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장애 이동권 관련 콘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
[기자가 만난 사람] 장애 이동권 관련 콘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1.04.17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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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무의미한 세상', '다름을 차별로 인식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저희 목표예요
장애 이동권 콘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이에요. ⓒ 유선우 사진기자
장애 이동권 콘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이에요.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4월13일 장애 이동권 관련 콘텐츠 제작 협동조합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을 만났어요. 무의는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2016년에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들었요. 홍 이사장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딸 덕분에  휠체어가 아무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는 곳이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니기 좋은 곳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었어요. 홍 이사장은 무의 외에도 이베이코리아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분 이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 '무의'라는 회사가 장애 이동권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협동조합이라고 알고 있어요. 정확히 어떤 회사인지 궁금해요.

◇ 저희는 협동조합원과 합쳐서 5명밖에 안 되긴 하지만, 저희 협동조합에 있는 사람들보다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장애 이동권 관련 정보, 즉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모으거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하는 회사입니다.


◆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제 딸이 태어나자마자 척추 안에 암이 생겨서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휠체어를 타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휠체어를 이용하면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줄어들잖아요. 특히 우리 아이가 지하철을 타고 어디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휠체어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가 많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편하게 다닐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2015년에 저희 아이랑 같이 휠체어로 지하철 환승하는 동영상을 만들어서 먼저 유튜브에 올렸어요. 그리고 그 영상을 카카오의 스토리펀딩 코너에 연재를 하고 모금을 하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 홍 이사장님은 다름을 차별로 인식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어요. 다름을 차별로 인식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실 그 개념을 설명하자면 어려워요. 예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휠체어를 탄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못한 사람이라거나 열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건 그냥 나와 다른 거지'라고 생각하는 게 필요해요. 우리의 일상적인 말에서도 그런 차별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장애인들이 외출할 때 부모님이나 활동지원사와 같이 다니게 되잖아요. 그때 장애인 당사자에게 물어봐도 될 것을 주변에서 "보호자 어디 계세요? 보호자분!"이라고 부르면서 보호자를 찾는데 저는 그 '보호자'라는 말이 조금 차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장애인이라고 굳이 보호를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기자님처럼 장애인도 스스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저희 아이도 말도 잘하고 혼자서 휠체어도 잘 타면서 다니는데, 카페 같은 데 가면 종업원이 저희 아이한테 물어보지 않고 부모나 옆에 같이 간 비장애인한테 물어봐요. 제가 굳이 아이를 보호할 필요도 없고 아이는 보호를 받을 필요도 없는데 저한테 '보호자분'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차별인 것이지요. 이런 예는 일상에서 아주 작은 차별이지만, 다름을 차별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입밖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또 사람들이 휠체어 탄 사람한테 "복잡한데 왜 휠체어 타고 나왔냐, 그냥 집에나 있지"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까 본인은 좋은 의도에서 얘기하지만 사실 듣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잖아요. 그런 말들을 통해 다름이 차별로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런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보통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의도로 말했기 때문에 자신이 한 행동은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그건 차별이에요"라고 말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개발하셨는데 교통약자 환승지도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 제가 일부러 '휠체어 환승지도'라고 하지 않고 '교통약자 환승지도'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왜냐하면 지하철을 타고 환승을 하다보면 우리나라 지하철이 휠체어 이용자뿐만 아니라 유아차 이용자, 목발이나 지팡이 짚으신 어르신 등 교통약자들에게 얼마나 불편한지 알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그분들한테도 유용한 지도일 것 같아서 교통약자 환승지도라고 이름을 붙이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지하철은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는 1970년대부터 개발되었어요. 처음에 지하철을 만들 때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는데 나중에 만들다 보니까 그 위치가 엄청 멀거나 빙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생겼어요. 또 어떤 역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대신 리프트를 작동해서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것을 타면 이상한 노랫소리가 나오면서 윙 하고 올라가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리프트를 타면 사람들이 다 쳐다보니까 기분도 나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게다가 자칫 잘못해 거기서 떨어져서 돌아가신 분도 계셨어요. 
그런 점들이 굉장히 차별적인 부분들인데, 그나마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등의 정보도 알지 못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어 50m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하는데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는 그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또 지하철을 환승하려고 하는데 교통카드를 찍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하는데 왜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어요. 그래서 그런 길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지하철 이용자들이 길을 찾을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휠체어로 다니다 보면 돌아가야 해서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려요. 게다가 그렇게 돌아가야 하는 정보도 제대로 안내되어 있지 않은 역들이 많거든요. 
교통약자 환승지도는 바로 그런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지하철에서 환승할 때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지도로 알려주기 위해 만든 거예요. 


