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사랑이 넘치는 치과로 매일 소풍가는 유원희 원장
[기자가 만난 사람] 사랑이 넘치는 치과로 매일 소풍가는 유원희 원장
  • 송창진 · 남하경 기자
  • 승인 2021.03.22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사와 나눔은 나를 기쁘게 하는 원천이에요"
매일 치과로 소풍가는 것처럼 진료하는 유원희 원장이에요.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우리 주변에 즐거운 마음으로 치과를 찾는 사람은 드물 것 같아요. 치과 치료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서 기다리는 시간도 두려워 부담감은 점점 커지게 돼요. 이런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상담하며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걱정을 모두 내려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믿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먼저 배려해 주는 WY치과의 유원희 원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어요. 밝고 힘있는 원장님의 목소리에 따뜻함마저 느껴져 한 곡의 첼로가 연주되는 것 같았어요. 

◆ 원장님께서 쓰신 책 제목이 『매일 치과로 소풍 가는 남자』인데요, 왜 치과로 소풍간다고 표현했는지 궁금합니다. 

◇ 그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저의 아내 송주온 대표가 "매일 아침 모자를 쓰고 치과로 출근하는 모습이 꼭 소풍가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서 제가 아내한테 "맞아. 매일 아침 일하러 가는 게 소풍가는 것 같아"라고 얘기했더니 "아 ! 그러면 책 제목을 그렇게 하자"고 해서 『매일 치과로 소풍가는 남자』로 정하게 되었어요. 


◆ 환자분들을 치료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 사실 치과라는 곳이 좁은 공간이잖아요. 또 환자의 구강도 좁은 공간이고요. 그런 좁은 공간에서 치아의 아주 섬세한 부분을 다루다 보니까 제가 두루 예민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 힘든 것 같아요. 그 다음에는 치과 치료를 무서워하는 환자들은 치과 가는 게 제일 힘들잖아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요. 그런 점에서 어떻게 하면 환자가 편안하게 치료받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데 저의 관심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이 어려운 점이에요. 


◆ 의료봉사 활동을 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 제가 탈북자들이 지내는 하나원(북한 이탈 주민 정착 지원 사무소)에 2000년대 초부터 진료를 다닌 적이 있어요. 거기서 부모와 함께 탈북한 한 소녀를 만나게 되었어요. 하나원은 3개월 동안 남한 적응 훈련을 받는 곳이잖아요. 그곳에서 치과 봉사하면서 마주쳤다가 3개월 생활이 끝난 뒤 저의 병원에 와서 진료를 계속 받았던 친구인데, 그 친구가 남한에 와서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학교도 잘 적응해서 다니고 지금은 대학교 입학해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어요. 그런 친구들이 저는 기억에 남아요. 물론 내가 도와주러 갔지만 그런 분이 이곳에 적응하는 것을 보고 제가 더 많이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 항상 나눔이 있는 삶을 실천하고 계신데요, 원장님에게 나눔이란 어떤 것일까요? 

◇ 나눔은 사실 내가 가진 것을 누구한테 주는 것이 아니라 제가 오히려 그 행동을 통해 만족을 얻는다고 생각해요. '나눔은 나를 위한 것이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나 재능, 재물을 나눈다는 것이 나눔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행동을 통해서 제가 더 위안을 얻고, 삶의 의미를 얻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그분한테 감사해요. 

