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보호종료아동을 돕는 '청년들의 걱정없는 하루'의 모유진 부회장
[기자가 만난 사람] 보호종료아동을 돕는 '청년들의 걱정없는 하루'의 모유진 부회장
  • 남하경 기자
  • 승인 2021.05.07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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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의 걱정없는 하루 부회장을 맡고 있는 모유진 씨예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청년들의 걱정없는 하루' 부회장을 맡고 있는 모유진 씨예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4월,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보호종료아동 출신 모유진 씨와 인터뷰를 가졌어요.

1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뜬 후로 아버지와 살던 모유진 씨는 11살의 나이에 간암으로 아버지마저 여의고 위탁가정에서 자랐어요. 현재 '청년들의 걱정없는 하루'라는 단체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보호종료아동들에게 닥친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노래를 통해 삶의 경험들을 세상에 전달하고 싶어 성악을 전공했다는 모유진 씨는 현재 음악에 대한 꿈을 펼치기보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직장생활을 병행해가며 보호종료아동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유진 씨의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다음은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 내용입니다.

◆ '청년들의 걱정없는 하루'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 정책콘서트를 기획하여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일을 하기도 하고, 이제 곧 자립할 동생들과 친구들을 위해 자립을 주제로 강의를 했어요.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보호종료아동 후배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당사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 성인이 되자마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 그나마 '미성년자'였기에 주어졌던 도움과 관심조차 이제는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두려웠어요. 제게는 시행착오를 울타리 안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이 부족했어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내 하루는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어서 실수를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실수를 이해해주고 같이 책임져줄 보호자가 없는 것보다 그 실수로 인해 기회를 잃고,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는 게 가장 힘들고 마음 아팠던 것 같아요.

◆ 성악을 전공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 어릴 적 무뚝뚝하던 아버지가 친구분들께 "유진이 목소리가 꾀꼬리야" 하고 자랑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 그 말이 제게 선물같이 따뜻했어요. 노래할 때 사랑받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성악을 시작한 이유였어요. 나중에는 제가 노래를 통해 삶의 경험들을 세상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성악을 하는 주된 이유가 됐던 것 같아요.

모유진 씨는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어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모유진 씨는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어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 어린 시절 아버지와 살았을 때 행복했던 추억 한 가지를 떠올린다면 무엇인가요?
◇ 아버지가 유치원까지 저를 데려다주시던 것이에요. 사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그렇지만 아빠 차를 타고 다닐 때 운전하는 아빠의 모습이 듬직하고 멋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실 때도 저를 데리고 다녀주셨는데, 어린 제가 귀찮았을 텐데도 함께 시간을 보내주셔서 감사했어요.

◆ 성인이 되기 전과 성인이 된 후 나의 예상과 현실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나요?
◇ 자립하고 4년 정도는 월셋집에서 살았는데, 원룸 한 칸에 사는 데도 주거비가 40만~50만 원 정도 들었어요. 매달 그 정도의 돈을 내는 게 쉽지 않았던 터라, 경제적으로 늘 쫓겨 살았고,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도 삶이 늘 넉넉하지 않았어요. 그 시간이 참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지금 보호종료아동들에게 가장 필요한 현실적인 도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보호종료된 친구들이 자립 이후에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기회들을 만날 수 있는지 많이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막연한 자립이 두려울 텐데 먼저 사회에 나간 언니 오빠들을 보며 꿈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본을 보여주고, 멘토들과 연결할 수 있는 자리들을 계속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 지인들에게 들었던 말 중에 감동이 되는 말이 있었나요?
◇ "유진아, 네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넓은 그릇을 만들고 있어서 그래. 대추나무에 상처를 내면 더 많은 열매를 내듯, 유진이의 상처는 아이들을 살리는 열매가 되어줄 거야"라는 말이에요.

◆ 30대가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 보호종료아동을 돕는 사회적기업 '아라보다'를 설립하고 싶어요. 생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과 정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가까운 언니, 누나가 되어주고 싶어요. 또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노래를 계속 만들어서 세상에 들려주고 싶어요.

모든 보호종료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이 될 모유진 씨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현재 남하경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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