◆ 해마다 8천명 넘는 발달장애인 실종신고가 접수된다는 기사를 보았어요. 발달장애인들이 혼자 마음 편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발달장애인들이 그렇게 많이 실종된다는 사실은 너무 슬픈 일이에요. 실종되셨던 분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잖아요. 그분들이 집안에 있으면 갑갑하고 힘드니까 산책은 해야 하는데 밖으로 나오면 몸집도 큰 분들이 막 뛰어가면 쫓아갈 수가 없어서 실종되는 경우들도 많이 있어요. 무거운 주제이기는 한데요, '발달장애 국가 책임제'라는 것이 있어요. 만약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서 병을 얻거나 세상을 뜨면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이웃과 같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예요. 
요즘에는 장애인 시설에서도 그런 식으로 운영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장애인 시설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곳들도 많기 때문에 아주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에요. 
하지만 발달장애 국가책임제를 운영하면 당연히 지역사회에서 우리 이웃과 다같이 살 수 있거든요.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잘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홍윤희이사장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에요. ⓒ 유선우 사진기자
홍윤희 이사장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에요. ⓒ 유선우 사진기자

◆ 그렇다면 장애인이 휠체어 타고 여행을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 무엇보다 자신의 몸에 맞고 성능이 좋은 휠체어가 있다면 더 쉽게 여행을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지형이 울퉁불퉁한 곳도 많고 좁은 길도 많아요. 그래서 전동휠체어를 타면 좋긴 해요. 자기 몸에 맞고 활동하는 데 편리한 '활동형 휠체어'라는 것이 있는데요. 큰 휠체어가 아니라 조금 작은 휠체어예요. 제 딸이 쓰는 건데 모터를 달아서 전동휠체어처럼 다닐  수 있어요.
그런 종류의 활동형 휠체어를 전동휠체어로 바꿔서 사용하면 조금 더 쉽게 다닐 수 있기는 해요. 가격이 비싸다고 걱정하는데 요즘엔 휠체어 종류도 많아졌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활동형 휠체어를 좀 저렴하게 보급하는 작은 회사들이 생겼어요. 지금 제가 다니고 있는 쇼핑몰 회사에서 휠체어 만드는 업체로부터 휠체어를 사서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어요. 걷지 못하는 아이들이 쉽게 다닐 수 있는 휠체어를 잘 만들 수 있도록 그런 회사에 지원을 해주는 것도 중요해요. 그런 휠체어를 누군가가 용감하게 만들었을 때 그것을 사서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나눠줄 수 있게끔 기업과 회사들이 많이 지원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 무의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 무의가 원하는 세상은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이에요. 장애가 무의미하다라는 말은 장애를 갖고 있어도 장애는 개성이고 다름이고 당사자의 특징이지, 불쌍하게 보거나 동정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세상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제 딸이 커서 휠체어를 타고 나가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차별적인 말을 하는 어르신들 말고 적절하게 잘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시민들이 많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희 무의의 목표는 그런 시민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에요.

무의의 바람대로 장애가 무의미한 세상, 좋은 시민들이 많은 세상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바라요.

 


* 현재 김민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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