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슈퍼리그(ESL)는 누구를 위한 리그인가?
유러피언슈퍼리그(ESL)는 누구를 위한 리그인가?
  • 이강민 수습기자
  • 승인 2021.04.23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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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발표 3일 만에 사실상 백지화...성난 축구 팬들의 심판
ESL에 반대하는 축구 팬의 모습. ⓒ SPOTV 경기 화면 갈무리

[휴먼에이드포스트] 유럽 축구계를 뒤흔들었던 유러피언슈퍼리그(ESL) 사태가 3일이 채 지나기 전에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ESL은 이탈리아의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A 소속 팀 '유벤투스'의 회장인 안드레아 아그넬리를 주축으로 창립되었는데,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리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6개 팀(아스널 FC, 첼시 FC, 리버풀 FC, 맨체스터 시티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토트넘 훗스퍼 FC)과 스페인 라리가의 3개 팀(클루브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CF), 그리고 이탈리아 세리에A의 3개 팀(AC 밀란, FC 인터 밀란, 유벤투스 FC)을 합하여 12개 팀이 참가했으며 8개 팀을 추가하여 총 20개 팀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ESL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새로운 축구대회인 유러피언 슈퍼리그 출범을 결정했다. 오늘 유럽 12개 팀 대표자들이 모여서 나눈 회의 결과"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른바 '빅 클럽'들만 영입한 ESL의 목적은 결국 '돈'이다. 리그의 모든 경기가 강팀과 강팀의 대결로만 채워진다면 화제성과 축구 팬들의 관심도는 급증할 것이고, 이에 따른 중계권의 가격 또한 어마어마하게 높게 책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페인 라리가의 전통 강호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CF의 경기 관람 가격은 일반 경기의 최소 2배이고, 암표로는 최대 9배에 육박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시즌 내내 이런 경기만 진행된다면 그 수익은 실로 상상 초월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축구 팬들은 ESL의 출범을 거세게 비난했다. 자신의 연고 지역의 팀이 자국 리그를 탈퇴하여 ESL에 가입하게 된다면, 경기를 보러 매번 다른 국가로 가야 한다거나 높은 가격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 등 앞으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축구 팬뿐만이 아니다. FIFA와 UEFA 또한 강격책을 펼쳤다. ESL에 참여하는 팀에 대해 FIFA는 그 소속 선수들의 국가 대표팀 차출을 막을 것이며, UEFA는 챔피언스리그 참가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회장인 윌리엄 왕세손도 ESL이 축구의 가치를 떨어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지난 2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6개 팀이 ESL 참가 의사를 번복했고, 뒤이어 다른 팀들도 불참을 선언했다. 안드레아 아그넬리 회장 역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시인함으로써 사실상 ESL 출범은 무산되었다. 이에 대해 ESL 초대 회장을 맡은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아주 슬프고 실망스럽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3년간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가 설명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냄과 동시에 "나도 축구를 살리고 싶어서 그랬다"고 항변했으나, 축구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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