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 'DMZ생태전 뚜루루 쮸쀼쮸쀼' 진행
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 'DMZ생태전 뚜루루 쮸쀼쮸쀼' 진행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1.03.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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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불편함과 비밀이 숨어있는 이색 전시
강현아 - 머지 않은 우리(2020, 설치)
강현아 - 머지 않은 우리(2020, 설치). ⓒ 성북문화재단

[휴먼에이드포스트] 서울 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이하 꿈자람)이 의도된 불편함과 비밀이 숨어있는 이색 전시회 'DMZ생태전 뚜루루 쮸쀼쮸쀼'를 3월 20일까지 진행한다.

2019년 8월 문을 연 꿈자람은 주요 관객인 어린이는 물론 가족, 예술 애호가 및 전문가들과 함께 공감하고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다. 이에 사회 친화적이면서 시의성 있는 주제와 예술의 만남을 시도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 생태 관련 전시를 마련했다. 남북 분단의 현실을 투영하는 DMZ가 우리에게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지, 현실은 어떤지, 예술가들의 상상과 바람은 어떤 점에서 모이는지 등을 영상·설치·드로잉 등으로 만날 수 있다.

◇DMZ는 어쩌면 '밈'같은 존재

전시 제목인 '뚜루루 쮸쀼쮸쀼'는 DMZ의 대표적 동물인 두루미와 곰의 울음소리를 표현한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소원 학예사는 "쮸쀼쮸쀼가 실제 곰 울음소리에서 따온 것이 아닌,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Meme)이라는 점에서 DMZ의 역설과 비밀을 함축하고 있다"며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DMZ는 이들에게 밈과 같은 존재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히 제한적, 간접적 방식으로 접하는 DMZ는 우리에게 그 어떤 곳보다 실체가 없는 곳일 수 있다.

박건우 - 헬로우 D.M.Z 낯선 방문자들(2020, 영상)
박건우 - 헬로우 D.M.Z 낯선 방문자들(2020, 영상). ⓒ 성북문화재단

◇DMZ의 폐쇄적·역설적 본질을 감각적으로 체험 가능

민간인 접근이 금지되고, 언론을 통해 간접적 접할 수 있는 DMZ는 생태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DMZ는 한국전쟁이라는 뼈아픈 우리 역사의 흔적이다. 평화의 지대로 불리지만, 역설적이게도 극도의 긴장이 감도는 곳이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희석되고 있다.

칸막이 형태로 된 미술관 내부 구성과 비밀스러운 요소를 담은 작품들은 DMZ의 이런 폐쇄적·역설적 본질의 감각적 체험을 유도한다. 김소원 학예사는 "관람객은 공간을 이동하고, 작품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메시지를 접하고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경섭 - 빨간 모자(2020, 영상설치)
임경섭 - 빨간 모자(2020, 영상설치). ⓒ 성북문화재단

◇강현아, 올어바웃, 박건우, 임경섭 4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7가지 DMZ

전시장 입구에서 맨 먼저 관객을 맞는 건 강현아 작가의 '여기 너머'다. 움직이는 동물들의 그림자와 알쏭달쏭한 소리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무엇이 진짜인지,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인지 등을 고민하게 만든다. 허구와 실재의 차이가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치를 담은 이 그림자 작품은 뒷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전시 콘셉트를 공간적으로 구현한 칸막이 구조들을 만나게 된다. 관람객은 바닥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 관람하면 된다. 작품의 일부이기도 한 하얀색 미로를 통과해야 만나는 올어바웃의 '상상온실'은 DMZ 내 자연이 과연 우리가 아는 자연과 무엇이 다른지 묻는다. 테라리움으로 조성된 인공 자연, 영상으로 찍힌 자연, 작품 뒤 창문으로 보이는 천장산은 이 질문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이끈다.

이어서 만나는 박건우 작가의 '헬로우 D.M.Z 낯선 방문자들'은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이미지와 인공지능(AI) 보이스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이다. 외계인 D, M, Z가 DMZ를 찾아 그곳 생명체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내용으로, DMZ에 대한 전반적 내용들을 쉽고 흥미롭게 알려주면서 외계인과 우리가 무엇이 다른지를 자문하게 한다.

7m 높이의 선명한 초록색 벽에는 고깔 모양의 새빨간 라바콘 9개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박힌 임경섭 작가의 '빨간 모자'가 눈에 띈다. 자세를 낮추고 라바콘 구멍을 들여다보면 영상이 나타난다. 영상은 DMZ의 여러 동물 친구들이 모두 빨간 모자를 써야 하는 미션과 수행 과정, 결과를 담고 있으며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뒤를 돌면 조그만 연극 무대처럼 보이는 다소 암울한 풍경의 설치 작품이 보인다. 강현아 작가의 '기기 묘묘 땅'은 자세히 보면 잎사귀 끝이 새빨간 고사리처럼 어딘지 기묘해 보이는 DMZ 동식물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그 비밀은 바로 옆 벽면에 붙은 영상을 통해 밝혀진다.

가지고 싶을 만큼 앙증맞고 완성도 높게 제작된 팝업 북 스타일의 '머지않은 우리'는 멸종위기종을 한데 모아 놓은 강현아 작가의 또 다른 설치 작품이다. UV 랜턴을 통해 작품 주변의 기둥을 비춰보면 희귀종, 멸종 위기종 등으로 분류된 DMZ 동식물들의 리스트를 발견할 수 있어 재미와 교육적 효과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성북구 천장산과도 묘한 접점을 가진 DMZ

꿈자람 미술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천장산은 남북 경계선에 있는 생태의 보고 DMZ와 묘하게 닮았다. 정치적 이유로 43여 년간 입산이 통제됐던 천장산은 이 때문에 희귀 동식물 등 자연 생태가 비교적 잘 보존될 수 있었다. 또 동대문구와 성북구에 걸쳐있어 두 기초 단체의 관리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DMZ생태전 뚜루루 쮸쀼쮸쀼'는 3월20일까지 진행되며 전시 풍경과 인터뷰를 담은 전시 영상은 성북구립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전시회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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