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양서연'
내 동생 '양서연'
  • 신현희 기자
  • 승인 2021.06.03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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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서연 작가 제공
양서연 작가와 오빠 양재민 ⓒ 양재민 제공
자신이 늘 양서연 작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지켜줬는데, 어느새 훌쩍 자라 오빠에게 어깨동무를 한다며 기뻐하는 양재민 ⓒ 양재민 제공
자신이 늘 양서연 작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지켜줬는데, 어느새 훌쩍 자라 오빠에게 어깨동무를 한다며 기뻐하는 양재민 ⓒ 양재민 제공

[휴먼에이드포스트] 내 동생 양서연. 사람들은 서연이를 작가라고 부르는 동시에 발달장애인이라고도 부른다. 서연이는 5살 때 발달장애(자폐1급)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서연이는 사전적 의미의 장애인이 됐다. 부모님은 서연이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표현했지만, 나에게 있어 서연이는 그냥 내 동생 '양서연'이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부모님은 이따금씩 내게 물었다.
'너는, 왜 다른 사람에게 서연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이야기를 하지 않니?' 
혹시나 부끄러운 마음에 말 꺼내기를 망설여하는지,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곤 했다.
부모님도 참 괜한 걱정을 왜 사서하시는지.
그럴 때 마다 내 대답은 늘 같았다.

'서연이가 장애인인 것이 부끄럽지는 않아요.'

다만,
서연이가 장애인이라고 말하면 측은해 한다.
이게 과연 동정을 받아야 할 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장애인 가족을 배려하는 예쁜 마음만 받고 싶은데….

그래도 나는 괜찮다. 
내 동생, 서연이만 아파하지 않으면 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온전히 행복한 우리.

나는 그림 그리는 양서연 작가의 오빠 양재민이다.

"나도 슬프고 화나요"
비장애인 형제·자매의 감정

우리 가족은 서연이 때문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하며 해야 할 걱정도 많다. 힘든 면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순간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마음이 힘들 때면 운동을 하거나 잠깐이라도 잠을 청한다.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잔다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지속되는 것은 막을 수가 있다. 조금 더 이성적이고 근원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게 되고, 또 불필요한 감정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누가 챙겨주나요?
'착한' 아이 콤플렉스

상대적으로 장애인 형제·자매를 이해하고 보살펴주어야 한다는 심리적인 강박감을 가진 비장애인 형제·자매가 많다. 
반면 나는 서연이를 위해 '착한 아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은 내게 줄곧 이야기 했다. 
"서연이 때문에 힘들다든가 하지 못하는 것에 있어서 불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서연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면, 분명 서연이 덕분에 웃으며 행복한 날이 올 수 있을 거야. 또 모르지, 인터뷰 할 날이 올지도. 아빠 엄마는 그렇게 믿어."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나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 서연이를 위해 오빠인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잘 보살필 수 있을지.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로봇, 컴퓨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더 나아가 장애인 당사자,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전공했다. 
그 덕분에 나는 졸업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국에 취업난을 뚫고 직장에 입사했다. 또, 이렇게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부모님의 말씀이 현실화 됐다.
서연이는 내게 또 하나의 기적을 선물해줬다. 

혹시 나도 어쩌면…
장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나도 그리고 너도, 우리 모두 다 장애가 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났느냐, 혹은 감추어져 있느냐, 또 정도가 심한지, 가벼운지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다. 선천적인 장애인 보다 후천적인 장애인이 더 많은데, 비단 장애는 타인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누구나 어느 날 하루아침에 의지와는 별개로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또, 건강한 자신에게 늘 감사해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건강할 때 주위를 살피고, 몸이 불편한 그리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챙기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너를 사랑한다는 건
나의 특별한 형제·자매

서연이와 나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많은 면이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내 감정의 흐름을 생각하면서 서연이가 어떤 느낌을 경험하고 있을지 유추해 본다. 서연이는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많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하고 세심하게 살펴보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과 믿음이다.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주고 지켜봐주는 것도 필요하다. 
가끔 만약에 나와 서연이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따지고 보면 그럴 가능성도 농후하다. 장애인이 되고 싶어서 장애인이 된 사람은 없다. 어느 누가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싶을까. 스스로 선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는 죄악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형과 같은 장애를 안고서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서연이를 보면 마음이 아리고 가슴이 무너진다. 
나 자신만 생각했다면 힘들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지만, 어쩌면 만에 하나 서연이가 아닌 내가 받을 수도 있었을 장애의 고통을 서연이가 대신 받는다고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타깝다. 
건강한 내가 서연이가 힘들어하는 일에 있어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오빠로서의 일, 의무다. 

양서연 작가와 오빠 양재민 ⓒ 양재민 제공
양서연 작가와 오빠 양재민 ⓒ 양재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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