◆ 저도 치과에 가는 일이 무서운데요, 환자의 걱정을 덜어주는 선생님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 환자가 치과 의자에 앉으면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환자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앉아서 인사를 나누는 거예요. 그 다음에 환자 분이 왜 오셨는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봐요. 그 다음에 제가 "치과 많이 무섭죠?"라고 여쭤봐요. 그러면 그분이 "네. 많이 무서워요"라고 대답해요. 그럼 제가 그분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맞아요, 저도 공감하는데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아프거나 불편한 데가 있으면 치료 도중이라도 언제든지 저한테 서슴없이 표시해주세요."라고 환자한테 말씀드려요. 왜냐하면 치과에서는 입을 벌리고 있어야 하는데 입을 벌리고 있으면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돼요. 자신의 자유로움을 제약당하는 거잖아요. 그때 사람이 제일 불안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지금 환자로서 치료를 받지만 환자 자신이 주체가 되어 상황을 이끌어간다'는 것을 환자분한테 알려주는 거예요. 그것이 제가 바라는 것이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송창진기자
유원희 원장은 '어떻게 하면 환자가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할까?'를 늘 생각한다고 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치아를 건강하게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치아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 중 제일 중요하는 것은 자가관리예요. 치과질환 중에 가장 흔한 게 충치와 치주질환인데요, 치주질환은 잇몸병이에요. 잇몸병과 충치를 발생시키는 게 잇몸에 누렇게 끼어 있는 미생물, 바로 치태예요. 플라그라고도 하지요. 그 치태 때문에 충치와 잇몸병이 생기기 때문에 치태를 칫솔질로 항상 제거해주어야 해요. 
치태는 음식 섭취나 침에서 여러 가지가 분비되어 생기는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에 한두 번씩 아침 저녁에는 꼭 양치질을 해서 치아에 쌓여 있는 치태를 제거해주어야 해요. 그것이 치아건강관리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에요. 그 다음에 주기적으로 1년에 한두 번 정도 스켈링을 하면서 관리를 받아야 해요. 요즘에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치아건강을 위해 자가관리를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물론 관리가 안 되는 부분도 있어요. 윗니나 어금니 안쪽은 칫솔질이 잘 안 되는데, 그런 부분은 치태가 쌓일 수 있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 아픈 사람을 치료하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실 텐데요, 선생님께서 즐기는 취미가 있나요? 

◇ 즐기는 취미는 여러 가지가 있기는 해요.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을 하면서 풀기도 하고요.  또 제가 다룰 아는 몇 가지 악기 중에서 첼로를 연주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  음악에  조예가 있으시군요. 

◇ 조예는 아니고…(웃음)  제가 고등학교 시절 1학년 때부터 남성중창단을 만들어서 성악을 했어요. 첼로는 제가 서른두 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때 첼로 소리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첼로 음역대가 사람 음성 영역 (Voice Range) 안에 있잖아요. 근데 배우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연주회 활동을 못하지만, 동창회에서 10명이 모여 밴드를 결성했어요. 거기에서는 콘트라베이스를 맡았어요. 그런 활동을 하면서 치과에서 환자 진료할 때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어요. 그런데 사실 환자 진료하면서 스트레스 쌓이는 것은 없어요. 매일 소풍가는데 항상 즐겁죠.(웃음) 근데 힘들게 하는 환자를 만나면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해요. 병원에 와서 힘들게 하는 환자들도 있어요. 아주 예민한 환자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혀를 어디다 둘지 모르는 환자, 그런 환자들은 힘들죠. 치료를 할 때 드릴 같은 기구를 쓰는데 혀를 자꾸 움직이면 거기에 닿을 수도 있잖아죠.

◆ 저도 치과 진료 받을 때 드릴소리가 무서웠어요. 

◇ 치아를 보면 치아의 신경이 뇌신경에서 나와요. 환자한테도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치과 치료를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치과의사지만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하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환자가 편안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할까?' 하는 게 치과의사로서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어요.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환자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려는 의사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소풍가는 것처럼 치과 치료 받으러 갈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선생님이 주신 책에는 '소풍의 설레임과 행복이 삶 속에서 가득 누려지기를 기원합니다.'라는 사인과 서명이 담겨 있어 더 감동이었어요. 

(이상 송창진 기자) 

유원희와 송주온 부부는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유원희와 송주온 부부는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새터민들을 위한 치료 봉사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1999년부터 새터민들이 남한에 오기 시작했어요. 그때 정부에서 하나원을 설립해서 2~3개월 동안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도와주었는데, 치과의사협회에서 하나원에 가서 진료할 의사를 구하는 광고가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자원했죠. 제가 봉사를 할 때는 하나원이 안성에 있어서 매주 목요일마다 그곳으로 가서 봉사했어요. 대학 다닐 때부터 봉사활동을 많이 해서 익숙했어요.

◆ 새터민들 또한 치과 치료에 대해 무서워하고 걱정을 많이 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도움을 주었나요? 

