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고장난 휠체어는 제게 맡기세요" 서울대병원 휠마스터 함진호씨
[기자가 만난 사람] "고장난 휠체어는 제게 맡기세요" 서울대병원 휠마스터 함진호씨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1.06.02 17: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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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을 잃지 말고 꿈을 향해 노력하면 좋은 일이 생겨요"
휠마스터 함진호씨를 만났어요. ⓒ 정진숙 편집국장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5월27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고장난 휠체어를 고쳐주는 휠마스터 함진호씨를 만났어요. 올해 39세의 지적장애인인 함진호씨는 그동안 고무사출공장, 행주공장, 비즈공장, 인쇄공장 등 여러 작업장에서 일을 해왔어요. 하지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만나지 못해 많은 좌절을 겪어야 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많았던 함진호씨는 경기북부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휠마스터' 교육을 받게 되었고, 지금은 서울대학교병원 총무과에서 어엿한 직장인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장애인도 기회가 주어지면 저마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함진호씨는 다른 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잃지 말고 당당해지라는 말을 남겼어요.

휠마스터는 고장난 휠체어를 고쳐주는 직업이에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휠마스터는 고장난 휠체어를 고쳐주는 직업이에요. ⓒ 정진숙 편집국장

◆ 우선 휠마스터가 어떤 직업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려주세요.

◇ 제가 출근해서 하는 일은 먼저, 아침 9시반에 외래병동 12층부터 4층까지 돌면서 휠체어를 수거해서 병원 본관1층 휠체어대여소에 가져다놓는 일이에요. 그리고 외래에 있는 고장난 휠체어를 회수해 부품을 분해하고 닦고 수리해서 다시 조립하는 일을 합니다. 외래병동을 돌고 나면 응급실을 돌고 3시 반에 마지막으로 주차장과 암병동까지 돌고 나면 제 일이 마무리됩니다. 본관에서는 저까지 3명이 함께 일하는데 서로 배려해주고 챙겨주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 휠마스터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아버지와 고물상을 운영하다가 아버지가 몸이 안 좋아지셔서 고물상을 접었어요. 그후 가평에서 고무사출공장을 다니다가 허리가 아파서 그만두었어요. 그다음에 비즈공장, 인쇄공장 등 여러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집에 있는데, 아는 분이 "의정부에 있는 경기북부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 '휠체어 수리'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며 저에게 그분의 아드님과 같이 다녀보면 어떻겠냐고 권하셨어요.
그래서 어머니와 상의하고 다음날 그분이 소개해준 경기북부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 가서 4주 동안 교육과 실습을 받고 휠마스터를 하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휠체어의 나사를 풀고 조이는 수리뿐만 아니라 살균소독과 관리하는 일까지 기본적인 과정을 배웠어요. 그다음에 한 달에 두세 번씩 의정부의 성모병원과 복지관에 가서 전동 휠체어, 전동 스쿠터, 일반형 휠체어 등을 수리하는 봉사활동을 4주 동안 끝내고 나서 1기에 합격했어요.

함진호씨는 다른 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잃지 말고 당당해지라는 말을 남겼어요.  ⓒ 정진숙 편집국장

◆ 어려서부터 뭔가를 고치는 일에 관심 많으셨나요?

◇ 아버지와 어머니가 손재주가 많은 분들이세요. 어머니는 미용사로 일하고 계시고 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한때 장갑차 만드는 일도 하셨던 분이거든요. 누나도 현재 가죽가방을 만들어서 파는 인터넷 쇼핑몰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저희 가족이 원래 손재주가 좀 좋아요. 그래서 휠체어를 고치는 일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함진호씨와 인터뷰하는 모습이에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함진호씨와 인터뷰하는 모습이에요. ⓒ 정진숙 편집국장

◆ 휠체어 마스터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 저는 손재주가 좋아서 사실 어려운 건 없었어요(웃음). 조금 전에도 밖에서 망가진 휠체어 3개를 수거했는데요. 외래 환자가 비교적 적은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바쁘지 않으니까 주로 휠체어를 고쳐요. 휠체어를 수거하고 수리하는 일은 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라 큰 어려움 없이 일하고 있어요.


◆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였나요?

◇ 항상 보람을 느끼죠. 이곳이 대학병원이다 보니 넓잖아요. 그래서 어떤 고객님은 휠체어를 찾다가 못 찾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어봐요. 그러면 제가 어디로 가시라고 친절히 말씀드려요. 그리고 어떤 고객님은 휠체어 사용하고 나서 고맙다며 음료수도 사주세요.
주로 월, 화, 수요일에는 휠체어 대여 고객이 제일 많아요. 휠체어 빌리려는데 없을 때도 있거든요. 휠체어가 없으면 짜증스럽게 말하기도 하시지만, 주로 아픈 환자들이 이용해야 하니까 다 이해해요. 본관 1층 대여소는 응급실도 가깝고 진료받으러 들어오는 곳이니까 늘 휠체어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함진호씨와 기념사진을 촬영했어요. ⓒ 휴먼에이드포스트
함진호씨와 기념사진을 촬영했어요. ⓒ 정진숙 편집국장

◆ 휠체어는 주로 어느 부분이 잘 망가지나요?

◇ 바퀴나 시트, 그리고 양옆에 있는 팔걸이가 잘 망가지죠. 그중에 바퀴가 제일 중요하니까 휠체어 수거할 때도 바퀴에 문제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해요.


◆ 휠마스터가 되려는 다른 장애인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려요.

◇ 장애인들도 복지관이나 센터에서 휠마스터 기술 교육을 받으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훈련기관에서 잘할 수 있을 때까지 교육을 시키거든요. 저도 4주 동안 드라이버나 펜치를 가지고 돌리고 푸는 연습을 계속했어요. 연습하면 돼요. 실제로 그런 교육을 마치고 휠마스터로 일하는 사람들이 서울대학병원 말고도 강릉아산병원 등 여러 곳에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이곳에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일하고 싶어요. 월급도 괜찮고 인센티브도 있고. 완전 좋은 직장이에요(웃음).
저는 휠마스터가 되려는 다른 장애인분들에게 무조건 도전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스무 살 때 아는 형이 서울대학교 의대생으로 있었어요. 그 형이 "진호야, 여기 서울대병원에 놀러 와. 밥 사줄게" 해서 가끔 놀러 왔었어요. 그때 나도 이런 데서 일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때 놀러 왔던 이곳에서 제가 휠마스터로 진짜 일하게 되었잖아요. 앞으로 휠마스터가 되고 싶은 사람은 그 꿈을 향해 노력하면 꼭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모든 장애인에게 복지관이나 센터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교육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현재 김민진 기자는 휴먼에이드포스트에서 생생한 '포토뉴스'를 취재하고 발굴하고 있는 발달장애 기자입니다. '쉬운말뉴스' 감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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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09 23:41:04
잘 보고 갑니다. 함진호씨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