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개그맨 '블랑카'를 넘어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로 멋지게 변신한 정철규씨
[기자가 만난 사람] 개그맨 '블랑카'를 넘어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로 멋지게 변신한 정철규씨
  • 정민재 기자
  • 승인 2021.04.23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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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 차별과 편견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었어요"
블랑카 정철규씨에요. ⓒ유선우 사진기자
'블랑카'로 유명한 개그맨이자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인 정철규씨예요. ⓒ 유선우 사진기자

[휴먼에이드포스트] 4월15일 '블랑카'라는 캐릭터로 우리에게 익숙한 개그맨 정철규를 만났어요.
정철규씨는 KBS '개그콘서트'와 '폭소클럽' 등에서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 역할을 맡아 "사장님, 나빠요~"와 "뭡니까, 이게~" 등 많은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인기를 얻었어요. 지금은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해요.


◆ 먼저 개그맨이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어렸을 때부터 남들을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제가 웃겼을 때 친구들이 좋아하면 보람도 느끼고 기분도 좋았어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개그맨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제 고향이 경남 창원인데요, 당시에는 시골 동네였죠. 그래서 '개그맨은 서울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래서 어려울 것 같다'라는 생각에 개그맨의 꿈은 계속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나도 시험을 한번 쳐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도전해서 KBS 19기 개그맨이 됐어요.


◆ 개그 프로그램에서 많은 활약을 하셨는데 어느 개그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 제가 했던 대표적 프로그램은 블랑카로 데뷔했던 '폭소클럽'이에요. 그 외에도 tVN의 '코미디 X-1'과 MBN의 '개그 공화국'이라는 프로그램도 했었는데, 그것보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제가 개그맨이 되기 전 개그맨 지망생 시절에 대학로 소극장에서 했던 코미디 무대예요. 지금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KBS KOREA'라는 무대가 있었어요. 그것은 당시 '스카이라이프'라는 위성 안테나를 달아야만 볼 수 있는 채널에서 방송했었어요. 거기서 1등을 해서 KBS 개그맨 자격이 생겼거든요.

저는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고시원에 살면서 데뷔를 했던, 시청률도 정말 낮았던 'KBS 한반도 유머 총집합'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친구들이나 선후배들 중에 그 프로그램 출신들이 많아요. 그때 같이 했던 친구들 중에 유세윤, 유상무, 장동민, 미키광수 등이 있고 그 위로 정형돈 선배도 계시고요. 어떻게 보면 사람은 자기의 시작을 항상 생각해보게 되잖아요? 그런 점에서 '한반도 유머 총집합'이 기억에 남아요.

정철규씨가 휴먼에이드포스트 기자들에게 다문화 이해교육 강의를 진행했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지금은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그 일을 하시는 이유도 알려주세요.

◇ 저는 전기전자공학과를 나와서 군대를 가는 대신 공장에서 일하는 대체복무를 하게 되었어요. 그때 공장에서 40~50명의 외국인들과 같이 일을 했었어요. 당시 저는 외국인들과 같이 일하면 그들의 언어와 문화도 배우고 아주 재밌게 국제적인 회사에서 일하는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일하다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한국인들이 그들을 한국말 못한다고 욕하고 차별하고 때리기도 하고 무시하는 거예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아! 똑같은 사람인데 왜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말을 저렇게 함부로 하지? 어떻게 하면 이것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개그맨이 된 후에 그 문제를 코미디에 적용한 셈이에요.

그후에도 계속 저의 코미디가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 블랑카 이야기, 그리고 나중에는 한국여성 봉숙이와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룬 이야기를 하게 다루게 됐어요. 개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실제로 다문화 가정을 이룬 분들을 만나서 실생활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니까 제가 모르는 것이 많더라고요.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어요. 코미디가 끝나고 나서도 '어떻게 하면 저분들과 더 오랫동안 가까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알아보니까 다문화 이해교육 전문강사라는 직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고 통과해 자격증을 땄어요. 그래서 지금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외국인이라고 차별하고 편견을 가졌던 좋지 않은 인식들을 개선하기 위해 강사 활동을 하고 있죠.


◆ 2018년  '문제적 남자'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셨어요. IQ가 170이라고 들었는데, 머리가 좋은 비결을 알려주세요.

◇ 제가 똑똑하다는 생각을 안 해봐서 비결은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웃음) 근데 제가 어리바리한 부분도 많고 '길치'거든요. 그리고 집중력도 없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 비결은 자신감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인터뷰를 할 때도 기자님은 원래 이런 분야에서 일을 해와서 자신감이 있을 것이고 그럼 저보다 인터뷰를 잘하실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제가 봤을 땐 자신감을 가지면 똑똑해지는 것이 아닐까 해요.

정철규 씨와 인터뷰를 가졌어요. ⓒ 유선우 사진기자

◆ 다시 개그맨 활동을 하실 생각이 있나요?

◇ 지금 우리나라 방송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하나밖에 안 남았어요. 만약에 방송 3사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어서 코미디 시장과 코미디의 분위기가 살아난다면 어떤 프로그램이든 개그맨으로서 다시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개그맨들 가운데 다재다능한 친구들이 많은데도 방송 3사가 코미디 프로그램을 접은 것을 보면 시대의 흐름이 공개 코미디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다시 공개 코미디를 찾는 시대가 오면 저도 무대에 서고 싶겠죠.


◆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분들에게 블랑카 식의 응원 한마디 해주세요.

◇ '이게 뭡니까? 코로나 나빠요~'


◆ 팬분들께 한마디 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어요?

◇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그맨들의 경우 100개의 선플보다 1~2개의 악플에 정말 힘들어 하거든요. 그래도 '내 인생 최고의 코미디언'이라고 좋은 댓글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 감사하죠. 그런 응원 메시지는 캡처해뒀다가 제가 지치고 힘들 때 다시 보고 힘을 얻기도 해요.

 

코미디 무대가 아닌 다문화이해 강의 무대에 서게 된 정철규씨.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그만의 능력이 차별과 편견을 바로잡는 다문화이해 강의 무대에서도 더욱 빛을 발하길 응원해요.

 

* 현재 정민재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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