◇ 새터민 중에서는 치과를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사람이 많이 있었어요. 기자님 말씀대로 치과를 가는 것이 무섭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대부분 사람은 어렸을 때 치과 병원에 갔는데 치과 의사 선생님이 환자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고 치료했던 기억이 남아서거든요. 그런데 처음으로 치과에 온 새터민들은 치과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오히려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치과에 처음으로 가는 순간을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하고 싶은 것이 저의 마음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오는 부모님들이 제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아이가 몇 살이 되면 치과에 데리고 가는 게 좋은가?’예요. 그러면 저는 가능하다면 아주 어릴 때 그냥 데리고 오시라고 말씀드려요. 아무런 느낌이 없을 때 치과를 가서 ‘어? 여기서 그냥 놀아도 되는데? 별거 아닌데?’라고 몸으로 터득하면 나중에 더 자라서 치과에 갔을 때 훨씬 더 편하거든요.

◆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 수련할 때 병원에서 장애인들을 진료한 적은 있지만,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어요.

◆ 의사로서 가장 보람 있었을 때는 언제였나요? 

◇ 제가 있는 병원은 30년 동안 방문한 환자가 있어요. 그 사람의 자녀들이 오고, 또 그 자녀가 결혼해서 자기 아이를 데려와요. 저는 그게 큰 보람이에요. 저의 철학이 평생 주치의이거든요.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요? 

◇ 제가 지금 병원 개업한 지 30년이 되었어요. 그래서 저를 찾아주시는 환자분들이 있는 한 아마 계속 이렇게 치과 운영을 할 것 같습니다.

◆ 100년까지 계속 진료하시면 좋겠어요.

◇ 감사합니다. 제가 그때까지 몸이 건강하면 좋겠네요.(웃음) 저와 아내 사이에 두 아들이 있지만 모두 치과 의사가 아니에요. 대신 좋은 후배를 제가 만날 수 있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자산을 온전히 잘 물려줘서 아까 말씀하신 대로 제가 운영하는 치과가 100년까지 잘 유지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다음은 송주온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송주온 대표는 '기부란 제가 기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요. ⓒ 유선우 사진기자
송주온 대표는 '기부란 자신이 기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원래 '송경애'라는 이름이었다가 개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새롭게 지은 이름의 뜻이 궁금합니다.

◇ 아직 호적에는 안 올렸는데 재작년에 어떤 사람이 제 예전 이름인 송경애로 사칭을 해서 많은 사람이 금전적으로 피해를 입었던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주온'이라는 이름은 예전에 호로 받은 이름이에요. 한자로 '집 주' '베풀 온'이에요. 더 많이 베풀고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 나눔을 실천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 제가 맨 처음에 나눔을 실천한 건 미국에 살다가 돌아와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공부할 때였어요. 그 당시 거리에서 껌팔이 소년들이 많았어요. '껌 사세요!' 하면서 껌을 파는데 아무도 껌을 안 사기에 제가 껌을 전부 샀어요. 누군가 제 아버지가 껌을 만들어 파는 공장 사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나눠주었죠. 그러다가 결혼하고 나서 남편과 함께 결혼기념일, 생일 등 특별한 날에 그날을 기념하는 숫자로 금액을 정해서 기부하게 되었어요. NGO '기아대책'에서 주최하는 축구대회에서 말라위 팀이 우승해서 축구장과 축구공을 지원했는데 직접 가보니 우물도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30개의 우물과 30개의 축구 경기장을 만들어주기로 했어요. 제 두 아들도 저를 따라서 아프리카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자전거를 사주고, 북한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있는데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한 것이 제일 보람 있었어요. 기부는 제가 기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아무것도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고 아무것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잖아요. 그래서 자신이 가진 것을 서로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남은 다과와 각종 치아관리 용품들을 예쁘게 쇼핑백에 담아 나눠주었던 부부에게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웃에게 베푸는 것처럼 서로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여전히 사랑하는 모습 또한 아름다워 보였어요. 앞으로 이들의 선행이 세상을 더 멋지게 만들어가길 기대합니다.
유원희 원장은 『매일 치과로 소풍가는 남자』라는 책을, 송주온 대표는 『나는 99번 긍정한다』라는 책을 발간했어요.

(이상 남하경 기자) 

* 현재 송창진 · 남하경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