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장애인의 권익과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나눔센터 김창화 대표
[기자가 만난 사람] 장애인의 권익과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나눔센터 김창화 대표
  • 김예준 수습기자
  • 승인 2021.04.15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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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당사자로서 장애인이 직접 참여하는 장애인 정책의 절실함을 느꼈어요"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창화 대표 입니다. ⓒ 유선우 사진기자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창화 대표예요.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4월8일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창화 대표와 인터뷰를 했어요. 구로구 대림동에 위치한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장애인 자립지원, 활동지원, 근로지원, 야간순회활동 등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된 김창화 대표는 장애인들의 권익과 자기결정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그는 장애인들도 당당하게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요. "그래, 나 장애인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다음은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외에도 한국장애인연맹(DPI Korea) 이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복지 전문위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창화 대표와의 대화 내용이에요.

◆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설립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 저는 원래 비장애인이었어요. 그런데 30대 무렵에 과로와 스트레스 등을 겪으며 실명하게 되면서 중도장애인이 되었어요. 갑작스럽게 장애를 겪다 보니 그 당시에는 나 자신이 장애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죽음을 많이 생각했고, 죽음의 순간까지 갔었어요. 그러다가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장애를 인정하고 극복하자'라고 마음을 먹었죠. 시각장애인이면 글을 못 읽잖아요. 그래서 점자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점자를 가르치는 복지관을 찾아갔어요.
점자를 배우면서 3명의 시각장애인들을 만났어요. 15세 중학생과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실명하신 50대 남자분, 그리고 아주머니 한 분. 그분들을 만나면서 내가 죽음을 생각했다는 것이 부끄러워졌어요. 장애가 있기 전까지 저는 정말 잘 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리며 살았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을 보니까 너무 힘들게 사시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용기를 얻었고,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구나. 그래도 나는 그나마 편하게 살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복지관에서 점자를 배우면서 알게 된 15살짜리 중학생이 점심 때 돈이 없어서 식사를 못하는 거예요. 그때 마음을 먹었어요. '내가 가진 재능을 발휘해서 장애인 관련된 일을 한번 해보자'라고요. 장애인 관련 일을 안 해봤기 때문에 처음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도전을 거듭했어요. 자존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지만, 힘을 얻기 위해, 나 자신을 훈련하기 위해 계속 사회복지사 등의 시험에 응시하고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했어요. 그러다 사회복지 단체의 일을 도와주면서 장애인 관련 일에 깊숙이 참여하게 되고,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자 나눔장애인자립센터를 설립하게 됐어요.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창화 대표가 일하는 모습입니다. ⓒ 유선우 사진기자
김창화 대표가 직원과 업무에 관해 대화를 하고 있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 예전에는 시설 위주로 장애인 지원사업이 이루어지다보니 정작 혜택을 보아야 할 장애인 당사자가 사업 내용에서 빠져 있었어요. 지금은 '탈 시설', '자립형 주택' 사업 등을 통해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도록 많이 개선되었어요.  
우리 센터 사업 중에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자립지원사업 △활동지원사업 △근로지원사업이 있어요. 이 가운데 자립지원사업이 가장 궁극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울시에서 지원을 받아 자립지원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예를 들면, △'나의 애창곡 음반' 제작 △자립생활 기술훈련 △동료 상담 △권익옹호 △이동지원 등이 있어요.
그리고 활동지원사업은 일상생활, 사회서비스 등 신변에 관련된 지원업무인데요, 이와 관련하여 저희 센터에서는 야간순회돌봄(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외에도 중증 장애인들의 응급 안전을 위한 가정 내의 모션 감지기, 문열림 센서, 버튼만 누르면 119로 바로 연락되는 긴급전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근로지원사업은 지금 기자님처럼 직장 다니는 분을 위하여 근로지원인이 업무를 도와주는 일이에요.
그 다음에 자립을 위한 실질적인 프로그램으로 △권인옹호(장애인인권교실) △동료상담(자조모임) △정보제공(소식지) △자립생활기술훈련(단기체험 홈) △이동지원(긴급이동지원 119) △주거환경개선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 올해 센터에서 중점을 두고 진행하시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전환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이제는 4차산업혁명시대,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대비하는 사업들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작년과 올해 저희가 장애인들 중에서  4차산업과 비대면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는 브레인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올해는 특히 그 사업에 중점을 두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비장애인들이 모든 정책이나 환경을 만들어 놓은 다음에 장애인들이 들어가 장애인들에게 맞게 바꾸려고 하다보니 바꾸기가 힘들었어요. 처음에 정책과 환경을 만들 때부터 장애인이 참여해서 그 틀을 미리 만들면 국가적으로 비용도 줄이고, 장애인들한테 좀 더 효율적인 편익을 제공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비장애인들이 다 만들어 놓은 환경을 나중에 가서 바꾸는는 게 아니라, 처음 환경을 만들고 정책이 정해질 때부터 우리 장애인들이 하나의 축으로 참여해보자고 했는데, 사실 저희 센터 단독으로 하기에는 많이 힘들더라고요.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서 비대면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하고 우리 장애인 브레인들을 지원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아요.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창화 대표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 유선우 사진기자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창화 대표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 유선우 사진기자

◆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제가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이 되면서 몸으로 직접 느낀 점인데요, 이런 센터 운영을 통해서 당사자들이 맨 처음 장애를 입고 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할 때 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분들이 자기 신뢰를 회복하고, 자신감을 얻고, 자기의  강점 분야를 찾아서 빠르게 사회에 복귀하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이러한 지원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생활하기는 힘들겠지만, 안전하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고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에요.
우리 센터가 항상 주장하는 것은 첫째 적응, 둘째 조화, 셋째 융합이에요. 적응 단계는 장애인으로서 자기에 대한 적응, 환경에 대한 적응이고, 조화 단계는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들끼리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융합 단계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화학적인 융합을 말해요. 
 

◆ 장애인이 연예인이나 예체능에 도전할 경우 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 무조건 도전하라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연예인이나 예체능인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아름답잖아요. 도전하면서 자기계발도 되고 능력도 향상되니까 도전할 수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돼요. 그래서 열심히 도전하는 사람에게 당연히 박수를 보내고 싶죠. 그리고 연예 분야든 다른 특정 분야든 간에 도전하지 못할 게 없어요. 
저 같은 시각장애인이나 다른 장애인들 중에도 훌륭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무언가에 도전할 때 '이걸 할 수 있을까' 하고 그 결과를 자꾸만 생각하면 안 돼요. 도전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성취감을 느끼고, 한계를 극복하면서 스스로 힘을 기르고 역량을 강화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더 도전하고 노력하면, 아마 비장애인, 장애인을 떠나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장애인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데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 김창화 대표와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더욱 발전하기를 응원합니다. 


* 현재 김예준 수습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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