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희망급식 바우처'…7일부터 삼각김밥, 생수, 치즈도 살 수 있다
말 많던 '희망급식 바우처'…7일부터 삼각김밥, 생수, 치즈도 살 수 있다
  • 정진숙 편집국장
  • 승인 2021.06.04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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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한 끼를 위한 '희망급식 바우처' 영양기준과 현장의 요구 반영해 품목 확대
편의점마다 바우처 사용가능 품목이 안내되어 있다. ⓒ 정진숙 편집국장

[휴먼에이드포스트] 지난 5월25일 오전 7시 30분경 한 편의점 계산대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풍경.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상품을 한아름 가져와 계산대에 내려놓는다. 편의점 직원이 물건을 하나씩 들어 바코드를 찍어보더니 "손님, 이건 해당 품목이 아닙니다"라며 한쪽으로 치워놓는다. 

'희망급식 바우처'로 결제를 하려던 손님은 결국 10여 가지 상품 중에 도시락 하나와 흰우유 한 팩만 계산하고는 볼멘소리로 투덜댄다. "도대체 살 수 있는 물건이 뭐예요? 애들이 제일 잘 먹는 삼각김밥이 안 되는 게 말이 돼요?" 

온라인 수업 들으며 집에 혼자 있을 자녀를 위해 출근 전에 아이가 좋아하는 삼각김밥과 주스를 미리 사다놓으려던 학보모는 실망스런 표정으로 편의점을 나섰다.

희망급식 바우처(이하 '바우처')는 제로페이 플랫폼을 이용하여 자녀 1인당 10만원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 5월20일부터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 초기부터 위와 같은 문제가 불거져 '실상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다', '살 수 있는 게 없는 허울뿐인 제도다'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민원이 확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희망급식 바우처'의 구입 품목을 확대·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바우처로 구입 가능한 기존 10개 품목 외에 햇반, 국류(컵국), 김류, 치즈류, 삼각김밥(주먹밥), 생수 등도 살 수 있게 됐다. 

바우처 사용 가능 품목 조정·확대 현황표. ⓒ 서울시교육청

기존에는 냉동을 제외한 제철 과일만 구입 가능했지만 품목이 조정되면서 설탕에 절인 가공과일을 제외한 과일도 구입이 가능해졌다. 샌드위치도 '야채 샌드위치'에서 '채소가 포함된 샌드위치'로 변경됐다. 이밖에 떠먹는 요거트뿐 아니라 마시는 요거트도 구입이 가능하다. 계란도 훈제 외에 가공란도 구입할 수 있지만 생계란은 제외된다. 생수는 900ml 이하만 구입 가능하며 팩이나 꾸러미는 살 수 없다. 치즈는 모두 구입할 수 있다.

시행 초기 '삼각김밥'은 밥량 대비 반찬이 부족해 영양관리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구입품목에서 제외되었지만, 이번에 구입 가능 항목에 추가됐다.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영양을 갖춘 품목을 개발해 바우처로 구입이 가능한 품목이라는 스티커를 부착한 삼각김밥도 출시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바우처 사업은 코로나19로 변화된 학교급식 체계 속에서도 위생적이고 균형 잡힌 대체급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며 "바우처의 사용방법이나 구입품목이 일반적인 '재난지원금'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동 사업이 재난 지원성 사업이 아니라 학교급식의 대체에 목적을 두고 있기에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및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적용하여 1끼당 나트륨 1,067mg 이내, 에너지 990kcal 이내, 단백질 11.7g 이상인 도시락과 채소 샌드위치, 제철 과일, 삼각김밥을 제외한 김밥 포함, 10개 군의 품목으로 한정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바우처 사용처를 편의점으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물품 구입 시 모바일 바우처로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을 구분하여 계산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학생‧학부모가 휴대폰만 있으면 별도의 카드 등이 없어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로페이 모바일 플랫폼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맹점 수가 많고 접근성이 좋아서 학생‧학부모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1인당 지원되는 10만 원 외에 편의점에서 사용금액의 10% 할인과 통신사 멤버십 할인 10%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자녀와 함께 쓰기 서비스' 서비스 신청 화면. ⓒ 한국간편결제진흥원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모바일 바우처를 자녀가 아닌 학부모의 스마트폰에 다운받을 경우, 본인 소유가 아니면 제로페이를 쓸 수 없어 자녀가 직접 물건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부모가 만 14세 미만 학생의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바우처를 선물할 수 있는 '자녀와 함께 쓰기 서비스'를 6월1일부터 시작했다. 스마트폰 미소지자의 학부모와 자녀를 위한 '선불카드'도 제작하여 제공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국편의점협회에 구매 품목의 충분한 물량 확보와 편의점 내 구매 가능 품목 별도 배치 요청 등을 통해 학생 및 학부모의 요구와 불편 사항을 적극적으로 보완‧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사업초기와 비교하면 학교급식 기준 안에 들어오는 도시락은 13종, 김밥류는 7종이 추가로 출시된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개선 방안으로 추가 확대된 구입 품목은 편의점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편의점별 준비를 거쳐 늦어도 6월7일부터는 바우처를 이용하여 구입이 가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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