화는 제게도 인간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입니다. 볼레드 합창단을 활동하기 전 과거에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이어가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지금은 조금씩 용기가 생기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볼레드 합창단 활동을 한다고 해서 트라우마가 완전히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용기 낼 수 있다는 자체가 제게는 엄청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 볼레드 합창단을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나 노래를 부를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 저는 많이 웃으면서 즐겁게 노래 불렀으면 합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신나게 즐기면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대중들이 볼레드 합창단의 연주를 듣고 느꼈으면 하는 감정도 궁금해요.

◇ 감동적인 노래는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고, 신나는 노래면 그 즐거운 분위기에 흥을 맡기면 어떨까요? 우리가 부르는 노래에, 감정과 몸을 맡겼으면 좋겠습니다.

 

◆ 끝으로 다음 기수 볼레드 합창단원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려요.

◇ 2021년도가 밝았습니다. 2021년도도 파이팅 했으면 좋겠고, 만약 볼레드 합창단에 들어오게 된다면 열심히 해줬으면 합니다. 선배로서 여러분을 항상 응원합니다. 저는 조언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선배인 입장이고, 새로 들어오는 여러분이 후배이기는 하지만, 저 역시 아직 배울게 많은 햇병아리입니다. 제가 감히 조언을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후배들과 함께 배워가는 입장으로 다 함께 파이팅 했으면 합니다.

주희는 당당히 말한다. 볼레드 합창단은 소리들이 모여 합창을 하고, 노래를 배우는 곳이지만, 그 이전에 삶의 희망을 노래하며 용기를 얻어가는 곳이라고. 볼레드 합창단을 통해 주희는 느리지만 열정 가득한 빨간 달팽이가 돼 감사를 배우게 되었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용기를 얻게 됐다. 이제라도 알았다. 주희의 꿈은 결코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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